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앞으로 흘러내려가는 물이나 도로가 멀리까지 바라보이면 재물(財物)과 생기(生氣)가 서서히 빠져나가 결국에는 알거지 신세가 될 수 있다. 빗물이 도로를 통해 내려가므로 도로는 물과 동일시하며 멀리까지 내려다보이는 물을 화성수(火星水) 또는 견우수(牽牛水)라 하여 흉수(凶水)로 본다.
아파트나 단독, 전원주택에 이런 흉수가 보일 때는 집안 발코니에 관음죽이나 고무나무, 보스턴고사리, 벤자민 같은 관엽식물을 화분에 심어 물이나 도로가 보이지 않도록 두면 흉수뿐만 아니라 도로의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 공해까지도 예방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음이온을 ‘생체이온’이라 하는데,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레너드 박사의 말을 빌리면 건강에 좋은 음이온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나무가 많은 삼림 속이나 폭포 주위라고 한다. 따라서 마당 주변에 나무를 담장 따라 심어두거나 집안에 작은 어항을 한두 개 두는 것도 미세먼지를 줄이면서 음이온을 생성시키게 하는 좋은 방안이다.
양이온이 많은 곳에 거주하면 신경통, 관절염, 두통, 심장병, 천식 같은 질병이 생겨 건강을 해치게 된다. 양이온은 차량 통행이 빈번하여 배기가스가 많이 나오거나 매연이 많이 발생하는 공장지대, 쓰레기 소각장, 온갖 잡동사니를 넣어 성토(盛土)한 곳 등에서 발생한다. 또한 시멘트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많은 곳이나 벽지, 천장, 가구 등을 마감 처리 시 사용하는 접착제인 화공약품에 의해서도 생긴다.
창원시 모처에 노부부와 아들 내외가 같이 살기 위해 봐 둔 전원주택을 감정한 적이 있다. 대체로 물설고 낯선 곳에 있는 전원주택은 꼼꼼히 살펴봐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로살(차량에 의한 매연과 소음 및 바람)이 있는지도 살펴야 하고, 동네 사람들의 인심과 축사나 장례식장 같은 혐오시설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바람 방향이 바뀌는 아침, 점심, 저녁과 비가 오는 날에 적어도 서너 차례는 가보고 현지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주변 실정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전원주택은 묘가 주변에 있는 곳이 많은데, 집 주변에 묘가 있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이 전원(田園)에서 사는 것을 동경하던 훨씬 이전부터 묘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묘야 사라져라”가 아니라 함께 동거를 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 묘터가 흉지(凶地)인 곳은 별로 없으므로 묘가 주변에 전혀 없는 곳에 위치한 집이라면 오히려 지기(地氣)가 좋다고 볼 수 없다.
집에서 묘가 보일 때 ‘집과 묘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면’ 묘가 있고 집이 나중에 들어설 경우 묘의 좋은 기운이 집에 빼앗기며, 집이 있고 묘가 나중에 들어설 경우 묘에 집의 생기가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집과 묘가 서로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거나 비껴 서있거나 집이 묘의 뒤쪽을 바라보면 묘를 향해 집을 짓는다 해도 전혀 해를 입지 않는다.
감정한 집은 묘는 주변에 없지만 계곡의 연장선상에 속한 터이기에 마당과 집안 대부분이 살기(殺氣)가 감돌았다. 게다가 대문과 담장 사이사이가 뚫려 있어 틈새를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과 미세먼지가 생기를 흩어지게 하며 집 앞에서 바라볼 때 도로가 멀리까지 보이는 화성수여서 재물과 건강이 쇠퇴해지는 곳이었다. 집의 향(向·바깥이 가장 많이 보이는 집의 앞 방향)은 북서향으로 팔괘 방위 중의 건방(乾方)에 속하며 중국의 황사나 미세먼지와 가장 차가운 바람인 북서풍이 부는 방향으로 흉풍이다. ‘좋은 집이 아니다’는 평가에 매입을 포기했다.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전원주택을 감정한 결과 ‘생기가 넘치는 집’이라 하자 의뢰인이 매입을 결정했다. 우선 마당과 집안은 수맥파나 파쇄대(암석이 띠 모양으로 부스러진 부분)가 없고 공극(토양 입자 사이의 틈)이 작아 지자기 세기가 0.5가우스 정도 되기 때문에 생체 리듬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틈새가 있는 담장은 나무를 덧대어 밀폐형 담장으로 하고 생기가 모일 수 있게끔 ‘ㄴ’자형인 집 구조를 창고를 설치해 ‘ㄷ’자형으로 하여 좌청룡과 우백호 역할을 하도록 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