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긴 장마, 온 나라가 소내기 물컹물컹 물집이어서 곰팡이는 음습한 데서 극성을 더하고 하루 하루 어렵게 근근한 삶을 꾸리는 가난한 이웃들의 어깨가 더욱 욱신 쑤시는 우기, 물커덩 끝장을 보려는 그 기세도 어느 순간 삼복더위, 자연의 순리 앞에서는 꼬리를 내립니다. 그 장마의 소내기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도 푸르른 여름의 폭풍 성장속을 잘 달려온 우리, 우기 중에도 거친 사내의 근골로 버티어 선 여름산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모진 비바람으로 더욱 깊게 깍인 골짝은 강골 기질의 고구려적 중원을 누빈 쾌걸 남아의 호령이듯 쩌렁쩌렁 빠른 물살은 너럭바위를 치고 내 가슴을 찰나 찰나로 도려내는 서슬퍼런 칼날입니다. 그 칼날에 버혀진 바람의 등이 골짝에서 더욱 서늘합니다. 그렇게 여름은 커 갑니다. 그 현장을 걷는 것은 젊은 행운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폭염, 복사열, 열대야, 모기, 각다귀도 극성인 저자거리의 여름이미지가 거기 여름 골짝에서는 얼씬도 못하는 오지 산행의 묘미는 땀범벅을 친구로 삼아야하는 오랜 발품을 필요로 합니다. 그 발길을 강원도 삼척 응봉산과 덕풍계곡으로 향했습니다. (덕구온천-옛재능선-응봉산-3용소-2용소-1용소-덕풍산장, 약 17km, 9~10시간 소요) 응봉산 정상까지의 길은 편안한 육산으로 금강송이 쭉쭉 푸른 기개가 당당한 우리 겨레의 얼을 느끼게 합니다. 이윽고 하산, 곧 만나는 덕풍계곡은 장장 5~6시간의 발품이 드는 긴 골짝입니다. 깍아지른 바위와 바위, 그 사이로 난 물길은 천길 협곡입니다. 물살은 거침없는 빠름이고 천길 단애에도 둥지를 튼 푸른 소나무는 여기 응봉산의 역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우리 발길도 거기 골짝에 몸을 섞습니다. 한 발 한 발은 바위 등을 훔치는 바람이 됩니다. 그렇게 물길 건너고 건너 마침내는 응봉산과 하나됨을 느낍니다. 가슴에 새록새록 솟는 푸른 여름의 샘이 생김을 확인합니다. 여름이 다 가도록 타는 갈증은 없을듯 합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이천늘푸른산악회' 도반들께 푸른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산에서 피어야만 그 꽃색, 향이 깊고 그윽한 여름 들꽃 '바위채송화'입니다.
산골짝을 환하게 밝히는 '노루오줌'꽃입니다. 요즘 여름산 어디에고 지천으로 피는 '산수국'입니다.
'산옥잠'도 단아한 꽃문을 막 열려합니다.
낭떠러지 바위에 말벌이 천연의 요새로 꾸민 집도 그 생을 다 했는지 빈 집입니다.
깊은 산 중, 깍아지른 바위에 오랜 세월을 먹고 산다는 '석이버섯'을 일행이 채취, 그걸 찰칵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돌, 모난 데를 기막히게 세웠습니다. 거의 달인 수준입니다. 모난 돌을 세상 중심으로 세운 달인! 그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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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우6층에서의 즐거운 일상 원문보기 글쓴이: 대우6층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사진몇장가져갑니다^^
깊은계곡 아름다운 경치에 혼이 나갈정도더만.사진속의 사람들의 얼굴에 행복이 넘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