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간들 제가 멀쩡할 수 있나요? <들꽃풍경>의 송년 행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모임은 4시부터니까 미리미리 모든 준비를 앞당겨 했지요. 우령감 저녁 준비도 미리미리~ 입고 갈 옷도 미리미리~ 세탁기
빨래 돌린 거 갖다 너는 것도 미리미리~ 머리 손질도 미리미리~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진행 되었지요.
다음 차례로 돈도 미리미리~ 챙기려고 하다 보니까 핸드백에 돈이
삼마넌밖에 없는 겁니다.회비도 내야겠고, 배가 훌쭉한 차에댜가
기름도 멕여야겠는데 그 돈 가지고는 가당치도 않지요.
그럼 며칠 전에 내가 갖고 있던 삼십마논은 어디로 간 걸까! 아, 이제부터 다시 땀나는 보물찾기가 시작 되었지요. 장농 서랍이며 책상 서랍, 옷장에 걸린 옷이란 옷의 주머니들..
좋은 핸드백부터 사은품으로 받은 핸드백에 이르기까지 죄다
모조리 샤그리 다 뒤졌습니다.
아, 또 시간은 다가 오는데 아무리 대가리(머리 자격 없음)를
굴려봐도 안 풀리는 수학 문제지 앞에 놨던 학생 시절도 그만큼
답답하진 않았을 겁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 아주 낙담 내지는 실망 좌절 절망하고 있는데 반짝! 머리에 불이 들어 오는 겁니다. 그래도 설마하면서도 행여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 베란다 빨래 널어 놓은 곳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축축한 바지 주머니를 만져 보니까 뭔가 있습디다!
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손을 넣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제까짓게
어딜 가겠어? 주머니 속에서 물에 젖고 세탁기 안에서 정신없이
휘둘린 가여운 돈뭉치가 흠뻑 젖은 채로 나오는 겁니다.아! 그때의
후련함이라니...그 맛을 모르는 사람은 불행할진저!
물이 줄줄 흐르는 돈을 타월로 싸서 톡톡 두들겨 가지고 젖은 돈이라 지갑에도 못 넣고 비닐 주머니에다가 싸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까만 실크에 수를 놓은 까만 치마에다가 꽃자주색 웃도리를 받쳐
입고 역시 까만 비로드 긴 코트를 우아하게 받쳐입고 명품 가방 살짝 들고 사브작 사브작 걸어 나가서 차에 올랐습니다.
드디어 모임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회원님들이
반갑다고 서로 얼싸안고 만남을 기뻐했지요. 물론 얼른 회비부터
냈지요, 촉촉히 젖은 돈으루요. (회비 받은분 아시져?)
그런데 코트까지 입고 나갔는데 그리 춥지 않은 날씬데도 불구하고 아랫도리가 써늘한 겁니다. 놀부네 뚫어진 창호지문으로 들어 오는 황소바람처럼 아랫도리가 너무 써늘하고 추웠습니다. 아랫도리를
슬슬 남몰래 만져 보다가 흠칫 놀랬습니다.
세상에! 어쩌자고 <제임스 딘>망사 삼각 팬티 하나 달랑 입고 그 위에 치마 입고 코트를 입었으니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내 다리가 어찌 되었겠습니까! 아무리 만리길을 걸은 다리지만 추위엔 소용없이 떨렸습니다.
바깥 마당에서도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 밖에 머물러 있어야했지만
전 집안으로 들어가서 누가 오거나 말거나 상한 조개마냥 콕 들어박혀서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1,2부로 나누어진 잔치가 끝나고 나서 마당에서 캠프퍄야가 있었는데 전 코트가 불똥에 타거나 말거나 화톳불 만난 거지처럼 불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들꽃풍경에서 십분 밖에 안 걸린다는 하늬뜰님댁에 갔더니 유황 진흙 오리구이를 비롯해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벼라별 음식이 다 나오는데 허리띠를 끌러야했습니다.
그리고 아니님이 내놓으시는 북한산 북어의 맛이란!!!식탐 많은 제가 배가 먈갛게 부푸르도록 먹어댔지요. 늦게까지 홑 빤쓰 바람으로
덜덜 떨며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 두 시에 귀가했습니다.
<결과>
몸살이 나서 그날 이후 계속 누워 있습니다.
그리고 깨끗이 세탁된 축축한 돈 말리고 있습니다.
돈이 저렇게 눈처럼 내린다면 좋을까요? 안 좋은 일이 더 많을 것 같다구요?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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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고~~~~~~
후~~~~~~~~~~~안나님...
웃음이 묻어나지만 안나님 추우셨겠어요... 전 지금도 건망증땜에 정신 하나도 없는데 세월 더 지나면 저도 돈세탁하고 있을걸요...ㅎㅎㅎ 몸살 얼렁 낫기를요...~
에헤헤 세탁물안에서 돈이 나오는건 저도 가끔합니다 길에서 주운돈처럼 기분 엄청 좋죠 ㅎㅎㅎㅎㅎㅎ
세탁된 돈은 그런데 쓰시는게 아니고요~~~ 뇌물로 쓰거나 이권 챙기는데 요긴하게 쓰시는 겁니다. ㅉㅉ 똑똑하고 높은 넘들은 다 알던데......
ㅎㅎㅎㅎ~~ 그러신 줄 알았다면 제 속바지라도 벗어 드렸을텐데... 그날 하늬뜰에서 먹은 백김치 맛... 잊을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아고~~ 몸살이 왔다니요. 그거 큰일입니다. 감기 몸살중에 흥겨운 잔치에 참여 하려고 그날 진통주사 맞고 모임에 참가 했었는데 그래도 빌빌 대고 부끄러웠습니다. 안나님 빨랑 쾌차 하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