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祭需) 진설법(陳設法)
제사(祭祀) 또는 차례(茶禮)를 지낼 때 제기와 제수를 제상에 격식을 갖추어 배열하여 상 차리는 법, 제수(祭需) 진설법(陳設法) 때문에 간혹 다툼 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 적으로 이야기 제수진설은 “ 정형화된 규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교 예법이 조선시대 이후 우리방식으로 정착 되었다 추측하며, ‘ 가가례(家家禮) ’라 하여 지방마다 가정마다 각기 상차림의 형태가 다르고 다양하여 절대적 큰 의미는 없다.
제수진설이 다양한 것은 각종 예서(禮書)에 나타나는 진설법이 각각 다르다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고, 이런 과정에서 양반집안에서 자기 집안의 위세를 나타내기 위해 제물 진설 위치를 가풍대로 정하였는데, 남의 제사에 문중(門中) 노인네들이 와 자기 것만 고집하여 “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는 말도 생겼다 한다,
제수진설의 공통적 기본원칙은 관행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격식이 있고,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좌우를 바꿔놓고 좌우의 균형을 잡는 데에 있다. 신위가 놓인 곳을 북쪽으로 하며, 제사지내는 사람의 편에서 보면 신위의 오른쪽은 동쪽, 왼쪽은 서쪽이다.
제사를 모시는 분의 배우자가 있을 경우 두 분을 함께 모시며, 이때 두 분의 제사를 하나의 제상에 함께 지내면 합설(合設)한고 하고, 상을 따로 차리 면 각설(各設)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예서에서는 제수의 진설이 4열(四列) 이지만 현재는 탕을 함께 진설하므로 5열(五列)로 상을 차린다.
또한 추석 차례상차림에는 원래 송편만 올리게 되어 있지만 밥과 송편을 함께 올리는 경우도 있다. 차례절차는 기제사에 따르지만 술을 한번만 붓고 축문은 거의 쓰지 않는다. 남녀 자손이 함께 차례를 지낼 때는 남자는 동쪽, 여자는 서쪽에 자리하고 절을 할 때는 제사와는 반대로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가게 한다.
◼ 5열 진설법(제사지내는 사람의 편에서 신위를 바라보며, 신위에서 부터)
● 제 1열 : 술잔과 메(밥), 떡국(설), 송편(추석)을 놓는 줄
앞에서 보아 떡국(송편)은 우측에 술잔은 좌측에 차린다. 시접(수저와 대접)은 한분만 모실 때는 앞에서 보아 왼쪽에 올리며, 두 분을 함께 모실 때는 중간 부분에 올린다.
● 제 2열 : 적(炙)과 전(煎)을 놓는 줄
3적으로 어적(어패류), 소적(두부 채소류), 육적(육류),의 순서로 올린다.
적 : 생선이나 고기를 대꼬챙이에 꿰어서 양념하여 구운 음식.
전 : 재료에 밀가루를 묻혀서 프라이팬에 부친 음식(부침개).
● 제 3열 : 탕을 놓는 줄
3탕으로 어탕(어패류), 소탕(두부 채소류), 육탕(육류)의 순으로 올린다, 5탕은 봉탕(닭, 오리) 잡탕 등을 더 하며, 한 가지 탕으로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 제 4열 : 포와 나물을 놓는 줄
동쪽 끝에는 식혜나 수정과, 서쪽 끝에는 포(북어, 대구, 오징어포)를 놓는다. 그 중간에 나물반찬은 콩나물, 숙주나물, 무우나물, 순으로 올리고 삼색나물이라 하여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나물 등을 쓰기도 하며 김치와 청장(간장), 침채(동치미)는 그 다음에 올린다.
● 제 5열 : 과실을 놓는 줄
동쪽부터 대추, 밤, 감(곶감), 배(사과)의 순서로 차리며 그 이외의 과일들은 정해진 순서가 따로 없으나 나무과일, 넝쿨과일 순으로 차린다. 과일 줄의 끝에는 과자(유과)를 놓는다.
1, (考西妣東) : 고위(考位:아비 위패)는 서쪽에 비위(妣位:어미 위패)는 동쪽에 모시고 고위 쪽은 서쪽부터 술잔, 밥, 국을 놓고, 비위 쪽은 동쪽부터 술잔, 국, 밥을 놓는다.
2, 반서갱동(飯西羹東) : 밥(메)은 산사람의 상차림과 반대이다. 즉 제사를 지내는 사람의 편에서 보아 밥은 서쪽, 국은 동쪽으로 놓는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중앙에 놓는다.
3, 어동육서(魚東肉西) : 생선은 동쪽, 육(肉)고기는 서쪽에 놓는다.
4, 두동미서(頭東尾西) :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는 동쪽으로 머리가 가고 꼬리는 서쪽으로 가게 놓는다.
5, 적전중앙(炙奠中央) : 적(炙)은 상의 중앙인 3열의 가운데에 놓는다. 옛날에는 술을 올릴 때마다 즉석에서 구워 올리던 제수의 중심음식이었다.
6, 조율이시(棗栗梨柿) : 동편부터, 서편으로 대추, 밤, 배(사과), 감, 순서로 놓는다.
7, 건좌습우(乾左濕右) : 마른 것은 서쪽, 젖은 것은 동쪽에 놓는다.
8, 홍동백서(紅東白西) : 옛날에는 요즘처럼 사과나 귤 등을 차례 상에 올리지 않았으나 과일의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동쪽을 양의 기원으로 붉은 과일을 놓고 서쪽에 흰 과일을 놓았던 데서 유래했다.
가가례(家家禮)라는 말과 같이 집안마다 풍속이 달라 통상 동쪽에 대추를 제일 처음 놓고 서쪽에 밤을 놓는 집안도 있고, 밤, 율(栗)자를 파자하면 서쪽의 나무(西+木)가 되기 때문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밤, 배, 감, 대추 순이나 이것도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앞 열의 오른쪽에는 약과, 유과 등의 과자류를 놓는다.
9, 기타 진설(陳設)의 원칙
▴ 좌면우병(左麵右餠) : 2열 서쪽에 국수, 동쪽에 떡,
▴ 좌포우혜(左脯右醯) : 4열 서쪽 끝에 포(북어, 오징어, 문어), 동쪽 끝에 젓갈,
▴ 생동숙서(生東熟西) : 4열 동쪽에 김치, 서쪽에 나물,
◼ 조율이시(棗栗梨柿) 뜻
옛날부터 대추(棗조)는 씨가 하나이기 때문에 왕(王), 밤(栗율)은 씨가 3개 이므로 삼정승(三政丞), 감은 씨가 6개 이므로 육조(六曹), 배(梨이)는 씨가 8개 이므로 팔도관찰사((八道觀察使)를 의미 하여 이와 같은 후손이 많이 나오라는 축원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 대추(棗조)
대추는 한번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어 낙화하는 법이 없기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자손 번창의 뜻을 담는다. 또한 대추씨는 하나이므로 왕을 나타내며, 붉은 색은 용포, 통 씨는 절개를 상징하여 죽은 혼백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다.
● 밤(栗율)
밤송이의 가시는 내유외강, 밤톨 껍질은 살면서 닥치게 될 풍파에 단단한 껍질만큼 잘 견디는 방어적인 힘을 상징하며, 밤톨 속의 껍질은 부모의 따뜻한 보호력과 살아가면서 맛봐야 할 인생살이의 떫은맛을 의미한다. 또한 밤나무는 땅속에 밤톨이 씨 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 밤이 썩기에,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과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 감(柿시)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고욤나무가 난 후 3~5년 후 여기에 접을 붙여야 다음해부터 감이 열린다, 이는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서 사람이 된다는 훈육의 뜻이 있고,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가지를 꺾어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만큼 속이 상하였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제상에 놓는다 한다.
● 배(梨이)
속살이 하얗기 때문에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로 쓰며, 씨가 8개여서 팔도 관찰사 같은 후손이 나오라는 축원의 의미도 있다. 또한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에서 우주의 중심을 나타내며, 흙의 성분인 토(土)로 민족의 긍지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