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연중 제19주일) 먹어라. 갈 길이 멀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이 말씀은 수십 년 동안 들었지만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예수님은 이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지 않으신다. 단지 믿으라고 하신다. 거기에 더해 내가 믿는 건 내 선택이 아니라 하느님이 이끌어 주셨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너희끼리 수군거리지 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요한 6,43-44).” 요셉 목수의 아들인 줄 모두가 다 아는데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주장하니 그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리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그때 그들은 수군거렸지만 나는 믿는다. 그러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느님이 지금 나를 이끌어 주시는 거다.
엘리야 예언자는 카르멜산에서 바알 신을 섬기는 예언자 수백 명과 대결해서 그들을 모두 그 자리에서 칼로 쳐 죽였다. 그 일로 이제벨 왕비가 엘리야를 죽이기로 했고 이를 알고 그는 도망을 쳤다(1열왕 19,3). 광야에서 지쳐 쓰러진 그는 모든 걸 포기하고 죽기를 간청하며 잠이 들었다. 하루 이틀 가면 도착할 줄로 알았나 보다. 그런데 천사가 나타나 그를 흔들어 깨우고 가져온 빵과 물을 먹여 가던 길을 계속 가게 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1열왕 19,7).” 그렇게 먹고 마시며 밤낮으로 사십일을 걸어 호렙산에 이르렀다(1열왕 19,8). 그 산은 하느님이 계신 곳이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믿는 사람 모두, 예수님을 따라 그분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들은 모두 지금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가는 중이다. 지쳐 쓰러져 모든 걸 포기한 엘리야에게 천사가 한 말을 기억해야 하겠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하느님이 주신 이 믿음은 계속 자라서 더 굳건해지고 깊어지고 순수해져야 한다. 그래서 십자가에서 불의하게 살해당하기까지 아버지 하느님께 순종하셨던 예수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분은 그 일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고, 십자가 위에서 내려올 수 있고, 돌이 빵이 되게 할 수 있었다.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 해주는 게 습관이 되고, 일흔일곱 번이라도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고, 나를 괴롭히고 박해하는 이를 위해 기도하고, 원수까지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아! 갈 길이 멀어도 정말 멀다. 그러니 먹고 마셔야 한다. 하늘나라에 자리가 많은 건 그곳이 무한히 넓어서가 아니다. 그곳에 들어간 영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마태 22,14).” 아직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 많은 영혼이 성문 밖 연옥에서 대기하고 있다.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영적 여행은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 끝나지 않는다. 죽은 이후에도 계속 더 가야 한다.
하느님은 노예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켜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찾아가게 하셨다. 하느님은 광야를 지나가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를 먹여 사십 년 동안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셨고, 천사를 시켜 엘리야를 먹여 사십일을 걸어 호렙산에 들어가게 하셨다. 이제 천사가 먹는 음식을 우리에게 먹여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하신다. 요셉 목수 아들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었던 사람들, 보잘것없는 작은 빵을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는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 그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그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요한 6,50). 그 빵이, 곧 예수님이 내 마지막 날에 죽은 나를 다시 살리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일어나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다. 이 세상에서 이것을 보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믿는다. 하느님이 직접 우리를 이끌어가시는 게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속량의 날을 위하여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0-32).”
예수님, 주님이 길을 내셨으니 그 길을 찾을 수 있고, 앞장서 가시니 따라갈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돈도 되지 않는 이 영적인 길을 영적인 음식을 먹지 않고서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주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콘을 통해 제가 가야 할 길을 볼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