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참 바보같이 산 거 같아요.
10년을 살면서 한 번도 내 바램을 얘기한 적이 없다니...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목욕 같이 시키자고 해본 적도 없고...
아마도 애들에 관한 것은 고유한 나의 영역이다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닌
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좌청룡, 우백호처럼 애둘을 옆에 끼고서 어디든 함께 다녔었지요. 의기양양하게...
그런데, 지난 번에 안치환 공연에 가느라고 남편에게 애 둘을 맡기고 가나아트센타에 갔다 와 보니
양쪽에 애둘을 끼고 자는 남편 옆으로 도저히 빈틈이 없더라구요. 그 자체로 아주 완벽한 구도...
전 그 구도로 9년을 살았네요.
그러는 동안 남편은 아마 편하기는 했겠지만 그 역시 완전히 행복하진 못했겠지요.
제가 남편에 대해 뭔가 상실감을 느꼈던 것처럼...
그도 속으로는 항상 허전했겠죠.
자기의 바램을 알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면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위한 선택을 하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김태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 데
제가 남편에게 원했던 게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게 잘 지내는 것이었었는 데도
그런 저의 바램을 읽어내기가 이렇게도 힘들었네요.
맘 속엔 항상 그런 바램이 있었는 데도... 왜 그 바램에 귀기울이지 않았을까요?
왜 그 바램에 대한 만족을 자꾸만 다른 데서 찾으려 했을까요?
아마도 남편 못지 않게 나도 잘났다는 걸 과시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나는 남편에게 생활을 기대는 그런 아내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항상 아버지한테 사랑을 갈구하던 엄마.
그토록이나 자유를 누리고 다니시던 아버지께
어머니 역시 포기라는 게 없으셨기에 저희 친정은 항상 싸움이 끊이질 않았어요.
엄마가 70 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마찬가지...
(사람마다 자기가 중요시 하는 욕구는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니라네요)
그걸 보면서 저는 뭐하러 저렇게 남자한테 목을 매나 하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차라리 포기하면 편할 텐데...하는 생각과 함께 일찌감치 저는
남편에게 기대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려 했던 거 같아요.
(아마도 엄마는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크고 아버지는 자유의 욕구가 크신 것 같아요.
부부간에 이렇게 서로의 욕구가 다를 때 갈등이 생긴답니다.
근데 저는 자유욕구가 엄청 크구요. 남편은 생존 욕구가 강하더라구요.)
그치만 저희 엄마가 선택하셨던 방법으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셨듯이
저 역시 첨부터 그냥 포기해버리는 방법은 남편과 행복하게 사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네요.
이따가 남편 아침 식사할 때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해야겠어요.
여보! 나 당신에게 하고픈 말이 있는데 어렵게 내 속마음을 얘기하는 거니까 잘 들어줬음 좋겠어.
그동안은 내가 당신과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한다는 걸 몰랐었는데
이번에 QMT 공부하면서 알게 됐거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지
생각해보고 싶은 데, 당신 생각은 어때?
으악! 닭살...
정말로 이따가 이 말을 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네요.
왜 저는 이런 걸 잘 못하는 걸까요?
이번 주 QMT 숙제를 위하여 (아니 숙제를 핑게로 남편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하여) 용기를 내야 겠어요.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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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이 질높은 삶을 만들기 위한 대화래요.
갈등 있을 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가 PET구요.
갈등은 없지만 보다 더 질높은 생활로 승화시키고 싶을 때 하는 대화는
QMT래요.
QMT가 quality management training의 약자거든요.
여러분들도 각자의 질높은 생활을 위해
오늘 하루 무슨 말을 할까, 무슨 일을 할까를 곰곰히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 오늘 본부로 상담원 심화 과정을 들으러 가는데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모두 모두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 바래요, 그럼...
*추신:
욕구에는 생존의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힘과 성취의 욕구, 자유의 욕구, 즐거움의 욕구등 5가지가 있는 데요.
여러분들도 각자 자신 또는 배우자가 어떤 욕구가 강한 지 궁금하시지요? 저는 설문지로 욕구 테스트를 받았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