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과 10cm 외 1편
정 병 호
그거 아세요
그가 진동하는 것을
이런 몸짓도 있죠
가방은 반쯤 흘러내리고 뒤틀린 팔에 매달린 신발주머니 아슬한
교문까지 언덕길 춤추며 올라가죠
직선을 파선으로 만드는 어지러운 말이 있죠
저런 애는 특수학교나 특수반으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우리 애들이 흉내 낼 때면 소름이 끼친다니까요
엄마가 동남아 여자래요 아빠는 노가다래요
누가 그러데요 세계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끈으로 되어있다고
남자와 여자 두려움과 불안 한쪽씩 잡고 곡예 시작한거죠
그는 줄타기의 균형이었데요 중심도 떨림의 일종이었을까요
그에게 변화가 생긴거죠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줄이 낡고 느슨해진 것이
파동이 전하데요 여자가 도망갔다고
남자는 여자를 찾아 다녔고 진폭이 커질 때마다
그의 몸은 빨갛게 퍼렇게 물들었죠
그럴 때면 골목이 거칠고 이기적인 진동으로 가득했어요
그날도, 그는 온몸 흔들며 집에 왔데요
‘아 버 지 가 죽 였 다 아 버 지 가 죽 였 다’
툭, 끈 떨어지는 소리
근데 그거 아세요
바닥과 끈의 간격이 10cm도 되지 않았데요
먼 산 보기
정 병 호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운다고 과태료
나하고 상관없어, 물개박수
소주 2병 이상 마셨다고 과태료
나하고 상관없어, 물개박수
뚱뚱하다고 과태료
나하고 상관없어, 물개박수
결혼하지 않는다고 과태료
나하고 상관없어, 물개박수
결혼 후 아이 낳지 않는다고 과태료
나하고 상관없어, 물개박수
오래 산다고 과태료
나하고 상관없어, 물개박수
.
.
.
과태료, 한 번도 내지 않았다고 과태료
사육사가 던져주는 먹이 받아먹고
손짓에 따라 움직이는 물개
물개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