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문희종 주교가 제대 앞에 엎드렸다.
그의 사목표어 ‘마리아를 통하여 그리스도께로, 사랑·겸손·순종’을 가장 잘 드러내는 모습으로 하느님의 은총과 성인의 전구를 청했다.
이어지는 안수와 기도.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수원교구가 처음으로 맞는 두 번째 보좌주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문 주교가 조용히 눈을 감고 입당을 기다리는 동안, 신자들은 기도로 서품식을 준비했다.
수원교구민들은 문 주교가 임명된 7월 23일부터 기도해 이날 문 주교에게 주교를 위한 기도 1229만3140회, 묵주기도 528만5078단, 희생 30만3091회, 미사참례 110만1449회, 성체조배 24만7472회를 영적예물로 전달했다.
서품식 중에도 기도로 함께한 신자들은 감격에 눈물을 훔치기도.
문 주교의 동생 문희승(시몬·48·평택본당)씨는 “엎드려서 성인호칭기도를 할 때 눈물이 핑 돌았다”며 “예수님 사랑을 그대로 전하는 주교님이 되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예물 봉헌은 수원교구 어린이대표의 꽃바구니 전달로 시작됐다. 긴장한 탓인지 어린이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자 문 주교는 미소를 지으며 어린이를 맞았다. 모든 예식을 마치고 퇴장하면서는 봉헌한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청소년대표는 교구 청소년사목을 상징하는 「청소년사목지침서」를, 청년대표는 말씀 안에 살아가길 바라는 의미로 성경을, 이주민대표는 세계교회의 일치를 상징하는 지구본을, 장애인대표는 보호작업장에서 만든 떡을, 수도회대표는 세상을 복음의 빛으로 비춰달라는 의미로 초를 문 주교에게 선물했다.
꽃바구니를 전달한 노윤희(글라라·초3·본오동성요한세례자본당)양은 “주교님께 꽃을 드리러 갈 때 환하게 웃어주셔서 기뻤다”면서 “주교님이 건강하고 훌륭한 주교님이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주교도 서품식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떡과 묵주를 선물로 나눠줬다.
◎…교구민들의 정성이 서품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서품식의 성가는 수원교구 합창단과 신학생으로 구성된 연합 성가대와 수원교구 가톨릭청소년오케스트라가 맡았다.
특히 청소년오케스트라는 문 주교가 복음화국장 재직 당시 창단된 단체로, 문 주교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문 주교는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연습 기간에 간식과 식사도 제공하곤 했다. 이번 주교 서품 미사 연주도 문 주교의 특별 요청으로 이뤄졌다.
첼로 연주자 이승언(루치아·18)양은 “주교님께서는 바쁘신 중에도 항상 저희를 잘 챙겨주시고 밥도 많이 사주셨다”면서 “그런 주교님을 위해 연주를 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문 주교가 서품식에 사용한 목장(牧杖)은 수원가톨릭미술가회 이재옥(모데스타·57) 작가가 제작했다. 겸손한 사람의 형상을 한 나무 목장에는 3마리의 양이 조각돼 ‘착한 목자’를 소망하는 뜻을 담았다.
◎…엄숙한 예식이 끝나고 열린 축하식은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의 축사로 웃음바다를 이뤘다. 주교 임명 소식을 전해 듣는 문 주교를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은 마리아에 빗댄 재치 있는 묘사가 문 주교의 상황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신부는 문 주교가 마리아처럼 몹시 놀라면서 “교황대사가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하고 반문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문 주교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 문희‘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한세례자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한 말을 빌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축하인사를 전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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