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광명 안에서 평안하고 행복한 한 해 되기를”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자광대종사.
새해가 밝았습니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우리 불자와 국민 모두 부처님의 자비광명 안에서 평안하고 행복한 한 해를 보내기를 진심으로 발원합니다.
불자 여러분. 우리에게는 특별한 사명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인연법(因緣法)과 연기법(緣起法)의 가르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더없이 중요한 지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라는 연기법의 진리는 우리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 의존적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지금 지구촌과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분열을 겪고 있습니다. 이념과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불신과 대립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물론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우리는 지난해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서민들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고, 사회 곳곳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서 화합과 상생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와 지혜로 그늘진 곳을 밝히고, 갈등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미워하고 비난하며 반목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도 어긋나고, 인간의 도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정자들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되 자비로운 마음으로, 비판이 필요한 순간에는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되 원망의 마음 없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불자들이 사회의 나침반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실천하는 불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사회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자비를 실천해야 합니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 불자들이 솔선수범하여 따뜻한 마음과 지혜로운 행동으로 통합의 밑거름이 되길 서원합니다.
한국불교는 화쟁(和諍)의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원효대사가 보여주신 화쟁의 정신은 서로 다른 견해를 조화롭게 아우르는 지혜입니다. 이러한 화쟁의 정신은 현대사회에서 직면하고 있는 갈등을 풀어가야 정도(正道)이며 묘안(妙案)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길 바랍니다.
우리는 자비의 실천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악화된 사회 양극화,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 문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사회 구조적 문제들은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부처님의 자비 정신으로 이웃을 돌보고,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로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중도의 가르침을 통해 극단을 경계하고 조화로운 삶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을사년 새해에는 이 가르침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조화와 화합의 길로 나아가는 데 불자 여러분이 앞장서 주기를 당부드립니다.
새해 새아침,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가득하여 행복하고 평화로운 한 해를 보내기를 다시 한번 서원합니다.
불기 2569년(2025)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