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이 19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북-러 관계 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오는 27일의 한국전쟁 휴전 협정일을 앞두고 북한 측에 승전 축하 인사를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왼족 가운데)/사진출처:크렘린.ru
국영 타스 통신과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을 예방한 최 외무상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전사들의 공훈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전사한) 북한의 영웅들을 함께 기리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 위원장과 쌓아 온 깊은 상호 이해와 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곧(27일) 1950~1953년 애국해방전쟁 승리 73주년이라는 뜻깊은 기념일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뜻깊은 날을 맞아 북한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타스 통신은 "한국전쟁은 납북한 외에도 평양 측에서는 중국 의용군이, 서울 측에서는 유엔군 소속의 미군이 참전했다"며 "평양은 소련의 지원도 받았으며, 전쟁은 휴전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을 예방한 최선희 외무상/사진출처:크렘린.ru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최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관계를 전면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적 노선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푸틴 대통령도 최 외무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했다"고도 했다.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최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전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은 이날 타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한국이 미국의 중거리 지상발사 미사일 체계인 '타이폰(Typhon)'을 배치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군사훈련 과정에서 일본이 자국 영토 배치에 동의한 타이폰 미사일 체계가 한국에도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만약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러시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국이 자국 영토에 미국 타이폰 시스템을 배치하려 한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rbc는 "타이폰 시스템은 SM-6 다목적 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됐다"며 "타이폰 시스템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2,000㎞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미국산 타이폰 미사일 시스템/사진출처:위키피디아
루덴코 차관은 또 "일본이 자국 영토를 타이폰 미사일 시스템 배치 장소로 제공하는 것은, 배치 기간에 관계없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정과 러시아 극동 안보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러시아 극동 국경에 직접적인 위협을 조성하는 조치"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예고했다.
이날 회견은 21, 22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 회견의 주요 내용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아세안 장관회의 참석과 아시아 안보 정세 등에 관한 것이었다.
북한과의 양자 협력 관계 발전에 대해 그는 "2024년 6월 평양에서 체결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동맹 차원으로 격상됐다"며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도 한 해 약 7,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6배나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루덴코 차관은 앞서 이석배 주러 한국대사에게 한국과 나토(NATO) 간의 협력 강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지난 16일 발표했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루덴코 차관은 이 대사에게 한국이 나토와 군사 및 군사기술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실질적인 조처 등을 예로 들며 "한-나토 간 협력 심화가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러시아)는 러시아와의 전쟁 준비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나토의 질적·양적 재무장 과정에 한국이 사실상 가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의 이같은 경고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튀르키예(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내놓은 한·나토 방산 협력 확대 제안을 겨냥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 방위산업 포럼에서 한국이 참여하는 나토의 탄약·우주 분야 협력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한국·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구축해 나토와의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러시아가 한국의 대(對)나토 군사협력 관계에 신경을 쓰는 것은, 한국 방산업체의 빠른 해외 진출을 의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6월) 21일 "중동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무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이 무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의 방산 산업에 주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