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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중러 간 북부/교호 연합군사훈련』을 주관했나?
지난 7월 20일부터 24일 간 중국 북부 전구 사령부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과 공군이 참가한 『중러 간 북부/교호 연합군사훈련(Sino-Russian Northern/Interaction Drill: 中俄北部/交互聯合演習)』을 주관하였다.
그동안 중국군은 러시아군이 매년 주관하는 구역별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하였으며, 주로 러시아 동부 전구 사령관이 주도하는 볼스톡(Volstok: 동부)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하였다.
이러한 중국군의 러시아군 주관 중러 연합군사훈련 참가 규모는 점차 확대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2021년 8월 러시아 볼스톡-2021 연합군사훈련 일환으로 중국 서부 전구 사령부는 『중러 간 서부/교호 연합군사훈련-2021(Sino-Russian Western/Interaction Drill: 中我西部/交互聯合演習)』을 처음으로 주관하였으며, 당시 러시아군이 중국 영토 내 군사훈련장에서 중국군 무기, 무장과 지휘체계로 연합훈련을 한 사례와 지난해 2월 24일부터 다시 같은 전구에서 실시된 볼스톡-2022 연합군사훈련에 중국군 지상군, 해군, 공군 모두가 처음으로 참가한 사례였다.
순서로 보면 러시아는 올해에 자파드-2023(Zapad: 남부)-2023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해야 했으나,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토가 우크라이나 주변국에게 강력한 군사지원을 하였고,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용병이 러시아군의 부패와 비효율적 군사지원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키자, 올해는 러시아군 주관 연합군사훈련이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에 지난 7월 20일부터 24일 간 이례적으로 중국군 북부 전구 사령부는 『중러 간 북부/교호 연합군사훈련』을 블라디보스톡 공군기지와 동해의 공해와 공역에서 양국 해군과 공군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하였다.
우선 지난 7월 19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번 연합군사훈련에 중국 공군의 Y-20형 대형 전략 수송기, KJ-500형 공중조기경보기, Z-20형 다목적 공격헬기 등 약 30대 군용기가 7월 19일에 블라디보스톡 공군기지로 이동하여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하였고, 특히 미 육군 UH-60형 블랙하크 다목적 헬기를 모방한 Z-20형 헬기가 해외 연합공중훈련에 처음으로 참가하였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지난 7월 15일에 러시아 태평양 함대 사령부 소속 대잠 구축함 2척, 대잠 콜벳트함 2척이 중국 북부 전구 사령부 소속 북해 함대 사령부 칭다오 해군기지에 입항해 육상훈련을 실시한 이후에 7월 19일에 중국 해군 북해 함대 사령부 소속 Type 052D형 구축함 2척, Type 054A형 프리깃함 2척, Type 903형 해상군수지원함 1척과 함께 중러 연합수상전투단을 구성해 동해에서 대함전, 대공전, 대잠전, 해상 호송전, 해상테러전, 인도주의 수색작전 등을 실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양국 국방부는 이번 연합군사훈련이 국제해(international water)에서의 국제법 준수를 확인하기 위한 공중지배권 장악과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훈련이라며, 이례적으로 중러 연합수상전투단 기함 중국 해군 Type 052D형 치치하얼(Qiqihahar)함에 양국 수상함 전대장이 동승하여 연합 지휘통제, 해상 및 공중 통신 점검, 공중 및 해상지배권 장악 등 지역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훈련이었다고 발표하였다.
통상 2국 이상 국가 해군이 참가하는 연합해군훈련시에는 각국 해군 기함에 각국 해군 수상함 전대장이 각자 탑승하여 연합해군훈련을 지휘하며, 참가국 수상함 전대장들이 훈련 종목에 따라 순번째로 기동작전 지휘관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국 수상함 전대장이 중국 북해 함대 사령부 소속 Type 052D형 구축함에 함께 동승하여 『중러 간 북부/교호 연합군사훈련』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북부 전구 사령부가 이번 연합군사훈련을 주관한 배경과 이유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우선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국제질서 구축에 대한 대응였다. 지난 7월 12일 리투아니아 빌노스의 나토 정상회담은 중국을 미래 위협을 지목하였으며,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였다. 특히 지난 7월 7일 미 『뉴욕타임스(NYT) 국제판』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양국 정상 브로멘스(Xi-Putin Bromance)』가 미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indispensible) 유지될 수 밖에 없다며 중국 시진핑 주석이 향후 열세에 몰린 러시아를 어떻게 대우할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7월 15일 중국과 러시아 국방부가 동시에 대변인 발표를 통해 이번 연합군사훈련이 기계획된 양국 간 군사훈련 일정에 따른 양자간 연합훈련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연합군사훈련이 중러 간 전통적 군사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국제법에 위한 질서 유지, 평화와 안정을 증대시키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 사례에서 간접적으로 증명되었다.
다음으로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또는 파트너십국 간 연합훈련 강화에 대한 대응였다. 지난 7월 4일 『미 해군연구소 뉴스(USNI News)』는 지난 5∼7월에 미 해군이 주도하거나 참가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 대중국 견제 연합해군교류, 협력과 훈련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지난 5월에 영국 해군이 주도한 5개국 방위합의(FNDA)에 따른 영국,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간 연합해상훈련이 실시되었고, 지난 6월 30일에 미 해군 로널드 레이건 핵항모(CVN-76) 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 CSG)이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베트남 다낭에 입항하였으며, 입항 이전/이후로 남중국해에서 호주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하였다.
또한,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4일간 예정된 호주 주관의 타리스만 세이버-2023(Talisman Sabre-2023) 훈련에 미 해군 아메리카급 대형 강습상륙함(LHA-6)의 원정타격단(Expeditionary Strike Group: ESG)과 산안토니오급 뉴올리온스함(LPD-18)의 상륙준비군(Amphibious Ready Group: ARG)이 참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월 16일 한반도 동해에서 한미일 3국 해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주기반의 미사일 조기경보 실시간 정보교환 체계(Space Early Warning System: SEWS) 구축을 목표로 3국 해군의 이지스급 구축함 간 연합해군훈련을 실시하였고, 지난 7월 18일 미 해군 오하이오(Ohio)급 전략 핵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지난 6월 16일 같은 오하이급 전략 핵 잠수함이나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미시간함(SSGN-727)에 이어 부산항에 입항하여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 억제력을 시현하였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지속적으로 “대만의 위기가 알본의 위기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한국과 연합하여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명분으로 삼았고, 지난 7월 18일 켄터키함(SSBN-737)의 한국 부산 입항은 북한보다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력을 시현한 것으로 해석되었을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20일 중국 『환구시보』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한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였다고 보도한 사례와 지난 7월 22일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이 규정한 의무(duty)를 다하고 있다”고 보도한 사례가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하였다.
군사 전문가들은 올해에 이례적으로 중국 북부 전구 사령부가 주관한 연합군사훈련이 다음과 같이 미국 주도의 연합군사훈련보다 열세했다고 분석하였다.
첫째, 이번 연합군사훈련 의미는 중국군 전구 사령부 역할 확대였다. 2016년 1월에 시진핑 당 중앙군사위원회(CMC) 주석은 그동안 방어 위주의 7개 군구(軍區) 체계를 공세적인 합동작전(중국명칭: 聯合作戰)을 수행하는 5개 전구(戰區) 체계로 개편하여 미 통합 전투 사령부(Unified Combatant Command)와 같은 군사작전 체제로 개편하였다.
이에 중국은 올해 러시아군이 합동군사작전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자, 최근 이슈화되는 한반도 주변을 작전책임구역(AOR)을 둔 북부 전구 사령부에게 이번 연합군사연습을 주도하도록 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실제 지난 7월 15일 중국 『환구시보』는 중국군 전구 사령부의 역할을 해외로 확대해야 한다고 보도하였다.
둘째, 연합군사훈련 범위를 동해에서 서태평양으로 확대하였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인도-태평양과 유럽 전구를 함께 연계시키려는 전략적 계산(strategic calculation)에 대한 대응으로 이번 연합군사연습 범위를 동해에서 북태평양과 동중국해로 확대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예를 들면 지난 7월 15일 중국과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 동시 발표는 동해를 소야해협, 쓰가루해협, 대한해협의 3개 중요한 해상교통로 병목지역이 있는 해역이라며, 이번 연합군사훈련 범위가 동해에서 베링해와 동중국해로 이어지는 약 7,000마일 항적으로서 처음으로 동해에서 북태평양과 서태평양으로 확대하는 연합군사훈련이라고 발표하였다.
셋째. 하지만 이번 연합군사훈련은 미 해군 주도의 각종 연합군사훈련보다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여전히 열세한 수준과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하였다.
우선 연합군사훈련 성격이다. 미 해군 핵항모, 대형 강습상륙함, 대형 상륙함이 참가하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사훈련은 공세적 군사작전 양상을 보인 반면, 이번 중러 간 북부/교호 연합군사훈련은 다분히 방어적 수준에 머물렸다.
지난 7월 20일 『환구시보』는 이번 연합군사훈련 목적이 적의 도발 억제, 격퇴를 통해 지역 해양안보 평화와 안정에 염두를 두었다며, 작전 양상도 대함전, 대잠전, 대공전, 호송전, 대테러전, 인도주의 수색 및 구조 작전 등 이었다고 보도하였다.
특히 이번 연합군사훈련의 참가 규모가 중국 공군 군용기 약 30대, 중국 해군 수상전력 5척, 러시아 해군 수상함 3척이었고, 중국 공군의 Z-20형 다목적 헬기는 처음으로 해외 공중작전에 참가하였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연합군사훈련에 참가시킨 군용기들이 Y-20형 대형 수송기와 YY-20형 공중급유기, KJ-500형 공중조기경보기 등으로 주로 공중수송과 공중 조기경보 임무에 치중되었다고 평가하였다.
반면, 미 해군은 핵항모에만 약 70여대의 함재기가 탑재되고, 대형 강습 상륙함에는 약 40대 함재기를 탑재하는 수준이다. 실제 이번 연합군사훈련 규모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사연습 참가 군용기와 함정 규모보다 낮았다. 참가함정 척수에서도 미 해군의 경우 CSG의 호위전력 4척과 호주와 일본 해군의 2∼3척 참가 함정을 포함시키면 질적 수준은 물론 양적 수준에서도 이번 중러 연합사상함 전투단보다 우세하였다.
특히 연합군사훈련을 위한 상호작전운용성(inter-operability)에서도 미국 주도 연합군사훈련이 양호하였다. 예를 들면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파트너십국들은 암호화된 GPS 체계와 링크(Link) 체계를 갖추어 지휘통제 체계와 정밀타격에 있어 상호작전운용성이 유지되나, 중국과 러시아는 GPS와 링크 체계가 다른 것이 문제이다.
예를 들면 중국군은 베이도우(BeiDou Navigation Satellite System: BeiDou) 체계를 러시아군은 그로나스(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GLONASS) 체계를 각기 별도로 사용하고 있어 양국 간 지휘통제, 타격체 항법, 위치, 표적 및 시간(PNT)에 있어 상호작전운용성이 별도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외형적으로 러시아 그로나스 GPS 체계의 무기 및 운영 체계를 채택한 중국 해군과 공군이 내면적으로는 중국식 베이도우 GPS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양국 간 실질적으로 통합된 연합작전이 어렵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었다.
특히 러시아 방위산업체가 중국군이 러시아의 군사과학기술을 모방하여 이 체계에 미국식 소프ㅌ웨어를 적용시키는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자, 중국에 대한 기술이전에 매우 소극적이어서 중러 간 상호작전운용성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중국 북부 전구 사령부 주관의 중러 간 연합군사훈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흔들리고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의 우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이 버릴 수 없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하에 실시하였으나, 중러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또는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브로멘스가 살아 있다는 상징적 함의 이외 군사적 열세만 노정시킨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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