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 Blue Whale )의 꿈
생물 다양성 박물관 - Beaty Biodiversity Museum – 에서.
밴쿠버(Vancouver)의 길고도 지루한 겨울 우기로 얻은 도시의 별명,
Raincouver가 요 며칠 새 SNS에서
Fogcouver로 불린다. 연 이틀째 안개가 자욱하다.
UBC 대학의 박물관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풍경이 가히 호젓하다. 겨울
나목 가로수들이 안개 속에 희미하지만 푸근하게 서 있고 왠지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2017년도 며칠 남지 않은 12월 초순, 밀린 숙제를 해치우는 마음으로 박물관을 찾았다. 우리 부부의 입장권을
전에 사두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녀오리라 오늘에야 나선 길이다. 난생 처음 맞닥뜨릴
대왕고래의 자태가 어떨지 기대와 설렘을 안고 박물관을 들어섰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다운 웅장한 위엄을 떨치며 대왕고래의 완전체 뼈대가 입구에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시간 관계상
아래층에 위치한 극장에서 10시 30분부터 상영하는 40여 분 길이의 영화를 먼저 관람했다.
UBC 대학의 생물 다양성 자연사 박물관 입구 천정에 전시된 대왕고래는 몸길이가 25m인 20년 전에 죽은 80톤
무게의 암컷 푸른고래로 PEI Tignish(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티그니쉬)에 묻혀있던 것을 1년여의 발굴과정과 복잡한 복원절차를 거쳐 2010년 10월 16일
박물관 그랜드 오프닝에 맞춰 전시되었다 한다. 대왕고래의 뼈는 대개
190여 개인데 발굴과정에서 천 개도 넘게 쪼개어진 조각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조심스럽게 발굴한 후, 냉장 트럭에 실어 운반했다. 운반된 각 각의 뼈대를 진흙 물과 뽀얀
우윳빛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깨끗이 여러 번 씻은 후, 효소 (Enzyme
Bath)에 3개월을 담가 뼛속 깊은 시꺼먼 고래의 지방
(Blubber)과 박테리아 등의 온갖 불순물을 제거하여 지독한 냄새를 빼는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거쳤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천 개가 넘는 조각들을 거대한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맞춰 대왕고래의
골격을 완성할 수 있다.
이 과정도 험난한 여정인데 설상가상으로 효소 속에 3개월을 담가뒀던 뼈 일부분이 너무 뜨거웠던 탓에 오트밀처럼 부드럽고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 전문가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꼬리뼈 부분이 완전히 실종된 것을 발견하곤 모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손상된 뼛 조각들은 전문가가 때우고 틀을 만들어 내어 원형을 복구하는 작업을 거쳐 소생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실종된 꼬리뼈 소식을 전해 들은 그 지방의 어부가 자신이 10 피트
길이의 꼬리뼈(Flipper) 부분을 잘라내어 보관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그런데 그가 소장한 꼬리뼈의 끝쪽이 또다시 실종되어 있었다. 처음
꼬리뼈를 잘랐던 장소를 찾아가 더듬어 수색한 끝에 거대한 퍼즐을 완성할 실종되었던 소중한 몇 조각을 찾아냈다.
마침내 완성된 대왕고래를
박물관으로 옮겨와 전시하기까지의 마지막 난관이 남아있었다. 거대한 대왕고래의 완전체가 입구를 통과하기
위하여 여러 중장비와 온갖 신형기계들이 동원되어 대왕고래의 전신 뼈대를 바베큐 돌리듯 이리저리로 돌리고 문의 크기에 맞추어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게
된다.
이렇듯 여러 사람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재건된 대왕고래의 자태는 실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었다. 이 암컷 푸른 대왕고래가 거대한 청회색 몸집으로 유유히 검푸른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는 자유로운 모습과 물 위로
떠 올라 숨을 내쉬며 육중한 몸에서 뿜어내는 시원한 물줄기를 상상해 본다. 거대한 대왕고래의 등에 타올라
꼬리뼈로 철썩이는 하얀 꿈을 훔쳐본다......
A LIFELONG DREAM NOW LIVES FOREVER!
첫댓글 이런 볼만한 전시물이 있군요. 가 봐야겠습니다. 사진은 안 찍으셨나요?
밴쿠버의 별명이 자꾸 생기네요.
바쁘게 잘 지내고 계시지요? ^^
사진은 명화 사진방을 방문하셔서 대왕고래 (Blue Whale)사진들 많이 감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