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세계도 현재의 나도 없다. 한때 나였던 너와 한때 너였던 내가 있을 뿐, 그리하여 나는 너를 다만 지탱하는 것일 뿐
타자의 탄생은 곧 내가 접근할 수 없는 세계의 출현이자 세계의 기원이다. 그리고 타자의 죽음은 세계의 끝을 알린다. 세계에 대한 유일한 열림이었던 타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탄생과 죽음에서 세계는 멀리 있으며, 데리다에게는 그것이 바로 책임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자아는 한없이 탐욕스럽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해되는 것으로 바꾸고, 아무리 바꾸려 해도 바뀌지 않는 것은 밀어내고 배제한다.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보든 자아는 결국 그것을 자기의 일부로 번역하고 변형하여 취한다. 이 모든 것은 생존을 위한 걸까? 생존만을 위해서라면, 그렇게까지 탐욕스러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때때로 이러한 노력들은 무용하거나 해롭고, 심지어 자기를 파괴하기도 한다. 자기를 고수하려는 힘은 생사를 초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 현재의 직관, 미래에 대한 예측이 뒤엉켜 작동하는 복합적 생물학적 체계이다.
즐거움은 오직 애도에서, 애도된 즐거움으로부터 태어난다. 어떤 애도나 어떤 죽음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애도이다. 나는 어제에서 왔다.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현재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는 이미 어제이다.
내가 즐기는 것은 어제일 뿐만 아니라 아마도 그것은 내 어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미 오늘의 다른 사람의 어제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것은 다른 사람의 어제일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이미, 만약 그것이 이미 다른 나일지라도, 나의 즐거움은 어제로부터, 어제의 변형으로부터, 타자로부터, 타자의 도래에서 비롯된다
펴낸곳: 그린비출판사. 2026. 3. 31 발행. 강서도서관 도서
2026. 7. 8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