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조도면 일대는 섬들이 새 떼처럼 펼쳐진 곳이다.
조도군도의 170여 개 섬 중 하조도는 ‘어미 새’ 같은 품새를 자랑한다.
조도(鳥島)라는 섬 이름도 새의 형상을 닮아 붙여진 것이다.
생각만 하여도 슬픔이 앞서는...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해역이 코앞에 있다
하조도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에 속하며, 진도 남서쪽 10km지점에 있다.
진도 팽목항에서 하조도 창유항까지 첫배 7시 20분부터 하루 8회 운항한다
진도항(팽목항)
전주에서 새벽 6시 30분에 출발하여 3시간 30분 만에 진도항에 도착하였다
팽목항은 세월호의 아픔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 '통곡의 항구' 등 많은 이름이 붙여졌다.
공식 명칭은 진도항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팽목항'으로 각인돼버렸다.
단순히 항구를 뜻하는 지명이 아니라 비극적인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팽목항 추모 공간
팽목항은 이제 공식 명칭인 진도항을 넘어 국민의 가슴에 새겨진 이름이 됐다.
팽목항에는 아직도 깊은 슬픔이 가득차 있었다.
'극락왕생 하옵소서', '다시 피어나라' 등의 추모글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
출항이다
팽목항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항하는 새섬두레호에 몸을 실었다
여객선이 하루 8회 운행하므로 입도가 수월한 편이다
단체 승객은 우리 일행 외엔 없는 편이어서 공간이 여유로웠다
섬섬옥수
오늘도 '섬섬옥수'는 나와 동행하였다.
올해 안에 대여섯 군데는 더 가야할텐데...하느님께 맡겨드린다
창유항(어유포항)
배의 속도가 매우 느려서 약 40분만에 창유항에 도착하였다.
공식 명칭은 창유항으로 어유포(於遊浦)로도 불린다.
하조도에 있는 중심 항구로서 조도군도뿐만 아니라 조도면의 행정·상업의 중심지이다.
오늘의 산행 계획이 만만치 않다
돈대산에서 신금산, 등대까지 돌려면 13km가 넘는 거리여서 무리였다
택시를 타자
등산로가 13km가 넘어서 완주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머리를 굴린 끝에 택시를 타고 등대까지 가서 거꾸로 오르기로 하였다.
7명이 타고 하조도 등대까지 4.5km를 가는데 3만원을 지불하였다.
하조도 등대
하조도등대는 1909년 처음 점등해 100년 넘게 뱃길을 밝혀왔다.
흰 탑에 붉은 지붕이 도드라진 등대는 수려한 풍광을 뽐내고 있었다.
일본이 조선을 수탈할 목적으로 세웠으나, 이제는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질곡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봤던 등대 주위는 온통 기암괴석이다.
돌고래 조형물
등대 앞에는 돌고래 조형물이 있는데, 전망이 기가막혔다.
실제로 하조도등대에서는 돌고래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친구끼리 몰려온 7명의 여인들이 시끌벅적하게 포토존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독수리바위(1)
하조도 등대 등탑 너머에 위치한 독수리 바위를 당겨보았다.
비상을 위해 웅크린 몸둥이와 날카로운 부리가 영락없는 독수리였다.
관광객들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찾는 명소 중 하나였다...그러나 지금은?
독수리바위(2)
이곳 ‘독수리 바위’는 현재 위험지역으로 통제가 된 상태다.
이유는 등대 주변이 천길 낭떠러지 구간으로 위험천만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을 사이버 공간에서 퍼왔는데...멋진 모습이다.
운림정(雲林亭)
연중 짙은 안개가 자주 발생해 산봉우리 까지 구름 숲을 이루는 날이 많아 '운림정'이다.
진도의 대표 관광지 운림산방(雲林山傍)을 하조도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담았다고 한다
운림정까지 올라가야 등산로로 진입할 수 있다.
등산로는 공사중
운림정으로 올라가는 계단 공사를 하고 있었다
작업자는 위험해서 올라갈 수 없다고 우리를 제지하였다.
그렇지만...계단 옆에 있는 길을 따라 힘들게 오를 수 있었다.
만물상바위
운림정에 오르니 하조도 주위의 절경들이 보였다.
마치 새떼처럼 흩어져 있는 섬들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만물상바위는 온갖 것들을 품고 있었다.
장죽수도(長竹水道)
서해와 남해를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 장죽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등대 앞바다 물살이 요동치며 세차게 흘러가는 광경을 보노라니 놀랍기 짝이 없다.
조류의 세기가 어찌나 센지, 진도대교 울돌목과 호형호제할 정도라고 한다.
낙타봉(228m)
첫번째 만나는 봉우리는 해발 228m의 낙타봉이다
마치 낙타의 등처럼 뾰족하게 솟아있어서 힘들게 올라갔다.
상조도(上鳥島)가 보인다
1997년, 하조도와 상조도를 잇는 조도대교가 만들어졌다
조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조도 사람들의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는 시간이 촉박해서 상조도 구경을 포기하였다...많이 아쉽다 ㅠㅠ
신전마을
능선을 걸어가며 아래를 보니 신전마을이 보인다
농경지가 제법 있는 마을은 지극히 평화로워 보였다.
하조도 남쪽의 신전마을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찾기 좋은 해변이다.
나는 빨간바지 부부와 동행하였는데 어찌나 빠른지 죽는줄 알았다.
이분들은 연세가 꽤 들어보였는데 체력이 대단하였다.
신금산으로 가는 길에는 기묘한 바위들이 많이 보였다.
위험한 곳에는 우회로와 계단을 잘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멧돼지들이 땅을 파헤친 흔적이 많아서 긴장되었다.
조도군도
조도면은 면 단위로는 섬이 가장 많은 곳이다.
유인도 35개, 무인도 119개 등 모두 154개나 되는 섬이 옹기종기 모여 조도군도를 이룬다.
섬 생활이나 외부와의 교통편도 모두 하조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신금산(神禽山, 238m)
면 소재지인 하조도엔 두 개의 산이 있다
하조도엔 동쪽끝에 신금산(238m)과 서쪽 끝에 돈대봉(271m)이 있다
어렵게 어렵게 신금산 정상에 올라 땀을 식혔다
반대쪽 돈대봉을 찍고 올라오는 강철 체력의 동지 2명을 만났다.
맹골수도가 보인다
맹골수도는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있는 항로이다.
'맹골수도'란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거칠고 험한 곳인지 느낌이 온다.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세다.
저기 어디쯤에서 세월호가 8년 전에 침몰되었는데...가슴이 먹먹하다.
유토마을
우리는 돈대봉은 포기하고 유토마을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유토마을은 학교와 면사무소, 성당 등이 있는 하조도의 중심지다
거북바위
뒤돌아보니 올때는 몰랐던 거북바위가 뚜렷하게 보였다.
거북이가 고개를 쳐들고 바다로 기어가는 형상이다.
이런 형상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화는 참으로 위대하다.
내 흐린 바다로 오라
모든 섬이여 닻을 올리고 오라
망각의 찬 골짜기를 숫구쳐 어둠을 훌훌 털고
금비늘 은비늘 고기떼 노니는 어류포 바다로 오라
언제나 가슴에서 요동치는 파도
몽롱하게 가믈거리는 수평선 아래
하얗게 몸부림칠수록 넌 나름다워
섬이여 사람들아
그대 가슴에서 철석이는 파도가 되라
무심히 포구를 떠도는 뱃고동 소리가 되라................................................천병태 <어유포 산조> 부분
독수리상
어유포항 위의 언덕에 독수리상이 서 있었다
독수리 세 마리가 대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조도 사람들이 독수리처럼 큰 기상을 펴고 비상하기를 빌었다.
조도 잠자리
유럽풍의 하얀 건물이 눈에 띄길래 가까이 가보았다
'조도 잠자리'란 간판을 달고 있었는데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로 보인다
그러나...이렇게 멋진 건물이 문을 굳게 닫아 걸고 있어서 안타까웠다.
이제 끝이다
항구 옆에 있는 편의점 쉼터에서 동지들을 만났다
돈대봉만 간 사람, 신금산까지 오른 사람, 관광만 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교회 사람들이 구워주는 붕어빵 안주에 캔맥주를 한 개 마셨다.
예수를 닮은 사람들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붕어빵을 구워서 나눠주는데 맛이 일품이다.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고, 배안에서 먹으라고 포장까지 해준다
이분들이야말로 예수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섬을 떠나다
오후 5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고 하조도를 떠나왔다
진도에 도착하여 우리에겐 생소한 '우럭간국'으로 하산주를 마셨다
우럭을 말려서 맑은탕으로 끓였는데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참 좋았다
다시 3시간 반을 달려 전주로 돌아오는데 허리가 아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