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둘러싸고 갈등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전 부사장이 부적절한 발언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발언의 진위여부를 떠나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조환익 사장의 거취에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밀양이 터가 좀 세고 다른 곳을 공사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천주교·반핵단체가 개입돼 있다”며 “주민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 세뇌당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변 부사장(1954년생)은 한전 해외사업본부장을 역임했고 해외부문 부사장으로 원전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날 신고리 원전을 모델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계약을 했기에 신고리 3호기가 2015년에 상업운전을 못 할 경우 0.25%의 지체보상금(위약금)을 UAE 측에 내야 한다며 밀양 송전선로 공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일파만파 공분을 샀고 급기야 한전은 국제업무 담당 임원의 돌출 행동으로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수습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통상에너지소위에 출석해 “변 부사장이 담당 분야가 아닌 내용을 배경이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발언한 것은 경솔했다”며 인사조치 뜻을 밝혔다.
해외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변 부사장은 국내 업무를 잘 모르고 사태를 악화시키기를 원치 않는다며 사과했으나 결국 24일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속하게 처리했다는 인상이 짙다.
한전은 변 부사장이 소관 업무가 아닌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와 관련해 매우 경솔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책임을 물어 사표를 제출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협의체’ 구성…해법 나오나?
765kV 송전탑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한 시설이다. 송전선로는 5개 시·군을 지나는 90.5㎞에 걸쳐 있으며, 송전탑은 모두 161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전체 송전탑 가운데 67.7%인 109기는 설치가 끝났으나 밀양지역에 들어설 52기(32.3%)는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송전탑은 밀양시 단장면 21기, 상동면 17기, 부북면 7기, 산외면 7기다.
한전과 주민의 갈등은 지난 2008년 7월 밀양 주민들이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면서부터 표면화됐다. 발암 가능물질이 생성돼 주민 건강권은 물론 농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대화와 대치, 공사재개와 중단을 거듭해왔다. 지난 20일 한전이 공사를 재개했지만 역시 극심한 대립과 마찰을 불러 공사 진척이 미진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인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정부와 밀양 주민, 국회 추천 각 3명씩 총 9명으로 구성돼 최장 45일간 활동할 예정이다. 원만한 타협으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역 주민들의 핵심 주장은 ‘지중화’다. 즉 신고리 원전에서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연결되는 765㎸ 고압 송전선로를 땅속에 묻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반대 입장이다. 지중화에 2조원이 넘는 재원과 건설기간만 10년이 걸림은 물론 무엇보다 지중화 기술이 세계적으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345㎸로 전압을 낮춰 지중화하는 것도 시작점과 끝점에 변전소 2곳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역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주민들은 과거 남부산-북부산 간에 도심 송전선로를 지중화 했던 전례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우회 송전도 요구하고 있다.
고리-신울산 345㎸ 송전로가 유력한 우회로 중 하나지만 한전은 운전 부하량이 현재도 거의 100%에 도달해 있어 전력을 더 실을 공간이 없다며 고려치 않고 있다.
양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협의체에서 과연 ‘솔로몬의 지혜’를 찾을 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밀양 송전탑 갈등이 '제주 해군기지'꼴로 비화되지 않을 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송전탑 건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공사를 재개한 조환익 한전 사장에 대한 여론과 사태추이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전문가협의체의 방안이 받아들여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