*아침을 여는 음악 9월 25일(월)* ▲노래가 된 가을 詩② ◾가을에 띄우는 이해인 ‘편지’
◀가을 편지 ◼선혜영 낭송 ◼송기창, 박경규 작곡 ◀그대의 편지 ◼송기창/박경규 피아노:이성규 ◀기득하게 하소서 ◼송기창✕ 강혜정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유채훈✕손지수 ◀친구야 너는 아니? ◼정동하/김태원
◉가을에 요즘은 귀한 손 편지를 받으면 우선 기분이 좋습니다. 마음도 푸근해지고 풍성해집니다. 가을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더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추억과 기억 속의 사람도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한 통의 가을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편지와 가을은 궁합이 잘 맞나 봅니다. 유난히 편지와 관련된 가을 노래와 시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손 편지를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소통 수단이 E 메일과 문자 메시지 그리고 카톡을 비롯한 SNS로 대체되면서 손 편지를 써 본 지도 받아본 지도 오래된 사람이 많을 듯합니다. 그럴 때 손 편지의 글씨로 전해지는 반가운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이 젖어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직접 손으로 쓴 편지는 그래서 가장 인간적인 소통 수단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 좋은 한가위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 권의 책과 함께 보내온 손 편지였습니다. 이름을 이야기하면 알만한 지인께서 식물연구가가 쓴 책을 Yes 24에서 사서 보내면서 직접 쓴 손 편지로 따뜻한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식물학자 오병훈이 쓴 ‘게으른 식물은 없다.’ 라는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주위에서 쉽게 만나는 초본 식물들을 계절별로 관찰해 정리해 놓은 두툼한 책이었습니다. 작가가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식물들을 살피고 거기서 위로와 지혜를 얻었다는 의미 있는 책이었습니다.
◉동봉한 손 편지에는 꽃을 좋아하고 꽃에 대한 좋은 글을 많이 쓰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배려가 담겨왔습니다. 아울러 아침에 보내는 이 음악 편지에 대한 감사와 격려의 마음도 예쁜 손 글씨에 담아 보내줬습니다. 귀한 책 선물과 친필글씨로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에 고마움이 오래 남습니다. 아울러 책 속에 담긴 꽃의 이야기들을 잘 읽고 공감하는 부분을 ‘아침을 여는 음악’을 듣고 읽는 분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주 이동원과 최백호가 부르는 ‘가을 편지’를 받아봤지만 오늘은 이해인 수녀가 띄우는 ‘가을 편지’를 받아볼까 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연가곡집 ‘편지’에 담긴 노래들입니다. 이 연가곡집에는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담은 이해인 수녀의 시 18편이 노래로 만들어져 담겼습니다.
◉연가곡집 하면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슈만이 하이네 시로 만든 ‘시인의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연가곡 집들은 서양의 고전 낭만파 시대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클래식 음악입니다. 이해인의 연가곡집은 가곡형식이지만 대중가요 요소를 상당 부분 가미해서 누구나 위로받으면서 즐겨 부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39년 전인 1984년 KBS PD이자 작곡가인 박경규는 당시 마흔이 된 이해인 수녀를 만나 연가곡집을 낼 것을 제안합니다. 이해인 수녀가 곧바로 시 18편을 골라 보냈지만 연가곡집은 28년이 지난 지난 2012년에야 나왔습니다. 시를 묵혀두었던 박경규 PD가 이해인 수녀의 대장암 투병 소식을 듣고 서둘러 작곡해 연가곡집을 펴낸 것입니다.
◉바리톤 송기창이 이성하의 피아노 연주에 노래를 실었습니다. 두 편의 노래에는 이해인의 육성 시 낭송이 들어갔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작은 꽃밭을 가꾸듯 써놓은 작은 글들이 누군가의 가슴속에 날아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꽃필 수 있고 삶을 사랑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기쁘고 고맙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가을 편지’는 좀 깁니다. 12연으로 이루어진 시를 낭송하는 데만 8분 30초가 걸립니다. 길지만 부분 부분이 발췌돼 소개될 정도로 따뜻하고 섬세한 언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으로’는 어느 ‘행복 글판’에 올라 길 가는 사람들과 공유했던 구절이기도 합니다. 우선 12연으로 이루어진 ‘가을 편지’를 시 낭송으로 받아봅니다. 가톨릭 신자인 선혜영이 낭송하는 ‘가을 편지’입니다. https://youtu.be/2WeBtH4pIgo?si=g3Zi9QzBGzcmxh2F
◉워낙 긴 시라 노래는 5연에 3연 일부를 붙여서 만들었습니다. 노래 사이에는 이해인 수녀의 육성 시 낭송이 들어갔습니다. KBS 부산 방송국에서 녹음한 음성입니다. 피아노 연주를 맡은 이성하는 서울예고 재학 중에 도미해 Oberlin 대학 피아노과를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석사 과정도 역시 장학생으로 마친 재원입니다. 여성 피아니스트 이성하의 연주에 맞춘 바리톤 송기창의 ‘가을 편지’입니다. https://youtu.be/szgp0UujE60?si=Se8HULTLENzhtZjp
◉또 하나의 편지를 받아봅니다. 요즘 가을철 산행에서는 열매를 익히는 나무들을 자주 만납니다. 누리장나무, 산초나무, 여러 종류의 참나무와 야생 밤나무까지 열매로 사랑을 익히는 나무들이 줄을 섰습니다. 사과와 배등 과실수와 은행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를 익히는 그 사랑의 나무들이 조금 있으면 단풍이야기도 전해줄 것입니다. 그들 자연이 보내는 편지를 받아 읽으며 만든 이해인의 시 ‘그대의 편지’입니다. 역시 송기창 이성하 콤비가 전하는 편지 사연입니다. https://youtu.be/4icFETBlgHo?si=xxZLrsdUZ5ALL6Yf
◉연가곡집 ‘편지’에 담긴 가곡 한 곡을 더 만나봅니다. 이번에는 국악 연주에 맞춘 남녀 성악가의 듀엣입니다. 가천대 교수인 바리톤 송기창과 계명대 교수인 소프라노 강혜정이 호흡을 맞춘 ‘가득하게 하소서’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해금 연주가 원나경의 연주로 시작됩니다. 비어있는 듯하면서 가득 찬 가을날을 노래합니다. ‘마음 한곳이 비어져 있어도 서운하지도 않은 쓸쓸하지도 않은 가을날’입니다. https://youtu.be/qB_emodk3KY?si=msgVZ2oRBkiVJMT0
◉이해인 수녀의 시로 만든 가을 감성의 가곡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입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는 종교적 색채가 비교적 옅은 편이지만 이 시에서는 종교적인 사랑이 읽혀집니다. 그래서 K-아트 팝 작곡가인 이화여대 감효근 교수가 작곡했지만 CCM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가곡입니다. 팬텀싱어 라포엠의 테너 유채훈과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 역을 맡아 인기를 얻고 있는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손지수가 듀엣으로 부릅니다. https://youtu.be/KYMgSXuqeTU?si=TqFoVAekb3MTMH7f
◉록 그룹 부활이 2006년 11번째 앨범을 내면서 이해인 수녀의 시를 타이틀 노래로 내세웠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꽃이 되는 건’을 ‘친구여 너는 아니?’라는 제목으로 바꾸어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앨범의 제목은 ‘사랑’이었습니다. 김태원이 작곡을 했고 노래를 부른 당시 부활의 보컬은 정동하였습니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것을 흔히 예사로 봐 넘기지만 그 속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아 노래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는 아픈 것이 참 많습니다. 그 아픈 것을 나무에서 꽃에서 찾아서 아픔과 슬픔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입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일러주면서 다른 일도 그렇다는 것을 노래합니다. 봄에도 가을에도 어울리는 힐링의 노래입니다. 감미로운 정동하의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노래를 들어봅니다. https://youtu.be/rqkhMutckZw?si=bzDI9ZBE5WxWANv0
◉이번 주 중반에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오래 떨어져 있던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명절입니다. 그렇게 만나 정을 나누면 떨어져 산 세월의 간극이 한층 좁아집니다.
◉하지만 보고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고 명절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 한 통의 편지로 따뜻한 안부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아마 그 한 통의 편지가 떨어져 산 세월과 떨어져 있는 거리를 좁혀놓지 않을까요?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