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자연은 몸과 피다. 스스로 마음의 건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끌리는 것이 있어 자연 속으로 들어 왔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찾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마음속에도 강 하나가 있어 유유히 흐르는 자연. 이 강이 없으면 사는 게 무의미하다. 자연과 물아일체적인 삶은 목적이 아니다. 그 속에 함께 녹아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즉 전체적 핵일 수도 있다. 해남군 북평면 백로길에 살고 김용석 씨는 마음속에 푸른 강물을 앉고 산다. 그는 두륜산 산자락에 살고 있지만 큰 강물을 좋아한다. 물론 두륜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도 좋아하지만 망망대해로 향하는 강물은 그가 향하는 인생의 지표다. 이와 반면에 작은 연못도 좋아한다. 실제 그의 집에는 연못이 있는데 다른 연못과 다르게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연못. 그것은 바로 그의 마음이라고 한다. 이 연못은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연못을 향하는 긴 도랑이 있다. 그리고 이 도랑은 작은 시냇물과 연계가 되어 있다. 새로운 물을 받아들인다. 그 삶의 자세도 역시 새 물을 갈급한다.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변화를 추구한다고 했다. 원래 자연 상태에 있는 이 연못을 그가 약간 보완만 해 주었다. 다른 데에서 식물을 갔다 심지도 않았다. 매일 여기에서 자란 생태계를 보면서 매일 활력소를 찾는단다. 여기서 낳고 자랐다. 학업 때문에 도시에서 살았고 결혼과 애들을 그곳에서 낳았다. 2003년 가족 모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아내가 교정직 공무원이다. 직장이 약간 멀어 출퇴근이 불편하지만 아내도 자연을 좋아해 즐겁게 견뎌내고 있다. 큰딸과 둘째딸은 도시에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와 아내 네 식구가 그의 고향에서 살고 있다. 무엇인가 끌리게 하다는 고향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닿을 듯한 완도 상황봉이 뚜렷하게 보이고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나온다. 이렇게 고향 풍경은 아름다운 마음을 낳게 만들어 주었다. 2일과 7일은 남평 장날이다. 이날 친구가 찾아오면 남평장으로 향한다. 남도 최고의 풍물, 바다에서 나온 최고의 바다 고기들이 이곳에서 거의 볼 수 있다. 이런 풍요 가운데 그의 인심도 남도에서 최고다. 갑오징어에다 소주 한잔은 스스럼없이 나타난 그의 얼굴이다. 가리지 않는 인심은 역시나 그의 품성이 드러난다. 김용석 씨는 “도시에 살면서 고향에 내려가 남으로 창을 내는 집을 짓겠다” 다고 꿈을 갖았다. 꿈은 이루어졌다. 부모님이 물려준 땅이지만 그의 노력도 최선을 다했다. 평소 꿈속에서나마 그려왔던 풍경들이 이제 그의 뜰 안에서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다. 뜰에는 봄맞이가 한참이다. 그들 나름대로 피는 야생들은 제각각 꽃색을 나타내고 있다. 나무에서는 모과나무 꽃이 예쁘게 피었다. 하얀 얼굴 바탕에 홍조의 얼굴. 이 모과 꽃은 이 뜰 안에서 최고의 멋을 자랑하고 있었다. 김용석 씨는 주로 무화과나무를 기르고 있다. 무화과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기 때문에 자라는 만큼 그의 손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무화과 농사는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기초가 튼튼해야 열매도 건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사람이 찾아오면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정담을 즐긴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길은 오솔길이다. 실제 김용석 씨의 집을 찾아가는 길도 오솔길이다. 바로 갈 수 있는 길로 그는 오히려 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길은 너무 직선이다. 딱딱한 시멘트 길과 아스파스 길은 그가 가는 길이 아니다. 빨리 가는 것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남자들의 나이는 80십, 90십이면 거의 끝난다. 아마 이 나이가 절대적 나이인지도 모른다는 그는 오솔길을 걷는 식으로 살고 싶다는 것은 세월을 좀 더 늘려보자는 것이란다. 고속전철, 스마트폰, 쾌속여객기 등은 모두 직선을 향하고 있다. 즉 빠름이다. 이렇게 살아보니 좀 달라지는 것이 있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우리는 문화는 돌아가야 한단다. 문명은 앞으로만 가야하는 운명에 처했지만 우리 인간은 유한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느릿느릿 서정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집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서정적 길이라면 그날 피로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내려놓고 가는 것 아니겠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