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김순옥
아주 먼 옛날
자목련 꽃이 흩 드러진
아흔아홉깐짜리 기와집에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둘 오빠 둘 동생 다섯
나 행랑어멈 돌출이 아저씨
주방참모 여울 댁이 살았었대
개화의 바람이 불면서
행랑어멈. 돌출이아저씨가
기와집을 떠나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조상님이계신 볏 좋은
양지쯤으로 거쳐를 옮기시고
넓은 잔디지붕에
할미꽃 10포기를 심어
정원을 만드셨어
병세가 심해진
행랑어멈도 햇살 좋은 어느 날
바람이 되어 날아갔고
큰오빠 큰언니는 공부한다며
기와집을 떠났지
하나 둘 기와집을 떠나는
우리 형제 자매들
세월이 많이 흘러간
어느 날
기와집 텅빈 바지랑떼 위엔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만 남아
아흔 아홉칸 기와집의
주인이 되었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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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글헤는밤
인생 김순옥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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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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