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마음에 새겨진 법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일, 자발성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넘치는 카리스마로 연설을 통해 수많은 청중이 환호하게 만들고 거기에 행동으로 옮기게까지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사기를 치는 것도 쉽지 않다. 그 사람이 속도록 하려면 그의 취향을 알아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선물만큼 좋은 건 없다. 의도와 부탁이 있으면 뇌물이지만 그런 것이 없으면 선물이고 사랑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사람은 법과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 아니 그러지 못한다. 위협과 두려움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척 하지만 그게 사라지거나 익숙해지면 제 멋대로 한다. 언제든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하느님은 사람을 잘 아신다. 마음이 움직이면 율법을 몰라도 하느님 뜻을 따른다. 하느님은 당신을 믿는 이들 마음에 당신 사랑을 새겨 넣으셨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예레 31,33).”
선물이 아무리 좋아도 예수님이 겪으신 십자가 수난과 죽음은 지나친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하느님 사랑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선물을 기쁘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반대로, 하느님이 죽어야 할 만큼 내가 그렇게 나쁜 죄인인가? 그것보다는 누구든지, 어떤 죄든지 용서받을 수 있다는 하느님의 약속이다. 하느님 사랑이 무한하다는 설교다. 성령님을 모독하는 죄만 아니면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마태 12,31). 죄를 용서받음을 믿지 않는 게 곧 성령님을 모독하는 거다. 하느님이 죽기까지 했는데 그걸 믿지 못하면 다른 누구에게서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베드로 사도는 하느님이 은총을 내려주셔서 예수님에게서 그분의 신성을 알아봤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마태 16,17).” 그러나 그 신성이 인간 세상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내다볼 수 없었다. 아니, 그는 자기가 바라는 하느님만 생각했다. 그게 바로 사탄이 내 안에서 벌이는 속임수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 힘과 성공만을 바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마음이다. 하느님을 그 세속적인 틀에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신은 마음에 새겨지지 않는다. 그저 허공 높은 곳에 있을 뿐이다. 우리 하느님은 마음 안, 깊숙한 곳에 나보다 나에게 더 가까이 계신다. 그래서 하느님은 사람을 아신다. 하느님은 사람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아신다.
예수님, 주님을 믿으면 믿을수록 제 마음이 주님께로 향합니다. 벌과 심판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선물에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제 모든 사랑이 주님께 꽂히는 날, 저는 다른 의인들과 함께 하늘나라에 있을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