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정청성도계권장중(錄呈靑城道契權章仲 : 청성에서 도리를 새기는 장중 *권호문에게
細雨孤村暮(세우고촌모) 가랑비에 저무는 마을은 외롭고
寒江落木秋(한강락목추) 찬 강물에 가을 낙엽 떨어지네.
壁重嵐翠積(벽중람취적) 담에는 다시 청록색 기운 쌓이고
天遠鴈聲流(천원안성류) 하늘 저 멀리 기러기 소리 흩어지네.
學道無全力(학도무전력) 배움의 길에는 온전한 힘도 없어
臨歧有晩愁(임지유만추) 학문의 갈림길에 늦은 후회만 있네
都將經濟業(도장경세업) 모두 장차 경세제민에 힘쓰는데
歸卧水雲陬(귀와수운추) 돌아가 물과 구름의 마을에 누웠네.
*송암 권호문((松巖 權好文)은 조선 전기 안동 출신의 유생으로 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장중(章仲), 호는 송암(松巖). 할아버지는 권숙균(權叔均), 아버지는 안주교수(安州敎授) 권륙(權稑), 어머니는 진성이씨(眞城李氏)로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조카딸이다.
권호문은 18세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1561년(명종 16)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33세에 모친상을 당하자 벼슬을 단념하고 청성산(靑城山) 아래 무민재(無悶齋)를 짓고 은거하였다. 이황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같은 문하생인 권문해(權文海), 류성룡(柳成龍), 김성일(金誠一) 등과 교분이 두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