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효가(忠孝歌)』는 357구의 장편가사로 한국 교회사 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다. 가로 22.5cm 세로 16.5cm의 한지에 단정한 글씨로 쓰여 있는데, 총 10장의 단권(單券)으로 되어 책이름이 곧 작품의 이름이 된다.
표지 좌측 상단에 “충효가”라고 종서(縱書)로 기록되어 있고, 우측 상단에 “辛卯三月日”이라는 기록으로 보아 1891년에 창작․필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충효가(忠孝歌)』의 내용은 다른 천주가사와 마찬가지로 천주교의 교리를 노래하였으되, 충효의 개념과 대상을 부모, 국왕뿐만 아니라 천주에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즉 천주에게 효경하는 것이 인간의 바른 본분임을 밝히고, 무군무부(無君無父)의 유교적 벽위론(闢衛論)에 대해여 시재빈인(施財貧人)의 사랑을 노래한 점이 주목된다. 그리고 동양 고전의 고사를 원용하여 천주교 사상과 유교 사상의 합일적인 지향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 것도 특징이다.
○ 자료는 『천주가사 자료집 上』(하성래 감수․김영수 엮음,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0, pp.444~456.)을 옮겨 적었음
○ 자료집에는 한글 가사체로 되어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아래 줄에 현대어 번역 및 한자(漢字)를 병기(倂記)하였음
<표지>
충효가
辛卯三月日
충효가 신묘 삼월 일
<1-앞>
어화우리 사ᄅᆞᆷ이여 우쥬간에 빗겨셔셔
(어화 우리 사람이여 우주(宇宙) 사이에 비켜서서)
앙관ᄒᆞ니 하날이오 부찰ᄒᆞ니 ᄯᅡ히로다
(앙관仰觀: 우러러 바라봄 하니 하늘이요 부찰俯察: 구부려 살핌 하니 땅이로다)
하ᄂᆞᆯ에ᄂᆞᆫ 일월셩신 이셰샹을 빗최이고
(하늘에는 일월성신日月星辰: 해와 달을 비롯한 온갖 별들 이 세상을 비추고)
ᄯᅡ희ᄂᆞᆫ 오곡ᄇᆡᆨ과 이사ᄅᆞᆷ을 기롬이라
(땅에는 오곡백과五穀百果: 쌀, 보리, 콩, 조, 기장 등 5가지 곡식 또는 곡식의 총칭 ; 온갖 과일 이 사람을 기름이라)
만화방창 봄이되고 록음방초 여름일셰
(만화방창萬化方暢: 온갖 사물이 바야흐로 자라나 흐드러짐 봄이 되고 녹음방초綠陰芳草: 짙은 푸르름과 꽃과 풀들 여름일세)
흉연풍연 츄슈하고 ᄂᆡ젹ᄂᆡ창 동쟝ᄒᆞ니
(흉년풍년凶年豊年 추수秋收하고 내적내창內積內倉: 집안으로 곡식을 쌓아둠 동장冬藏: 겨울을 나기 위해 저장함 하니)
츈하츄동 ᄉᆞ시졀은 한ᄅᆡ셔왕 졀노되나
(춘하추동春夏秋冬: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절四時節: 네 계절은 한래서왕寒來暑往: 추위가 오면 더위가 감 저절로 되나)
졀노된다 무ᄉᆞᆷ말고 님ᄌᆞ업시 졀노될가
(저절로 된다 무슨 말인가 임자 없이 저절로 될까)
텬디라도 남자잇고 만물도시 님ᄌᆞ잇네
(천지天地라도 임자 있고 만물萬物 모두가 임자 있네)
텬ᄀᆡ디벽 ᄒᆞ신대쥬 텬디말물 님ᄌᆞ로다
(천지개벽天地開闢: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림 하신 크신 주님 천지만물天地萬物 임자로다)
변화만물 죠물쥬오 텬ᄉᆡᆼ증민 샹뎨시라
(변화만물變化萬物: 변화하는 모든 만물 조물주造物主: 모든 사물을 만드신 하느님이요 천생증민天生蒸民: 하늘이 낸 모든 백성의 상제上帝: 하느님이시라)
텬디지간 만물즁에 사ᄅᆞᆷᄀᆞ쟝 귀ᄒᆞ도다
(천지지간天地之間: 하늘과 땅 사이 만물萬物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貴하도다)
귀ᄒᆞᆫ본분 무어시뇨 츙군효친 읏듬일셰
(귀貴한 본분本分 무엇이냐 충군효친忠君孝親: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함 으뜸일세)
부모된이 ᄌᆞ식ᄉᆞ랑 ᄌᆞ식된이 부모효경
(부모父母된 사람 자식 사랑 자식子息된 사람 부모에게 효경孝敬)
ᄌᆞ식되고 불효키나 신하되고 불츙ᄒᆞ면
(자식되고 불효不孝하거나 신하臣下되어 불충不忠하면)
사ᄅᆞᆷ이라 ᄒᆞᆯ것업고 즘ᄉᆡᆼ만도 못ᄒᆞ도다
(사람이라 할 것 없고 짐승만도 못하도다)
호랑이도 ᄌᆞ식ᄉᆞ랑 ᄀᆡ암이도 님군잇네
(호랑이도 자식 사랑 개미도 임금 있네)
ᄭᅡ마귀도 반포ᄒᆞ고 견마라도 효츙ᄒᆞ네
(까마귀도 반포지효反哺之孝: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하고 견마犬馬: 개와 말이라도 효충效忠: 힘써서 충성을 다함 하네)
<1-뒤>
즘ᄉᆡᆼ이야 령혼잇나 사ᄅᆞᆷ오직 령혼잇네
(짐승이야 영혼靈魂 있나 사람 오직 영혼 있네)
령혼은 무어시뇨 사ᄅᆞᆷ마다 ᄒᆞ나잇서
(영혼은 무엇이냐 사람마다 하나 있어)
쥬쟝되고 내가되니 내가본ᄃᆡ 신령이라
(주장主張되고 내가 되니 내가 본래 신령神靈이라)
인의레지 분별잇고 효뎨츙신 표양보네
(인의예지仁義禮智 분별分別 있고 효제충신孝弟忠信: 부모에 대한 효도, 형제간의 우애, 임금에 대한 충성, 친구와의 신의를 아울러 이르는 말 표양表樣 보네)
량지량능 허령ᄒᆞ고 호연오악 샹벌잇다
(양지양능良知良能: 교육이나 경험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사물을 알고 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작용 허령許靈: 영혼이 관장함 하고 호연浩然: 넓은 마음과 오악五惡: 다섯 가지 악한 일 상벌賞罰 있다 *호연오악-미상)
육신ᄲᅮᆫ만 사ᄅᆞᆷ인가 영혼결합 사ᄅᆞᆷ일셰
(육신肉身 뿐만 사람인가 영혼靈魂 결합結合 사람일세)
집과ᄀᆞᆺᄒᆞᆫ 육신이오 쥬인ᄀᆞᆺᄒᆞᆫ 령혼이라
(집과 같은 육신肉身이요 주인主人 같은 영혼靈魂이라)
령혼긔묘 텬신ᄀᆞᆺ고 육신ᄉᆞ욕 즘ᄉᆡᆼᄀᆞᆺ다
(영혼靈魂 기묘奇妙 천신天神: 천사 같고 육신肉身 사욕私慾: 사사로운 욕심 짐승 같다)
령혼육신 결합ᄒᆞ야 언제브터 내가잇나
(영혼靈魂 육신肉身 결합結合하여 언제부터 내가 있나)
몃ᄒᆡ젼에 업던내가 부모의게 삼겨낫나
(몇 해 전에 없던 내가 부모父母에게서 생겨났나)
부모능과 부모죄로 ᄯᆞᆯ과아ᄃᆞᆯ 못ᄆᆞᆫᄃᆞ네
(부모父母 능력能力과 부모 재주로 딸과 아들 못 만드네)
육신을 말ᄒᆞ여도 이목구비 슈죡ᄎᆞ례
(육신肉身을 말하여도 이목구비耳目口鼻: 귀, 눈, 입, 코 수족手足: 손과 발 차례次例: 만들어지는 순서)
되ᄂᆞᆫ묘리 모로거든 무ᄉᆞᆷᄌᆡ죠 나흘소냐
(되는 묘리妙理: 묘한 이치 모르는데 무슨 재주로 낳을쏘냐)
부모혈육 ᄌᆡ로삼고 샹졔조화 ᄉᆡᆼ긔븟쳐
(부모혈육父母血肉: 부모의 피와 몸 재료材料 삼고 상제上帝: 하느님 조화 생기生氣 부쳐)
오쟝육부 안ᄇᆡᄒᆞ고 ᄉᆞ지ᄇᆡᆨ톄 ᄎᆞ례ᄃᆡ로
(오장육부五臟六腑: 사람 몸속에 있는 다섯 가지 내장인 간장肝臟, 심장心臟, 비장脾臟, 폐장肺臟, 신장腎臟과 여섯 가지 기관인 담膽, 위胃, 대장大腸, 소장小腸, 삼초三焦, 방광膀胱 등을 가리킴 안배按排: 알맞게 배치함하고 사지백체四肢百體: 팔과 다리를 포함한 온몸 차례次例대로)
쟝인바치 그ᄅᆞᆺ짓듯 샹데조화 육신내고
장인바치匠人: 물건을 만드는 기술 있는 사람을 낮추어 부름 그릇 만들 듯 상제上帝: 하느님 조화造化 육신肉身 만들고)
령혼ᄒᆞ나 조셩ᄒᆞ야 이육신에 븟처주네
(영혼靈魂 하나 조성造成: 만들어 이룸 하여 이 육신肉身에 붙여주네)
령혼묘리 말ᄒᆞᆯ진대 부모긔혈 아니로다
(영혼靈魂 묘리妙理 말할진대 부모父母 기혈氣血 아니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