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자 중 13%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공동으로 조합원 수면장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수면 질’과 ‘주간 졸림’, ‘불면증’ 3개 영역으로 나눠 조사했다. 조사 결과 수면 질이 나쁘고, 주간 졸림이 경도 이상이며, 불면증이 중증도 이상인 ‘수면장애 위험군’이 9%, 수면 질이 나쁘고 주간 졸림이 중증도 이상이며 불면증이 심각한 ‘수면장애 유소견자’가 4.4%이었다.
‘수면장애’란 잠들기가 어렵거나 또는 자다가 쉽게 깨거나 자다 깨서 다시 잠들지 못 해 숙면이 부족해 깨어 있는 시간에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지 못 하고 집중력, 기억력이 감퇴해 실수가 잦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전주공장 트럭부나 울산공장 생산기술부의 수면장애 위험 및 유소견자가 5% 미만인데 반해 울산공장 소재3부의 경우 위험 및 유소견자가 무려 20.6%에 달했다. 교대근무자 5명 중 1명이 수면장애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교대근무자는 주간 근무 때와 야간 근무 때 수면의 양과 질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교대근무 변경 초기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 또 수면의 양적, 질적 저하로 피로가 누적돼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월차 휴가 사용도 증가했다.
교대근무 때문에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답변은 84.5%였고, 교대근무를 하는 근무패턴이 건강상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 역시 88.5%에 달했다.
수면장애가 없는 집단에서 건강문제로 인한 결근 경험은 53.8%인 반면 수면장애 유소견자 집단에선 건강문제로 인한 결근 경험이 88.6%에 달했다.
장기간 근무하면 야간근무에 적응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입사 초기보다 5년, 10년 지난 시점에 수면장애가 발생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5년 미만 근무자는 유소견자가 없었고 위험군만 3%로 나타났으나 5년 이상 근무자는 위험 및 유소견자 비율이 13%에 달했다.
수면장애는 교대근무와 같은 근무패턴 뿐 아니라 노동시간과도 관련이 있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4시간 이하인 경우 위험 및 유소견자가 6.7%인 것에 비해 45~52시간인 경우 12.3%였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16%에 달했다.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수면장애도 증가했다.
수면장애가 없을 경우 우울증 유소견자는 7%인데 반해 수면장애 위험군에선 우울증 유소견자가 25%나 됐고 수면장애 유소견자의 경우 절반이 우울증 유소견자였다.
수면장애 위험군 및 유소견자 인터뷰 결과 대부분이 수면에 대한 스트레스도 매우 높았다. 현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잘 자는 것’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수면장애로 인해 업무 중 사고는 물론 운전 중에 졸아서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경우도 여러 명이었다.또 수면장애로 인해 민감해지고 가족에게 짜증을 많이 낸다는 답변도 있었다.
조사를 수행한 윤간우 녹색병원 산업의학과장은 “수면장애 위험 집단은 주기적으로 평가를 하고 수면장애를 완화시킬 근로환경을 조성해줘야 하고, 유소견자는 의사를 통해 수면장애 및 관련 질환 발병 여부를 평가받고 야간근무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선길 현대자동차지부 노동안전실장은 “산재 신청을 위해서는 ‘수면 다원 검사’를 해야 하는데 하룻밤을 자면서 검사하기에 비용도 많이 들어 집단 산재신청을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