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정용국
세상에 반가운 일 사방에 널렸는데
인생에 고마운 일 천지에 숨었는데
받들고 믿어야 할 일 모르면서 살았네
2024년 뙤약볕 그늘에서
정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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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정용국
동지 볕이 묻어나는 박오가리 속살에는
세상 근심 말가웃 오종종 모여 산다
그 누가 돌보지 않아도 의젓하고 착하게
서둘러 지고 마는 겨울 해가 아쉬워도
발길이 끊어져서 마음이 허둥대도
비대면 불신의 시간도 다독여서 가야지
세모의 간절함이 상처로 뒹굴지만
그래도 너를 믿는
그래서 너를 참는
간절한 등불 하나씩 가슴속에 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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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정용국
몸으로 네게 가고
돌아서 내게 오는
눈멀고 검은 손에
비수처럼 박혀서
오늘도
도깨비장난에
춤을 추는 그대여
그래도 조막손에
천사같이 찾아오고
따습고 긴한 발길
조붓이 살아 있지
외지고
가파른 길목에
주춤대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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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이태석/ 정용국
창백한 푸른 별에
생채기 많은 골에
묻고 간 붉은 씨는
빛으로 피어났네
뙤약볕 마파람이 지은
굵은 소금 한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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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錦南路), 남실바람은/ 정용국
총파업 결의 대회 구호는 드높아도
나물 파는 할머니는 그늘 아래 졸고 있네
아무렴 이 뽀얀 시절에 서두를 게 뭐 있겠니
그땐 진정 사람이었지 아니 순간 동물이었어
비단 금(錦) 무너지고 금(禁)할 것만 천지였던
모든 것 제정신 잃고 나뒹굴던 이 거리
마흔셋 불혹이 된 팔십년생 그 청년이
넌지시 눈을 감고 두 손을 내미는데
토라진 남실바람만 칭얼대는 5월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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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정용국 시조집/ 그래도 너를 믿는 그래서 너를 참는/ 책만드는집/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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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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