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소아심장 수술醫 33명뿐… 어린 생명 살릴 의사는 있어야
입력 2023-10-11 00:15업데이트 2023-10-11 07:04
어린이 심장병을 수술하는 전문의가 급감하면서 2035년에는 국내에 단 17명만 남게 될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대한소아심장학회에 따르면 현재도 전국에 33명밖에 없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현역 의사들의 은퇴, 신규 지원자 감소 등으로 12년 뒤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가히 ‘소멸 위기’ 수준의 의료 인력난이다.
심장질환 검사와 비(非)수술적 치료 등을 맡는 소아심장내과 전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대로면 현재 129명인 의사가 2035년에는 94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소아심장 전문의 1명당 매년 107명의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데 과부하 현상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환자 상당수가 지속적인 추적, 관찰 치료를 받아야 해 매년 쌓여 가는 것도 특징이다. 의사들의 피로 누적과 의료사고 위험 증가, 이로 인한 의사들의 추가 이탈 악순환이 우려된다.
체구가 작은 0∼9세 소아들의 심장병 치료는 성인에 비해 훨씬 어렵고 위험도가 높아 고도의 전문성과 의학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그만큼 오랜 숙련 과정과 인력 지원이 요구된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30명을 뽑는 소아 심장혈관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단 1명뿐이었다. 소아청소년과 전체로 넓혀 봐도 4명(전체 143명의 2.8%)만 지원했다고 한다. 새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역인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들의 고령화마저 빠르게 진행되면서 평균 연령은 52세로 높아져 있다.
업무 과중과 왜곡된 보상체계 등으로 인한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껏 뛰놀며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심장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그러잖아도 저출산 위기에 놓인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닫아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 찔끔찔끔 인상에 그쳤던 의료 수가 현실화, 의사 지원을 늘릴 보상 강화,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확대 등 논의에 속도를 내지 않고는 시시각각 심화하는 의료 공백을 막을 수 없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새파랗게 변한 아이를 안고 의사를 찾아 헤매는 부모들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