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3일 (화) 촬영.
초대사.
두 형님
저는 모든 시인을 사랑해요
특히 윤동주와 김수영을 사랑하죠
윤동주 형님은 바람에 스치는 별이라서
김수영 형님은 바람에 일어나는 풀이라서요
윤동주를 읽으면 더러운 피가 맑아지고
김수영을 읽으면 식은 피가 뜨거워져요
윤동주 형님은 물로 세례를 주시고
김수영 형님은 불로 세례를 주시죠
윤동주 김수영 두 형님, 늘 고맙습니다
진실로 온몸으로
맑고 뜨겁게 살아가겠습니다
바람에 스치는 별처럼
바람에 일어나는 풀처럼요
2021 10 21 새벽1시 지구별청소부 김발렌티노
권도경 / 푸른 하늘을, 한지에 수묵, 60 x 90cm.
푸른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김수영의 시 푸른하늘을 도경 쓰다.
김종도 / 시인, 캐너스에 아크릴, 80.5 x 100cm.
유 준 / 자유, 한지에 수묵, 95 x 73cm.
정응균 / 거미, 한지에 수묵, 80.3 x 99cm.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음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음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김수영 탄생 백주년 기념 거미를 우정 정응균 그리고 적다.
임덕호 / 거미, 한지에 먹, 70 x 70cm.
박순철 / 양계장 주인 1, 한지에 수묵, 66 x 96cm.
전시장 창문을 통해 본 북악산.
최연 / 풀, Acrylic soft pastel on paper, 90.9 x 72.7cm.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이 시는 김수영(1926~1968) 시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발표한 유작입니다.
임미경 / 꽃잎 2, Mixed media on canvas, 72.7 x 52cm.
임미경 / 꽃잎 2, Mixed media on canvas, 72.7 x 52cm.
김 구 / 개여뀌 보이는 풍경, 닥지, 먹채색, 91.5 x 61.5cm.
박재동 / 강가에서, 종이에 수채, 28.5 x 46.5cm.
강가에서
저이는 나보다 여유가 있다.
저이는 나보다도 가난하게 보이는데
저이는 우리집을 찾아와서 산보를 청한다.
강가에 가서 돌아갈 차비만 남겨놓고 술을 사준다.
아니 돌아갈 차비까지 다 마셨나보다.
식구가 나보다도 일곱식구나 더 많다는데
일요일이면 빼지 않고 강으로 투망을 하러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반드시 四킬로가량을 걷는다고 한다.
죽은 고기처럼 혈색없는 나를 보고
얼마전에는 애 업은 여자하고 오입을 했다고 한다
초저녁에 두번 새벽에 한번
그러니 아직도 늙지 않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래도 추탕을 먹으면서 나보다도 더 땀을 흘리더라만
신문지로 얼굴을 씻으면서 나보고도
산보를 하라고 자꾸 권한다
그는 나보다 가난해 보이는데
남방샤쓰 밑에는 바지에 혁대도 매지 않았는데
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고
그는 나보다도 짐이 무거워 보이는데
그는 나보다도 훨씬 늙었는데
그는 나보다도 눈이 들어갔는데
그는 나보다도 여유가 있고
그는 나에게 공포를 준다
이런 사람을 보면 세상사람들이 다 그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
나같이 사는 것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이렇게도 가련한 놈 어느사이에
자꾸자꾸 小人이 돼간다
俗돼간다 俗돼간다
끝없이 끝없이 동요도 없이 시, 김수영. 화, 박재동.
박재동 / 얼굴, 종이에 붓, 17.5 x 24cm
김발렌티노 / 김수영 형님께!, 한지에 먹, 31 x 33cm
향,
바보학교에서
나 바보만 따로 가르치는
독선생님께서
먹구름 속에서 소나기가 퍼붓던 어느 한 여름 날
세상에 큰 바람이 불어야 한다며
바람 풍(風)자를 여러 모양으로 쓰시다가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나무가 어떤 향나무인지 아시는가?"
뜬금없이 물으셨다
바보답게 커다란 두 눈만 소처럼 하고 있으니까
독선생님께서는 허허허 웃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향나무는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향이 좋다네!
그걸 아는 사람들은 향나무를 집에서 키우다가 향이 그리울 때면
향나무에 날카로운 송곳이나 칼로 깊은 상처를 내서
그 향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네!
나 바보는 그 순간
내가 살면서 상처를 입힌 사람들이 모두 향내나는
향나무 같아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 소나기 먹구름과 함께
엉엉 한참을 크게 울었다.
정주화 / 울링(곧은 소리를 부르다), Mixed media on canvas, 120 x 120cm
자유와 사랑을 노래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 김수영.
그는 1921년 11월 27일, 서울 종로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일제 강점기,
김수영은 암울한 현실속에서도 예술을 향한 열정을 간직한 청년을 서앙한다. 그 시작은 연극을 통해서였다.
이후 1945년, 광복의 기쁨을 안고 가족과 함께 만주로부터 서울로 돌아왔다.
이듬해 김수영은 <예술부락> 제2집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하며
자신의 예술적 무대를 연극에서 문학으로 옮기기에 이른다.
김수영의 시에서 한국 현대시 사상 처음으로 시적인 말과 일상적인 말의 차별이 사라졌다.
이것은 시와 삶을 완전히 일치시키려는 김수영의 치열한 노력과 극단저인 정직성이 낳은 결실이었다.
chiklad. 출처 Unsdlash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에서.
첫댓글 시인 김수영 100주년
기념전 잘봤습니다
이렇게 상세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