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 딸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
0. 또 한번의 선거가 끝나고...
아.
지난 12월 19일 또 한번의 대통령의 선거.
아빠가 지지하던 문재인 후보가 낙선했단다.
5년전에는 이미 선거 전에 결정이 되어 있어서,
크게 낙심은 안하고 5년만 참자고 다짐했는데...
이번에 될 수 밖에 없고, 될 사람이고, 그만큼 능력도 뛰어나고,
그가 걸어온 길이 너무 올바르기에 확신을 했기에
낙선이라는 결과는 너무나 큰 아픔이었단다.
한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
농민과 약자들에게 피눈물을 준 정당에게,
바로 그 피해당사자들이 표를 주었다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으로 해야할지.
독재가 그리운 것인가.
대선이 지난지 일주일.
대선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던 이들 중에 몇몇이 자살을 했다는 뉴스를 접했단다.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을까.
너무나 슬픈 2012년 대한민국의 겨울. 더욱 춥구나.
과연 희망은 있을까.
지난 크리스마스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봉주 전 의원이 만기출소를 하고,
좌절은 개나 갖다 주라고 일갈을 하였단다.
그의 외침이 좌절이 눈물을 흘리던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지만,
그 희망이 현실이 되기에는 또 너무나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겠구나.
김대중 노무현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어린 시각도 있고..
아빠가 읽은 김대중 자서전.
지난 시절의 이야기인데,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구나.
1. 대통령 시절
김대중 자서전 1권이 대한민국 현대사를 대신했다고 하면,
김대중 자서전 2권은 김대중 대통령 5년에 대한 실록이라고 하면 좋겠구나.
김대중 대통령 임기 5년을 아주 자세히 적어 놓았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는데,
지금의 사람이나 다음의 사람은 안 읽어보겠지.
그가 대통령이 된 1998년.
앞선 김영삼 대통령이 나라를 국가 부도 위기로 만들어 놓고,
IMF 구제를 받아야 하는 힘든 시기였단다.
아빠도 그 시절 피해를 제대로 받은 세대란다.
앞선 대통령이 따 놓은 똥이 많아도 너무 많았어.
그것을 다 치우려고 하면 어쩌면 김대중 대통령 임기 내내 치워도 못치울 수도 있는 양이었단다.
그러나 오랜 정치 경력과 꾸준하게 공부해 온 준비된 대통령 김대중은
정말 열심히 일했단다.
그리고 그 많은 똥을 치우는데, 국민들도 팔을 걷어 붙혔어.
대대적인 금모으기 운동은 온 세상에 화제가 될 정도였지.
그는 대통령 권위를 내려놓기 위해 각하라는 호칭도 하지 못하게 하였다는구나.
그래서 우리나라는 빨리 신용 등급을 회복하고,
놀라울 정도로 빨리 IMF 체제를 벗어나게 되었단다.
다 죽어가던 한국 경제를 살려놓았고,
그 힘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까지 이어졌는데,
왜 그들과 언론은 늘 잃어버린 10년에, 죽은 경제를 이야기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구나.
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
그가 내세운 정책 중에 가장 중요한 정책 중에 하나가 바라 대북 정책이란다.
그는 1970년대부터 3단계 통일론을 주장하였고,
줄곧 햇볕 정책을 주장했어.
북한을 움직이고 개방을 하게 하는 것은 평화의 체스쳐를 계속 보내고,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
이솝 우화 중에 어떤 남자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라는 것에 따온 햇볕정책.
그가 정권을 잡고 나서 바로 이것을 실천했단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주영 현대 그룹 회장이 직접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거쳐
북한에 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국민의 정부였기에 가능했던거야.
그것을 시작으로 계속된 대화를 통해,
꿈에 그리던 금강산을 남한 사람들도 자유로이 갈 수 있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런 대북 정책의 정점은 바로
2000년 6월에 있었던 남북정상 회담이었단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웃으면서 손잡던 그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구나.
통일이 그리 먼 일만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
3일간의 대화는 큰 성과를 냈어.
그 후속조치로 이산 가족들의 정기적인 만남이 이루어졌고,
개성 공단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들어가게 되었고,
금강산 관광은 활기를 띄게 되었단다.
남북 관계가 더 호전될 수 있었지만,
국내외적인 상황들 때문에 계속 좋아지지만은 않았단다.
국내에서는 한나라당의 계속된 햇볕정책에 대한 무조건 반대가 이어졌고,
미국에서는 클린턴 시대가 막을 내리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시대가 시작되었단다.
2000년 6월 정상 회담이 이루어진 후,
곧바로 답방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고,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평양에 가서 다시한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여러 성과를 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때의 약속들은 전부 휴짓조각이 되었고,
지금은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모두 세상을 등졌구나.
민주주의만 80년대로 후퇴한 것이 아니고, 남북 관계도 80년대로 후퇴한 것 같구나.
언제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
오랜 망명 생활과 해외 도피 생활 때문인지,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 여러 지도자들과 친분을 갖고 있었단다.
그래서 외교 정책에 있어서도 많은 신임을 받고 추진할 수 있었어.
국제 시대에 맞게 그는 대한민국의 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부당하게 민주주의를 탄압받는 곳이 있으면 적극 지원을 하였어.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동티모르 사태였단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아빠도 이제서야 알았단다.
..
또 하나 김대중 대통령은 여성 인권 신장에도 큰 역할을 하였단다.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여성부를 만들었으며,
여러 가지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정책을 내놓았단다.
그리고 임기 때 못한 것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어서 계속 추진하여 호주제 폐지 등도 이루어졌단다.
...
그의 이런 노력은 전세계 사람들도 관심을 보고 있었단다.
그리고 2000년 그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단다.
예전에 교보문고에 가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는 빈 액자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나서는
김대중 대통령 초상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다.
그런데, 이 더러운 한나라당은 로비를 한 것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스웨덴까지 날아가서 떼를 썼다고 하니, 이런 국가 망신이 어딨나 싶구나.
...
그의 또 하나의 큰 업적은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란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할 때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이라는 것이 이제 막 첫걸음을 하던 시기였지.
그 당시만 해도 인터넷을 하려면 전화선을 이용해야 했고,
속도도 엄청 느리고, 비용도 엄청 비쌌어.
그러나, 그는 IT 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통신망을 구축하여
그가 퇴임할 때에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되어, 백성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만들었단다.
...
그러나.
그의 이런 영광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단다.
임기말 아들들의 비리 사건으로 도덕성에 흠이 나기도 했지.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당시 언론들이 왜곡 보도한 기사에 대한 반론도 했단다.
....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정권 재창출이라는 또다른 기쁨을 가지고 퇴임을 하게 되었단다.
2. 퇴임 후...
고령의 나이에 대통령이 되어,
위기의 대한민국을 정상 궤도로 올려 놓느라고,
5년 동안 아플 틈도 없이 정신없이 일한 김대중 대통령.
퇴임을 하자, 몸이 많이 안좋아지셨다는구나.
그래도 남북 평화에 대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고,
국내외 강연 등 활동도 꾸준히 하였단다.
평온한 말년과 퇴임 대통령의 표본을 보여주는 듯했어.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다음으로 당선된 이의 정치적 보복이 시작되었어.
무차별이었지..
그들의 탄압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했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서,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의 오열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고 눈물을 핑돌게 하는구나.
자신의 반쪽이 죽은 것 같다며 오열하던 그 모습...
그 때 건강이 많이 쇠약해진 김대중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떠나신지 세달 뒤 서거하셨어.
....
잘나가던 젊은 사업가에서...
야권의 젊은 대권 주자로,
군사정권에 항거하다 투옥되고,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가,
납치, 교통사고 테러로 목숨을 두어번 잃을 뻔하고,
그리고 결국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고..
그의 삶은 그 어떤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삶을 산 듯하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철저하고, 원칙에 충실하고,
하지만 융통성이 있고, 유머가 넘치는 그런 사람이었어.
....
언제 다시 이런 대통령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 주에 아빠는 다시 김대중, 노무현 같은 대통령이 나올 줄 알았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그 기대라 저버린 지금은
후유증이 너무 크단다.
다시 일어나야지.
정봉주 전 의원의 말처럼...
...
3. 행동하는 양심.
수많은 김대중 대통령의 어록 중에 아빠는 아래 글이 가슴이 와닿아 발췌해 본다.
....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이룩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 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유와 서민 경제를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듭시다.
책제목 : 김대중 자서전 2
지은이 : 김대중
펴낸곳 : 삼인
페이지 : 648 page
펴낸날 : 2010년 07월 06일
책정가 : 27,000원
읽은날 : 2012.12.06~2012.12.14
글쓴날 : 2012.12.26,27
첫댓글 저두12월20일 멘붕에서 헤어나는 중입니다.그나마 박원순시장님이 있다는 것에 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