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나온 연고이전 소식으로 예전 기사들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그 중 인터넷에는 없는 10년 전 점프볼 7월호 에 실렸던 손대범 기자님의 칼럼을
그대로 게시글로 옮겨보고자 합니다.
전문을 퍼오는 게 안된다고 알고 있지만 10년이 지났고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 아니라
전문을 쓰고자 합니다.
10년의 공백기 끝에 다시 새로운 팀이 들어선 대구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신축경기장은 프로구단의 로망과도 같다. 대부분 구단과 연고지 시의회의 갈등은 '경기장'이라는 세 글자에서 시작됐다. 2011년 연고지 이전 문제로 시끌벅적했던 NBA 새크라멘토 킹스의 애너하임 이전도 아코 아레나(Arco Arena)가 원인이 됐고, 시애틀 슈퍼소닉스가 지금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된 배경에도 낙후된 키 아레나(Key Arena) 개 · 보수 문제가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프로구단 유치는 지역이 시민들의 문화 및 편의생활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경기 시설과 세금 감면, 공적 자금 등은 구단 유치의 가장 확실한 미끼로 작용해왔다.
이 논리만 따지면 오리온스는 크게 잘못한 부분은 없다. 더 나은 환경에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이라면 누구나 다 원하는 부분이니 말이다. 팬들을 6번째 멤버로 여긴다며 6번을 영구결번 했던 새크라멘토 킹스조차도 연고지를 옮기려 했고, 814경기 연속 매진기록을 만들어준 팬들을 등지려 했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도 있었다. 비즈니스 논리만 놓고 본다면 7천석 규모에 국제대회까지 치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고양실내체육관과 경기 북부라는 새로운 시장은 오리온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최성 고양시장도 6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최고의 스포츠 인프라를 갖고 있는 고양시에서 산업적 유치 경제 효과 뿐 아니라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구든을 만들어 시민 축제의 형태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과정에 있었다. 이별에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법인데, 오리온스는 너무 막나갔다. 핑계도 말이 맞지 않았고, 그 뒤에 따른 조치들도 이래저래 프로팀답지 않았다.
심용섭 단장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유는 "최근 3~4년동안 팀 성적이 너무 나빴고, 고양시에서 적극적으로 유치를 희망했다"는 것이었다. 최근 4시즌동안 오리온스는 10위 3번, 9위 1번 등 팬들에게 보여준 것이 없었다. 게다가 김승현 이면 계약사태, 잦은 감독교체 등 갖가지 구설로 신뢰를 잃어갔다. 이쯤되면 쉬는 날 시간을 쪼개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정(情)'을 주는 팬들이 대견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대구팬들은 늘 열정적이었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사례는 32연패뿐이지만, 전희철과 김병철이 군대에서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바닥을 칠 때도 오리온스 팬들은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과 교감했다. 중립경기장에서조차 오리온스 팬들이 만들어 내는 데시벨은 현대, 기아 만큼이나 높았다. 통합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진출당시의 열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필자조차 기자석도 꽉 차고, 관중석마저 꽉 찬 탓에 복도에 서서 취재를 한 기억이 있다. 플레이오프 경기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비록 관중동원은 최하위였다고는 하지만, 2010-2011시즌에도 열성팬들은 꾸준히 경기장을 찾았다. 성적은 안좋았지만, 비시즌 중 팬들과 이렇다 할 만남의 기회도 주지 않는 구단이었지만, 마치 그들은 애써 오리온스를 좋아해야할 이유를 찾는 것 같았다. 이동준의 기량발전, 김태우의 발견, 2011-2012시즌에 대한 기대감 등... 한마디로 '정'으로 버텼다. 또한 창원이나 전주처럼 부각되진 않았지만 대구 역시 '농구의 도시'였다. 매년 전국길거리농구대회 상위 입상팀 중에는 대구 출신이 꼭 있었을 정도다. 이쯤되면 오리온스는 관중이 줄어든 이유를 시장(market)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토록 농구를 사랑하던 시민들이 왜 경기장을 찾지 않았을까?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의 배경은 또 있었다. 심 단장은 "본사가 서울에 있고 임대관계에도 힘든 부분이 있었다. 대구에 있으면 이중살림이 아닌 사중살림을 해야 했다. 고양시는 선수들과 프런트 모두 출퇴근이 가능하다. 경기와 연습에 몰두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연고지 이전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지역 팬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KBL인데, 부산, 울산, 창원, 원주, 전주에 연고를 둔 구단들도 혹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럴 바에는 지역연고제도가 없는 것이 낫다. 천하의 마이클 조던조차 NBA 워싱턴 위저즈 경영자로 참가하던 시절, 지역언론으로부터 "집은 시카고에 있는데 도대체 워싱턴에서 돌아가는 일은 어떻게 관장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조던은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업무를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좋은 여론을 형성하는데는 실패했다.
'유치한 핑계'에 실망한 팬들은 오리온스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는 실망이 아닌 '분노'를 표출했다. 이른바 말 바꾸기 사건에 대한 분노였다. 사실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설은 지난시즌부터 돌았다. 연맹 및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몇 차례 이야기가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부분은 없었다. 팬들에게 구체적으로 보도된 것은 6월 8일이었다. 오리온스는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며칠 후 고양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를 발표함에 따라 거짓임이 밝혀졌다. 안하느니만 못한 해명으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것과 다름없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구시는 오리온스를 방문한 자리에서조차 MOU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한다.
심용섭 단장은 "우리가 새로 옮길 곳에서의 절차를 모두 마치고 나서 말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양시와의 MOU 체결이 되겠는가"라고 해명했다.
이별통보부터 정리까지 오리온스는 일사천리였다. 마치 오래 사귄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한 뒤, 집에 오기가 무섭게 휴대폰번호를 지우고 개인 홈페이지 사진까지 다 정리하듯 말이다. 이들은 MOU 체결 후 곧바로 숙소와 훈련장소를 고양으로 옮겼다. 경인지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시즌 선전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바로 KBL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심용섭 단장은 "연고지 이전이 한 번도 부결된 적이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승인하는 것이 관행이다. 지금까지 관행대로 이사회에서 승인해 줄 것" 이라고 했다. 연고지 이전 결정이 이사회 승인을 받지 못한 전례가 없기에 고양시로의 이전도 문제없다는 속단을 내린 셈이다. 오리온스는 홈페이지 팝업창으로 메시지 하나 띄워놓고 대구를 그들의 역사에서 지웠다.
연고지 이전이 확정 될 경우 추승균(전주KCC)과 함께 '유이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병철의 은퇴 역시 초라한 모양새가 될 것이다. 오리온스 창단 멤버로서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어왔던 김병철이었다. 대구에서 그는 어른이 됐고, 가정을 만들었으며 농구선수로서도 많은 부와 명예를 쌓았다. 반드시 대구에 감사의 표시를 전해야 할 이유가 있다. 팬들 역시 김병철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준 농구선수로서 마지막을 축복해주고 싶어했다. 팬들은 '적어도 은퇴식만큼은 대구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도 선수에게 정을 줬던 것이다. 그러나, 오리온스의 고양시 이전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김병철은 단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는 고양체육관에서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어색한 상황을 맞아야 할 것이다.
오리온스가 떠나면서 대구시는 빈자리가 됐다. 설령 다른 팀이 훗날 대구를 찾는다고 해도 오리온스만큼 대구팬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을 지는 의문이다. NBA의 호네츠 구단은 스타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구단주마저 구설수에 오른 탓에 샬럿에서 뉴올리언스로 쫓겨나다시피 연고지를 바꾸었다. 훗날 그 자리에 샬럿 밥캐츠라는 구단이 새로 들어왔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한때 전국구 구단으로 각광받았던 호네츠의 후광을 받기는 커녕 지역내 기업체들과의 갈등으로 스폰서 영업조차 어려워했던 것이다. 이 현실은 지역 내 최고스타였던 마이클 조던이 구단주에 오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으로 인한 타격은 비단 오리온스만의 타격이 아닌 이유다.
“오리온스에서 뛰면서 대구를 알게 되었고, 대구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떠나게 돼 저 역시 마음이 무겁고, 팬들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함께 보낸 15년이라는 시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팬들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 2011년 7월호 김병철 인터뷰 中 -
첫댓글 그러고보니 서동철 감독은 이전이력이 2번 생기는군요 흔치않은일인데
이거 뒷이야기로 이랜드가 수도권으로 이전하면 구단 인수한다 그래서 오리온이 고양으로 이전했는데 이랜드가 농구단 인수 안하고 축구팀 창단했다는 이야기가 있죠
김병철이 양준혁 은퇴식때 와서 꽃다발 전달했죠. 그때 야구장 관중들 환호가 참 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