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다/ 고경자
감지 못한 망막에는 햇살만 그득하고
시간은 멈추는 법 없이 흘러가고
세상은 보이는 대로 너무나 고요하다
생각은 만 갈래 길 잡지 못한 투성에
놓아줄 것 다 놓고 불러보는 이름들이
귓가에 막 도착해서 울음으로 돌아간다
멈췄던 심장은 돌아올 줄 모르고
쓸쓸한 이름으로 여행을 떠나간다
흐르던 시간의 물길이 마침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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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고경자
생전 처음 깨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머릿속 숨 쉬며
굴곡진 세포들이
한순간 팽창만 하다 터지기 직전이다
작은 신호 수없이 보내도 묵묵부답
까마득한 벼랑에서 한 발을 내밀었고
감전된 머릿속에서 뒤틀려 있는 말들
흔들리는 구급차 안 요동치는 심장 소리
무엇을 붙들어야 이 통증은 멈출까
동굴 밖 마비된 손발들 맥없이 늘어졌다
막혔던 속말들이 슬글슬금 풀어지며
굳었던 손발들도 제자리를 되찾고
이 순간 다행이라는 말
고맙고 아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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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고경자
댓잎이 품을 수 있는 만큼 내려앉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잔설이 대숲을 품고
풍경이 낭창낭창한 고요를 저울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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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고경자
아직 폭이 덜 찬 배추밭에서 속 깊어지고
휘어진 가지에 잘 익은 대봉 몇 개
아직도 거두지 못한 그리움만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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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카/ 고경자
활짝 핀 철쭉 아래 한나절 세워둔 차
꽃잎들 떨어지며 웨딩카로 변신 중
어디로 떠나야 할지 소곤대는 햇살 바퀴
사랑을 믿었던 스무 살로 돌아가면
그리운 이름 하나 속으로만 부르고
흘러간 시간 거슬러 웨딩카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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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감
고경자 시조집/ 고요를 저울질하다/ 고요아침/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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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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