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척도 침 얕보단 큰 코 다쳐요 입안 마르고 혀 통증 땐 구강건조증 의심을
침 분비량 줄어들면 충치·잇몸병 십상 자극적인 음식 피하고 금연에 물 섭취 늘려야
올해로 예순을 넘긴 K씨의 어머님은 요즘 입마름 증상 때문에 무척 고생이 심하다. 혀가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입안에서 화끈화끈한 열이 난다고 하소연한다. 밤에는 잠자리 머리맡에 자리끼를 꼭 챙겨야 한다. 차갑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으니 '구강건조증'이라고 진단했다.
● 바싹바싹 말라오는 입안, 구강건조증의 원인과 증상
구강건조증은 병명이 말해 주듯이 입안이 마르는 질환으로서 대부분 심한 혀의 통증을 동반한다. 침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발병하는 질환인데 겨울철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로 인해 그 증상이 심해진다. 이 때문에 겨울철에 발병하는 것으로 오인하지만 계절과는 상관이 없다.
질환의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대략 50세 이상은 10%, 65세 이상은 30% 정도에서 증상이 나타나며 일시적 또는 영구적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구강의 건조감으로 인해 입안에 막이 형성된 것 같은 이물감과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 다음으로는 구강 작열감 증후군이 있다. 마치 뜨거운 불덩이를 입에 문 것처럼 화끈거리고 타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외에도 입안이 마르고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과 함께 신맛이나 금속성의 맛을 느끼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침 분비가 부족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유발되는데 충치와 잇몸병 등 구강건강에도 이상신호가 온다. 침은 입안을 알칼리성으로 유지해 세균이나 음식물로부터 이가 썩지 않도록 해 주는데 침이 모자라면 이가 잘 썩고 잇몸 염증도 쉽게 생긴다.
구강건조증은 노인에게 빈발하지만 노화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흔한 원인은 고혈압약, 우울증치료제, 진정제, 항히스타민제, 식욕억제제의 복용 뒤 오는 부작용이다. 침 분비를 억제하는 약은 500종이 넘는다. 불안, 우울감, 스트레스 등도 침이 덜 나오게 하는 요인이다.
침이 분비되는 타액선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대수술, 임신, 감기몸살, 빈혈, 탈수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당뇨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스조그렌 증후군, 역류성 위식도염, 에이즈 등의 질환이 구강건조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 침이 마르면 건강도 마른다
건강한 사람은 하루 평균 1.5L가량의 침이 분비된다. 여기에서 10분의 1 이상 침 분비량이 줄어들면 구강건조증이 나타난다. 침 분비가 많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침 분비도 줄어든다.
침은 소화를 돕는 촉매제다. 입안에 침이 많을수록 음식이 잘 소화된다. 침에는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등 각종 소화효소가 있다. 그래서 음식을 오래오래 씹는 것이 소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오래 씹으면 침 분비가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침은 또 치아 건강의 파수꾼이다. 침에 함유된 과산화수소, 라이소자임, 면역단백질 등은 입안의 남아 있는 각종 박테리아를 살균하는 작용을 한다. 입안에 침이 부족하면 충치와 잇몸병에 걸리기 쉬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생활 속 대처법
인제대부산백병원 이비인후과 엄재욱 교수는 "구강건조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치료가 매우 어려워 환자의 실망이 클 뿐 아니라 치료하는 의사도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된다. 정상적인 건강 유지와 절주 금연 등의 생활 방식을 바꾸면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침이 적다고 느끼면 건조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신 물과 우유 등 음료를 자주 마신다. 물은 수돗물이나 우유가 가장 좋다. 수돗물을 믿기 어려우면 정수기를 통한 물이나 시판되는 생수도 좋다. 껌을 씹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만 당분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반면 사이다나 주스 등 산성음료나 당분이 함유된 음료는 좋지 않다. 또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 녹차 등도 타액 분비를 방해한다.
술은 대부분이 그 자체가 산성이고 음주로 인해 탈수가 일어나기 때문에 해롭다. 담배는 타액의 분비를 방해하여 구강건조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금연을 하지 않으면 구강건조증의 호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구강건조증 환자는 건조한 겨울에 그 증상이 심해지는데 취침 시 실내공기의 습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해결되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거쳐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타액과 타액분비 촉진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인공타액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 수입되지 않아 병원에서 직접 조제해 사용하기도 한다. 타액분비 촉진제는 내복약을 사용하는데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심한 발한 등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도움말=인제대부산백병원 이비인후과 엄재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