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이나 국립묘지가 아니다. 용역과 사측이 철통같이 지키는 삼성본관 앞이다. 27일, 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김소연 노동자대통령 후보가 ‘삼성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공식 선거운동의 첫 발을 뗐다.
율동하는 선거운동원도, 으리으리한 선거차량도 없다.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해고자들이 쌈짓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 후보 등록비용을 마련했다. 열악한 선본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의 힘으로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내세웠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모두의 눈빛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27일 김소연 노동자대통령 후보 출정식에 진보신당 김종철 대표 권한대행과 서울시당이 함께 했다.
▲ 27일 서울 강남 삼성 본사 앞에서 김소연 노동자대통령 후보의 출정식이 열렸다. (사진: 진보신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추진위원회(사노위) 장혜경 대표는 “삼성은 한국 재벌기업의 대표이자 반노동, 반사회적 초국적기업이다. 삼성 자본의 본사 앞에서 선거투쟁을 시작한다는 것, 그것은 자본이 지배하는 이 사회를 엎어야 하는 노동자민중의 절박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정권교체한다고 노동자민중의 삶이 결코 나아지지 않습니다. 전쟁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투기와 환경파괴, 비정규직,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이 사회가 자본의 지배 아래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민중이 직접 나서서 근원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합니다."
정권교체가 세상을 바꾸지 않아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논리가 양산되는 사회, 기업이 힘들면 노동자는 언제든 그만둬야 하는 것이 노동자의 숙명인 양 회자되는 사회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김소연 후보가 제 1호 공약으로 정리해고 폐지를 당당히 내걸었습니다. 안철수도 문재인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비정규직, 정리해고입니다. 그런데 직접 현장에서 단식을 하며 비정규직을 위해 싸워온 후보가 출마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와 문재인이 정말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다면, 기꺼이 김소연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김소연 후보 지지발언을 하는 진보신당 김종철 대표 권한대행. (사진: 진보신당) 김소연 후보 적극지지 방침을 결정한 진보신당의 김종철 대표 권한대행은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1,800여일의 기륭전자 투쟁을 상기시키며 김소연 후보의 선거투쟁에 연대와 동참을 호소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건희가 30년동안 이 나라 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한 건 노동자들의 피땀이며 노동자들의 죽음입니다. 바로 이것이 삼성자본의 실체입니다. 백혈병 피해 노동자도 나몰라라 하고 노동자들을 도청, 미행, 납치하며 노조 설립을 방해한 삼성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억압받고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자본 뿐만 아니라 행정, 경찰, 모든 국가 권력이 비호하고 있습니다. 김소연 후보의 출마는 곧 이 땅의 권력들과의 싸움입니다."
삼성일반노조의 김성환 위원장은 그 누구도 삼성의 문제점을 말하지 않을 때 삼성자본의 코앞에서 출정식을 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며 김소연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삼성일반노조는 최근 삼성SDI의 전 인사차장이 노동자 도청/미행과 불법로비를 양심선언하면서 민변과 함께 이건희 회장을 고소했다.
김소연 후보, 모두가 삼성을 두려워할 때 삼성 코 앞에서 후보 첫발 떼다
▲ 반도체 노동자 인권운동단체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 씨. (사진: 진보신당) “내 생에 처음으로 나의 정치적 지지 의사를 당당히 밝힐 수 있는 후보가 나왔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누가 노동자들에게 덜 혹독할까’ 고민하다 죽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드디어 같은 세상을 꿈꾸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노동자 후보가 나왔습니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운동 단체인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 씨는 "김소연 후보에게 주는 표는 사표가 아니다"며 "저 후보는 덜 악독하겠지, 저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마음에 거대정당 후보에게 보내는 표가 사표"라고 강조했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재벌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정권 재창출한다고, 정권교체한다고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시장과 재벌에게 넘어간 권력을 노동자민중의 싸움으로 되찾겠습니다."
김소연 후보는, 삼성그룹이 해고자를 복직하고 노조탄압 중단, 백혈병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간 노동자들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보상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각종 탈법행위로 축재한 재벌의 자산을 몰수해야 하고 부자감세 철회,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 공기업 사유화 전면 중단 등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요구와 주장은 결코 헛되거나 비현실적이지 않다"며 99%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는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 이날 기자회견을 끝내고 김소연 후보와 운동원들은 각종 정책 피켓을 들고 삼성 본관을 들어가려다 용역 경비들과 20여분간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진: 진보신당) 이날 출정식을 통해 대선 공식 선거운동에 나선 김소연 후보는 28일(수) 공단지역 및 정리해고 사업장 집중유세, 29일(목)에는 불법파견 공단과 관련 사업장, 30일(금)은 재능지부 등 특수고용 노동자 거점지역을 돌며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노동현안들을 중심으로 유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