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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 내내 내가 사고 싶었던것이 있었는데
바로 '카르투시'라 불리우는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목걸이였다
근데 그냥 목걸이가 아니라
영문이름을 상형문자로 변환하여 새겨서 만들어 주는
아주 특별한 이색 아이템 이었던 거다
이집트 여행중에 룩소르가 시장이 잘 현성되어 있어서
보통 배낭 여행자들은 룩소르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곤 한다
나역시 시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배낭여행자들 사이에 제 유명한 '만도네'에서 카르투시를 사려고 했었다
그냥 설렁 설렁 시장구경을 즐기는데
우리랑 문화가 전혀 다른 이집트 이다보니
신기한것도 많고 구경할것도 아주 아주 많았다
시장 초입투터 제대로 신나셨어요??
하지만 복병이 있었으니
과도한 친절의 삐끼남들이 아주 골치거리였다
ㅋㅋㅋ
어찌나 부르고 부르고 또 부르던지
헤어진 여자 붙잡는것보다 더 열열히 애절하게 열정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그들이 나중에는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부르고 부르고 부르다 지치면
마지막에는 사진을 찍어달라는 깜찍한 주문(?)을 하던 이집션들
아니 본인이 보지도 못하는 사진을
함께 찍자는 것도 아니고 왜 찍어달라는 건지~
ㅋㅋㅋ
이집션들 때문에 여행이 지치다가도 끝에는 늘 웃게 된다
하여튼 희안해~~~!!희안해~~~~~~~!!
손으로 모래를 스르륵 집어 넣고
철사로 몇번 휘리릭 저으면 요런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이도 있었다
모래로 만든 참 이집트스러운 기념품
모래의 색깔이 촌스럽긴 했지만
만드는 과정은 완전 서프라이즈~~~~~!!
이렇게 이것저것 구경을 하며 다니다가
함께 다니던 동생 유희가 한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마그네틱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근데,그게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뚝~하고 부러진 것이다
헉...............!!!
난데없는 사고발생에 당황해하고 있는데
가게주인은 생글생글 웃으며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안으로 들어와서 여유롭게 보라며 우리를 손짓했다
지은죄가 있어서 마그네틱 값만 주고 가려고 했는데
자꾸만 돈도 안받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그 녀석을 보며
이거 이거 뭔가 있구나~~!! 싶었다
그래 니네 이때다 싶은거지?
ㅜㅜ
돈을 줘도 안받으니 냉정하게 발길을 돌리기도 그래서
어쩔수 없이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주 협소한 작은 가게 였다
왠지 과한 친절이 찜찜해서 건성건성 둘러보았고
그리고 막상 사갈것도 없었다
장기여행자가 요런 기념품을 어찌 배낭에 들고 다닌다 말인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속으로 아,이제 어떻게 여기서 나가지 고민을 하던 찰나에
그만 발을 헛딛어서 넘어질뻔 했는데
반사신경이 너무 뛰어난 피오나
넘어지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뭔가를 잡았는데
근데 근데...그게 하필 진열장에 있던 향수병이었다
진짜 세상이 요동치듯 쩌렁쩌렁 소리가 울리면서
와장창창 우르르 선반에서 향수병이 쏟아져 내렸다
헉. 이거 완전 오마이갓~~~!!
그 짧은 순간
내가 손을 뻗자마자 향수병이 쏟아지던 그 찰나에
내가 젤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아~~~~~~~이거 완전 대형사고다
이일을 어째...? 대체 이게 얼마일까..?
미쳤어 미쳤어... 돈도 없는데 어쩔려구~~~~~!!
이 많은 병들을 배상할라면 얼마를 줘야 하는거야...?
머리속에 온갖 생각이 왓따리 갔다리 하면서
눈물이 왈칵 맺히는 거다
ㅠㅠ
근데,내가 그 생각을 하면서 눈물이 맻히던 그순간
유리 향수병들이 우르르 쏟아지던 그 순간
가게 주인장은 깜짝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Are You Okey? OK??"
몇번이고 같은말을 반복하면서
나의 손과 발에 유리가 튀지 않았나 살펴보는 것이다
기본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상황에서 다치지 않았니..?라고 얘기를 하는게 정상이지만
세상에는 기본이 안된 사람도 참 많고
그런 사람들도 많이 보았던 지라
당연한 그의 반응이 난 너무 감동 스러웠다
솔직히 가게 물건을 파손했으니 버럭 화부터 낼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내가 놀랬을까봐 내가 다쳤을까봐 몇번이고 몇번이고 괜찮냐고 물었고
내가 미안하다고 울먹이니깐 걱정하지 말라며
유리조각 때문에 다치니깐 비켜서서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빗자루를 가져와서 유리조각을 쓸어담으면서도
끊이없이 Are You Okey? 와 No, problem을 말하는데
그렇게 고맙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근데.그러면서도 사람인지라
이렇게 많은 향수병을 깨트렸으니
난 분명 제대로 진창 바가지를 쓰겠구나 싶어 제대로 쫄아버렸다
"진짜 너무 미안해 . 이거 다 얼마야?"
라고 물었더니
걱정하지 말라며 일단 차부터 한잔 하라면서
차이를 가져오는게 아닌가...?
어,이거 뭐지...?
대체 내한테 얼마나 받아낼려고 이러는 거지...?
내 속은 하염없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옴짝달싹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억지 미소를 짖고 있는데
차이를 가져오며 그러는 거다
"많이 놀랬으니,일단 이거 마시고 마음 좀 가라앉혀"
"그리고 향수병값은 됐어"
"뭐라고? 아니 왜...? "
"에~이 내가 잘못했는데 그건 아니지"
"그러지 말고 이거 다 얼마야...?"
....
아무리 묻고 물어도 이 녀석 실실 웃으며 대답이 없다
무조건 노프라블럼 이란다
무조건 아임 오케이 이란다
아니 한두개도 아니고 못해도
열댓개는 깨트린것 같은데 근데 돈을 안받는다고???
내가 그럴수 없다고 미안해서 안된다고 바득바득 우기자
정 미안하면 내가 꼭 필요한것만 고르라는게 아닌가?
아무리 얘기해봤자 얘기는 원점
진짜 이 녀석은 순수하게 내게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사고 싶었던 카르투시를 골랐다
이넘도 일종의 목걸이 보석이 아니던가...?
좀전에 내가 한 짓은 까막득히 잊어버리고
어찌나 까탈스럽게 골랐는지 모른다
줄이 이건 길다.좀더 짧은건 없냐..?
앤 테두리가 왜케 촌시럽냐...? 딴건 없냐...?
나,방금 대형 사고친 여자 맞아...?
암튼,힘겹게 목걸이를 고른후
영문으로 나의 이름을 적어주니 곧바로 달려나가 수작업을 거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목걸이가 내 손으로 들어왔다
목걸이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바로 나의 이름이라니
바라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왠지 진짜 파라오가 된듯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이쁜 반지도 하나 샀다
황금마스크로 유명한 투탕카문을 상징하는 문양이 있던 반지였는데
첫 눈에 내 맘에 쏘옥 들었고
무엇보다 그속에 담겨진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
Good Luck~~~~~~~!!
행운을 뜻하는 파아란 풍뎅이가 참 이뻤다
이녀석을 끼고 있으면 여행하는 내내 행운만 가져다 줄것 같았다
내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하자
이 친구도 덩달아 기뻐해주는 모습에 참 고마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걱정해주고 챙겨주던 모습에 완전 감동 받아버린 나
게다가 목걸이랑 반지도 한국에서 알아온 정보 그대로
바가지도 쒸우지 않았다
그제서야
괜히 내가 사고쳐서 오늘 장사 헛탕하게 만든건 아닌지
자꾸만 마음이 쓰이고 미안해 졌다
나에게 무한감동을 선사했던
천사같은 넓은 마음과 아량을 가진 그의 이름은 허니(honey)였다
처음엔 장난치는건줄 알았는데
진짜 허니라고 몇번을 말하는걸 보니
거짓말은 아닌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건 뭐 믿기도 그렇고 아니기도 그렇고
그보다 더 난감한건 부르기가 참 거슥한것이
허니~!! 이러고 부르니 내가 웃겨서 미치겠는거다
ㅋㅋㅋ
암튼,난 그가 보여준 무한 친절에 너무 감동받아
내가 마땅히 보답할게 없어서
지니고 있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선물로 줬는데
우리의 허니 미친듯이 좋아라 하신다
어느정도 였냐며
팔려고 진열 해놓은 액자를 꺼내더니
나와 찍은 사진을 넣구선 다시 진열장에 전시를 하는게 아닌가??
헉~ 내 사진 이가게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다 보게 되는 거잖아~~~~~~!
내가 이건 오바라고 너의 기념으로 가지라고 했더니
기여이 젤 잘보이는 명당에다가 액자를 두고선 흐믓해 한다
암튼 착하게 생겨선 고집 고집은~
내가 당할수가 없다
한순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후
허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나가는데
끝까지 밖을 바라보며 배웅을 해주던 허니
여행을 하면서 있었던 어떤 일보다도
정말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 내게 일어난 곳
이집트 룩소르
내가 잘못을 하고도
그들의 호의를 난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그를 의심하고 오해했었다
분명 뭔가 있을거야...!!
나중에 더 큰 바가지를 쒸울게 분명해
끝까지 경계태세를 놓지 않았던 내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진심으로
낯선 타국에서 온 동양 여자애를 걱정해주고 배려해줬다
그는 자신의 가게에 온 사람들은 다 친구라고 얘기했고
우리는 친구이니깐 돈 같은건 받을수 없다고 했다
어차피 지나가는 관광객이고
언제 다시 올줄도 모르는 외국인인데
나라며...나라면...절대 그러지 못했을것이다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신경질을 냈을수도 있을것 같다
나라면 절대 다치지 않았냐고? 괜찮냐고 ?
먼저 물어보지 못했을것이다
깨진 병을 보며 이거 어떻할거냐고 따졌을것이다
근데 허니는 그러지 않았다
처음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자신의 가게에 들어온 손님을 친구라 여기며 진실로 대했다
목걸이를 고르면서도 반지를 고르면서도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거 사기치는걸 아닐까...?
진짜 이렇게 많은 병이 깨졌는데 돈도 안받구
너무 이상하잖아~'
가게를 나서면서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고마웠다
나의 좁쌀같은 마음이 부끄러웠고
이집션들은 바가지를 많이 쒸우니깐 당연히 그럴거라고
격어보지도 않고 혼자 판단하고 결정 해버린 내가 부끄러웠다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했던것 같다
허니가 보여준 친절처럼 정말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는데
우리가 들어갔던 허니가게의 이름이 belive it 이었다
세상에 이런 우연과 행운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무리 여행중이라지만 이런 행운을 내가 겪어도 되는건가 싶었다
여행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는 했지만
오늘 내가 겪은 일들과 사람은 내가 살아온 방식에선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소신대로 정직하게 손님들에게 믿음을 주던 허니
허니때문에
룩소르에서 우연히 알게된 기념품 가게 주인때문에
내게 이집트는 한없이 아름답고 친절한곳으로 기억이 되버렸다
이집트를 여행한 수많은 배낭여행자들이
사기도 많고 바가지도 많이 쒸운다고 욕을 하지만
내게 나의 이집트는 이집션들은
친절한 나라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남아 있다
나 한사람이 노력한다고 해서 전체가 바뀔수 있지는 않지만
나 한사람의 노력으로 누군가의 잘못된 생각은 바꿔줄수 있늘것 같다
이집션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절정치에 올랐을때
허니라는 이집션을 만나게 되어
그가 보여준 마음 하나로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행중 있었던 에피소들 떠올리면
허니를 만난 그 시간들이 단연 1번이다
내가 적잖은 충격의 시간과 경험이었으니 말이다
허니의 가게에서 산 반지는 여행 내내 날 지켜주었고
단 한번도 빼지 않았는데
지난 여름 해운대 바다에서 퐁당 잃어 버렸다
그날 얼마나 속상 했는지 모른다
2년넘게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소중히 여겼던 물건인데
.....
그날 마음은 해운대 물을 다 빼서라도 반지를 찾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니 죽을 맛이였다
이제 남아 있는건 카르투시 밖에 없지만
언제나 생각해보면 어제일 처럼 또렷히 기억나는
멋진 소중한 추억이 내게 남아 있어서 참 고맙다
룩소르 에서 젤 정직한 사장님이 일하시던
belive it 에서 구입한 카르투시 목걸이.투탕카문 반지,람세스2세 볼펜
이렇게 다시 보니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아직도 가게의 최고 명당에 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첫댓글 정말 좋은분을 만나셨네요^^ 저 같아도 짜증나는 상황이었을텐데...저도 다음에 이집트를 가게 되면 허니네 가게에 꼭 가고싶네요^^ 피오나님 사진 복사해서 가져가면 엄청 좋아할것 같아요~ㅋㅋ
제 사진 들고가면 아마 제대로 디스카운트 해주지 않을까...조심스레 추측 해봅니다..ㅋㅋ
근데,진짜 너무 착한심성이죠? 완전 감동했던 날이었어요
지난 겨울 우즈벸을 갔었는데 거기 사람들도 사진 같이 찍거나 찍히기를 참 좋아하더라구요. 후진국이라서 구걸도 많이하고 도둑도 많겠지만 기본 심성은 순수하고 낙천적이라는걸 보았어요.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같은거...!
맞아요~~~!!유럽에서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이집트랑 중동 터키여행할때는
사람들이 계속 찍어달라고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잼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랬어요
우리보다 후진국이지만 정말 순수한 사람들이 많아서 배울점이 참 많았던것 같아요
이야.. 병 깨지고나서는 정말 대박 가슴졸임이였겠어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않고 사진을 찍으시는 당신의 모습!!
진정한 여행가입니다. *^^*
그러니 말이에요..ㅋㅋ 그와중에 뭔 정신으로 찍은건지..ㅋㅋ
진짜 이대로 여행경비 홀라당 날리는가 싶어 완전 쫄았는데.말이죠~!!
아~ 저도 저 가게에 꼭 가서 저분들 만나고 싶어요~ 글 읽고 감동^^
피오나님은 여행지에서 에피소드가 책을 낼 정도로 많군요~ 전 두번이나 배낭여행을 다녀도 얘기거리가 없는거 같은데...^^
제가 야간 사고뭉치 스탈이라..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은거 같아요~!! ^^
근데 정말 여행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중 1번으로 기억나는 일이에요^^
공주님이 어떤 분이실까 궁금 했었는데, 사진이 바로 여기 있었네요. ^^ 왠지 저와 인상이 닮으신듯......florent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감동적이고 마음 따뜻해 지는 여행기 잘 있었습니다.
해리포떡님이 저랑 닮으셨다니 저도 살짝쿵 궁금해집니다~!! ㅋㅋ
런던 벙개도 다시 생각해도 완전 부러워요~!!
남은 여행도 무사히 잘하시길 바랍니다
전 런던에 직업이 있어서 아예 눌러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
여행이 주는 보너스 혜택을 듬뿍 받으셨네요. 십년 감수하셨겠네요. 와중에 찍을건 다 찍으시고~~ㅋㅋ;;
그러니 말이에요~!! 여행이 주는 보너스 제대로 챙긴셈이에요~ㅋㅋ
그 와중에 찍을건 다 찍는 치밀함에 저도 놀랬어요~!!ㅋ
이 에피소드 정말 재밌고 나름 감동적이네요. 우리나라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서 본의 아니게 '사고'치시고 차도 마시고 사진도 찍어서 진열되는 '영광'까지.... Honey씨도 귀엽고 피오나님도 귀여워요~~ ^^
그죠...? 제 여행중에 겪은 에피소드중 베스트오브베스트 입니다
정말 제게는 잊지못할 큰 행운의 날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