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12:00 check out . 오랜만에 너무 여유 있다.
시간은 있는데 막상 할 일이 없다.
몇몇 용감한 용사들은 호텔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나는 구경만으로도 족하다.
괜히 기념품 가게 어슬렁거리다가 티셔츠 몇장 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멤피스랑 사카라.
구왕국시대의 수도라는 멤피스.
너무 역사가 오래서일까, 나일강의 범람 때문일까 남은게 너무 없다.
그나마 다리가 부러진 채 누워서 우리를 맞이하는 람세스 2세.
누군가는 자기 과시욕이 강한 파라오라고 묘사했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권위있게 서서 우리를 굽어봐야 할 몸이 누워있는 것이 안스럽다.
한국 같으면 물고구마라고 구박했을 군고구마를 신기해 하며 맛있게 나눠 먹는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맛이다.
왠지 색다른 것 같고 별것 아닌 것도 멋있게 느껴진다.
사카라의 계단식 무덤들.
어떤 것은 그저 흙더미와 돌더미가 뒤섞인 작은 언덕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세월의 무상함이리라.
그래도 그것이 피라미드의 원조라고 한다.
바로 그 흙더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감동하는 기자의 피라미드가 있는 것이리라.
엘칼릴리 시장.
피라미드 세트 하나에 25파운드를 부르는 가게도 있고 85파운드를 부르는 가게도 있다.
안 그래도 한국에서도 시장은 못 가고 백화점만 가는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그나마 남들은 5달러에 3장 샀다는 스카프를 5달러에 1장 산 전적이 있는지라 이번엔 정말로 비장한 각오를 하고 상인들과의 대결을 펼쳐본다.
역시 너무 힘들다.
평소에 전혀 신경 안 쓰던 선물을 이번엔 괜히 이집트라는 특별한 여행지에 왔으니 기념품이라도 좀 사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무감을 갖다 보니 더 부담스럽다.
그나마도 한국에 돌아오니 그 곳에선 전혀 생각 못했던 사람들이 자꾸 떠올라서 결국 선물은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시장구경은 재미있다.
'언니, 언니' 한국말로 부르는 상인들.
스카프를 팔며 나름대로 우리와 열심히 기싸움 하던 어린 아가씨 상인.
3파운드에 배부르게 바나나랑 이런저런 과일이 들어있던 생과일 쥬스.
카페에서 물담배 피우는 사람들.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코스는 나일강 디너크루즈다.
열시, 늦은 저녁인 탓일까. 배에는 우리와 어느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 부부와 가족 뿐이다.
이집트는 남자가 지참금이 있어야 결혼을 한단다. 그래서 남자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더니 누구는 신랑이 신부아버지인 줄 알았단다.
그 정도로 노숙해 보이는 신랑과 그리 어려 보이지는 않는 신부.
그래도 어느 나라나 신부는 아름답다.
하객들의 표현할 수 없는 아르르르~~~~~~ 소리
신랑 신부는 무조건 보기 좋다.
처음 보는 밸리 댄스와 수피 댄스.
대부분의 멤버들이 터키에서 본적이 있다는데 나는 처음 봤다.
비싼 여행 보내 준 남편을 위한 보너스로 밸리댄스는 아주 잠깐 동영상으로 찍었다.
수피댄스는 일종의 종교의식이라는데 내가 보기에도 그 정도 뺑뺑돌다 보면 신들릴(?) 것 같다.
멍석을 깔아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나에 비해
용감한 몇몇 동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특히 on sunday 님의 무대는 압권이었다.
딴건 다 좋았는데 음식이 별로다. 먹은 것도 별로 없이 진한 커피만 마셧더니 속이 훑어내린다.
선착장에서 우리의 분위기메이커 강냉이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이제 진짜 이집트와의 이별이다.
안녕 이집트, 안녕 천박사님.
뭔가 무지무지 기대를 안고 왔는데 기대 이상 뭔가를 안고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더 열심히 다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런 아쉬움이 있어야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결론은 무엇보다 정말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다는 것.
그래서 행복했다.
첫댓글 함께해서 참 행복했습니다. 후루가다 바다에서, 암스테르담에서의 추억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더욱 많은 추억을 만들어요. 여행담 너무 잘 보았구요..
아줌마를 대표한 여행후기 아주 잘 보았습니다. 그정도 기억력이면 연지언니도 가능하겠습니다. 써주신 여행기 보며 추억에 잠겨 보며 사진 찾아 답글로 올려 놓았습니다. 귀차니스트들을 위하여~ㅎㅎㅎ
저도 이집트에서 많이 행복했습니다. 카페여행을 이어가는 힘...이 행복감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과 행복함....담에도 같이 공유하자구요. ^^
마음에 팍!! 꽂히는 말씀입니다. 언제나 그 행복감을 공유 할수 있을런지.....
여행 후기 잘 보고 느끼고 갑니다..모두들 즐거운 여행이었슴돠..
아직 하루 남은 거 아닌가요 우리 비행기 안에서 하루를 보내지 않았나요 전 와인 두잔에 희 뻗었지만. 근데 허여사님 KLM 승무원들은 넘 불친절한 거 같아요.
다시금 정리해보고 추억에 잠기게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의 만남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우리 이집트팀들 건강하세요~~
제가요 몸치 박자치 음치... 그런데 박사님께서 빼는 사람 한국분밖에 없다고 해서 좀 무리한 용기를 했더니... 즐거우셨다면 감사^^ 인천 행 비행기에서 밥 두끼 간식 한번 있었다구요? 전 잠만 잤답니다 또 뵙기를 기대합니다 사진 퍼가요
또 다른 여행하나가 끝난거 같아 아쉽네요... 다음 여행을 기약해야겠죠? 건강하세요~~
후기를 읽으니 다시 여행하느기분이에여~항상건강헤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