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여성을 상징하는 여성정치인은 있어도 대표하는 여성정치인은 없다 한명숙총리나 박근혜대표 같은 이들은 상징적 의미로서의 여성에 머물뿐이다 스스로는 여성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하고있을지 모르나 그들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두 정치인이 여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편을 13년간 옥바라지한 푸근한 모습의 한명숙총리는 여성의 모성을 상징하고 항상 단아한 박근혜대표의 여성적자태는 수동적 여성성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성은 남성의 호감이나 시선을 끌 수 있을진 모르나 여성의 정치의식을 자극하진 못한다 그녀들은 오히려 여성의 교본으로 작용하면서 여성을 틀에 묶어두는 작용을 하게된다
사실 한국정치판에서 여성들이 정치적 의식을 자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구심점으로 삼을만한 여성정치인들은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환영받는 모성성과 우아한 자태를 뽐냈었다 모성성이나 수동적 여성상 아래 모인 여성들에게 결집력있는 정치적 행동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연희의원 사건처럼 남성의 뒤치다꺼리에나 동원될 뿐이다
간혹 추미애처럼 남성의 정치행태를 흉내내는 대찬 여성정치인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들은 광범위한 여성들의 지지를 받긴 어려웠다 추미애의 거친 모습은 오히려 여성에게 정치란 것이 얼마나 접근하기 힘든 것인지를 보여주었고 정치에 발언권을 행사하기위해선 여성성의 포기를 각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녀의 남성성은 되려 남성들에게 더 인기를 끄는 요인이었다
위와같은 여성정치의 한계때문에 나는 강금실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있다 그는 남성중심주의 사회가 기대하는 여성의 상징적 한계에 머물지 않고 그렇다고 여성성을 포기하지도 않은 유일한 정치인이다 그의 존재는 한국여성의 정치의식을 자극하여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이 어렵고도 세밀한 작업을 처음으로 이끌어낼 첫번째 여성정치인이다
일단 강금실로 상징되는 여성은 어렵지않다 그녀는 한총리처럼 13년간 남편 옥바라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기자 서로 쿨하게 헤어졌고 강장관이 빚을 좀 떠앉았을뿐이다 또 거칠지않다 남성들의 공격에 삿대질로 맞섰던 추미애와 달리 강장관은 적당한 여성적 거리두기로 남성들의 공격을 무력화시킨다
여성적 즐거움도 맘껏 누린다 정치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헤어디자인과 패션의 변화를 수시로 즐긴다 얼마전엔 출마발표를 대비한 옷을 맞췄다고해서 일부 언론에서 시비를 걸기도 했을정도다 그래도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강장관은 남성중심의 정치판에서 여성정치인에게 요구되던 모성애나 단아함, 남성 따라하기 등에 의존하지않고 여성성으로만 이 자리까지 왔다 사회에서 사치와 무가치 나약함으로 인식되었던 여성성을 당당하게 과시함으로써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가 업무처리를 하면서 보여준 업무능력으로 여성성은 약하거나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닌 진정 이시대가 수혈 받아야할 하나의 덕목으로까지 높여졌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정치적 의식의 자각을 위해 여성성을 포기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는 여성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강금실은 여성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여성성을 온전히 간직한채 정치하는 법을 보여줬다
추미애 따라하기 한명숙 따라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따라하기는 애초에 태생이 달라서 포기다 그러나 강장관은 부담없이 따라할 수있다 여성들은 강장관처럼 옷입고 머리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여성성을 더 뽐낼 수있다 정치판에서의 그의 여성적 행동도 같은 여성으로서 별로 낯설지않다 여성적 모습과 여성적 행동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은 여인이 남성중심의 정치판에서 유력한 정치인이 되었다는 것 이것이 여성들에게 강금실이 가지는 의미다
남성의원들은 정치의 영역에 여성들을 끌어들이려했지만 강금실은 정치를 여성의 자리에 불러들였다 강금실의 패션과 헤어디자인을 논하면서 여자들은 미용실과 패션몰 안에서도 정치를 논할 수있게 되었다 여성정치의 시작이 미용실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영국에서 노동자를 하나로 만든 것은 축구였다 연대는 실제의 관심 영역에서 시작된다 한국노동운동이 실제 정치세력화가 빨리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공유할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성정치의 시작이 중요하지 그게 무엇에서 비롯되었나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렴 미용실정치가 룸살롱정치보단 못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여성들도 강금실과 함께 정치를 할 때가 되었다 강장관 만약 유세를 한다면 과감하게 미용실과 쇼핑몰도 가주시길 바란다
서울시장 강금실이 하면 재밌을거 같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는 강장관에게 시인 친구가 “니가 하면 재밌을거 같다”는 말을 해줬다고 한다 강장관은 갑자기 그 말에 끌렸다고한다 이명박시장은 강장관이 시장되면 시공무원들이 모두 놀자판이 될거라했는데 강장관은 그 말에 간단하게 부응해버린다
대한민국이 더는 그렇게 절박한 사회가 아니다 출마자들은 모두 자신이 당선되어야 하는 시급한 이유를 말하지만 실제로 지자체의 실정은 그들이 목놓아 외칠만큼 절박하지 않다 또 시의 수장으로서 시장이 민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절박한건 그들의 당선일 뿐이다 왜냐면 시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력들이 이 선거만 건너면 기다리기 때문이다
“재밌을거같다”란 강금실의 절박하지 않음이 좋다 한국정치는 너무 경제와 민생에만 매몰되어있다 한국의 현실을 팍팍하게 한 것은 사실 물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물질을 제대로 향유할 문화가 없어서일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수도인 서울시라면 적어도 먹고살게 해주겠다는 후진적 구호에만 시장을 내맡겨선 안될거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