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담양 소쇄원, 대나무숲 울창한 '별서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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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조상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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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담양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나라 가사문학(또는 정자문학)의 본고장으로 잘 알려져 왔다. 가사는 시조와 함께 우리나라 고시가의 대표적인 문학 형태다. 아울러 담양은 '정자문학의 본고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금도 마을 곳곳에는 소박하게 꾸며진 원림(정원)들이 있으며, 무엇인가 있을 성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아담한 정자가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그 가운데서도 담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무척 유명한 원림이 하나 있으니, 그곳이 바로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우리나라 전통 조경의 교과서와도 같은 공간이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최근 들어 답사여행 명소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쇄원은 1527년부터 70여 년 동안 대를 이어가며 조영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유재란 당시 거의 폐허가 됐으며, 전쟁이 끝난 17세기 초에 다시 중수됐다. 비록 처음 조영됐을 당시보다는 상당히 작은 규모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소쇄원 본래 모습은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있는 소쇄원은 보길도의 부용동 원림과 함께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별서정원'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별서정원이란 '집 근처 경치 좋은 곳에 지어진, 문화생활과 전원생활을 겸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소쇄원의 본래 주인은 조선 중종 때 이곳에 살았던 양산보(1503~1557년)라는 사람이다. 그는 당시 사림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조광조를 스승으로 모셨던 문인이다. 기묘사화가 일어나면서 스승 조광조가 유배 길에 오르자 스스로 관직을 버리고 이곳 담양으로 내려와 호남 사림파 거장들과 자주 교류를 하면서 남은 일생을 마쳤다.
소쇄원 주건물인 제월당은 집주인의 개인 공간으로 햇빛과 달빛이 잘 드는 야트막한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제월당 아래 계곡 근처에 세워진 광풍각은 소쇄원의 사랑채 구실을 했던 곳이다. 건물 이름인 제월당과 광풍각은 중국 송나라 때 '염계선생'이라 불리던 유학자 주돈이(1017~1073년)와 깊은 관련이 있다. 도덕과 윤리를 강조했던 그의 사람 됨됨이를 표현한 글귀인 '여광풍제월'에서 각각 '제월당'과 '광풍각'을 따왔기 때문이다.
소쇄원 울타리는 고작 50여 m에 이르는 시작도 끝도 없는 흙돌담이 전부다. 집주인은 이 담장에 '애양단'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담장 중간쯤 햇빛이 잘 드는 곳에는 동백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 동백나무는 '효'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애양단에서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 사계절을 의미하는 매대가 나타나고 가장 윗부분에는 측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측백나무는 '학문'을 의미한다. 그래서 집주인은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측백나무를 심어 이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학자가 사는 곳임을 알리려 했다.
소쇄원의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원림으로 들어가는 대문, 즉 출입문이 없다는 점이다. 누구라도 주인 눈치를 보지 않고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원림 입구 구실을 하는 오솔길 양편에는 울창한 대나무숲이 길게 이어져 있다. 이 오솔길은 먼 길을 찾아온 방문객들 마음을 한층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소쇄처사 양산보. 그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소쇄원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면서 "어리석은 자손에게는 물려주지도 말고, 이곳을 절대 남에게 팔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 후 흐른 세월이 어언 450여 년. 양산보 후손들은 15대를 이어 내려오는 동안 그의 유언을 받들어 소쇄원을 가문의 자랑으로 여기며 지금까지 잘 보존해 오고 있다.
△찾아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창평나들목에서 60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소쇄원까지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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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소쇄원 주변의 가볼 만한 곳 |
▲식영정 : 소쇄원과 이웃해 있는 식영정은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이 탄생한 곳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초기에 '식영정 4선'이라 불리던 임억령, 정철, 김성원, 고경명 등은 이곳 식영정 근처 명승지를 20군데씩 골라 각각 20수의 아름다운 시를 지었다. 이것을 밑바탕으로 해서 송강 정철은 그 유명한 '성산별곡'을 탄생시켰다. 현재 식영정 주변에는 아름드리 노송과 함께 수백 년 된 목백일홍(배롱나무)이 심어져 있다. 날씨가 좋은 날 식영정에 걸터앉으면 무등산 꼭대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명옥헌원림 : 소쇄원에서 조금 떨어진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원림이다. 조선 인조 때 선비 오희도가 어려서부터 글을 배우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으로 그의 아들 오이정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조영했다. 인공연못 한가운데 아담한 섬이 들어서 있고 주변에는 수백 년 된 목백일홍이 심어져 있다. 연못보다 조금 위쪽에 자리 잡은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연못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가사문학관 : 가사문학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식영정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가사문화와 관련된 여러 유물과 유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단체 관람할 때는 안내인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근처에 있는 환벽당까지는 걸어서 약 5분 거리. 환벽당 역시 사촌 김윤제가 창건하고 정철 송강 등이 공부했던 명소다.
▲대나무골 테마공원 : 담양군 금성면에 있는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죽향으로서 담양의 이미지를 잘 간직한 명소다. 본래 청소년 야영장으로 설립된 곳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소쇄원 못지않은 유명한 여행지가 됐다. 울창한 대나무숲 사이로 죽림욕 산책코스 여러 개가 있으며 송림욕을 즐길 수 있는 소나무숲에는 700~800m 길이의 황톳길이 깔려 있다. '청풍명월'을 비롯한 많은 영화, 드라마, CF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