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우연히 마음수련에 대해 알게 됐어요.
‘진짜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시시때때로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이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거기서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간절히 찾던 중이라 바로 논산 교육원에 갔습니다.
처음엔 기억을 떠올려 버린다는 게 힘들데요. 특히 죽음과 관련된 사진을 버릴 때는 그 감정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도 했습니다. 나중엔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하면서 오기 반 간절함 반으로 버려나가 봤어요.
신기한 건 수련한 지 3일이 지났을 뿐인데, 머리만 대면 바로 잠이 든다는 거예요.
수면 장애가 있어서 잠 한번 자려면 한 시간 이상을 뒤척이면서 실랑이를 벌여야 했거든요.
자다가도 3~4번씩 깨니까 늘 피곤했는데, 잠을 푹 자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마음수련원서 찾은, 트라우마 극복 방법
그러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제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우선 출동에 대한 두려움들이 조금씩 사라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나를 괴롭혔던 그 참담한 기억들의 끄달림에서 벗어났다는 겁니다.
늘 회피하고 싶었던 현장에서 사건 사고를 담담하게 처리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요.
그렇게 마음의 평온을 찾으니까 하루에 10건 이상씩 사고 처리를 해도 피곤한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진정한 휴식은 마음에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소방관, 경찰관 등은 다른 직종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밝아 보여도 눌러놓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직종의 분들은 특히 마음수련을 했으면 좋겠어요.
집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듯이, 우리의 마음도 한 번쯤 싹 리모델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힘든 마음들 털어내고, 무거운 기억들을 빼내고 나면 새롭게 편안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출동벨이 울리면 그냥 몸이 뛰어나가지, 어떤 번뇌도 생각도 없어요.
“가자! 빨리 가자!” 하고, 오직 내가 필요한 그곳을 향해 힘차게 출동할 뿐입니다.
첫댓글 이글 너무 인상깊었어요~ 대단한 마음수련-ㅂ-)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