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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덕.. 아니 철도동호인이거나 되어가고 있는 여러분은 통표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통표가 무엇이냐.. 두산대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선로를 상하행 열차가 같이 사용하는 단선 구간의 철도에서는 양쪽 역에서 상하행 열차가 동시에 운행되면 충돌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통표폐색식에서 사용되는 증표를 통표라 한다... 기관사는 통표수수구(通票授受具:캐리어)에 넣은 정해진 모양의 통표를 역장으로부터 받아 가져가지 않으면 열차를 발차시키지 못한다.이 때문에 하나의 역 사이에서는 동시에 1개의 통표밖에 꺼낼 수 없게 된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대략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간혹 저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느냐...? 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이 분의 의문에 대한 시원한 대답은 없더군요.
저도 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철덕이었지요. 그래서 과연 저것이 어떻게 움직여서 폐색취급을 한다는 것일까? 를 디씨특유의 잉여력을 최대한 발휘한 성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아까 정의 부분으로 돌아가서..
이 때문에 하나의 역 사이에서는 동시에 1개의 통표밖에 꺼낼 수 없게 된 장치 이 장치를 통표폐색기, 혹은 통표쇄정기라고 부릅니다.
통표폐색기는 다음과 같이 생겼답니다.
사진출처: 일본 위키피디아 "통표"항목
의왕 철도박물관에서 보신 분들도 있고, 간혹 간이역 기행을 하다 보신분들도 많을 겁니다. 제 경우는 2003년 CDC를 타고 일영역에 스탬프를 받으러 갔다가 통표폐색기가 있는 것을 봤지요.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각 부분의 명칭과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송수화기
통표폐색기가 담당하고 있는 운전취급자와 운전에 대한 협의를 하고자 할때 사용합니다.
B: 벨(전종)
통표폐색기가 담당하고 있는 운전취급자의 반응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C: 검전기
통표폐색기의 상태를 알려줍니다. 바늘이 오른쪽으로 향하면 반개半開. 왼쪽으로 향하면 전개全開
전개 상태에서만 통표를 하부슬라이드에서 꺼낼 수 있습니다.
기본 위치는 가운데입니다.
D: 해정버튼(해정전건)
해정解錠(자물쇠를 품, Unlock)키는 통표를 빼낼 때 사용합니다.
E: 송신버튼(송신전건)
통표폐색기가 담당하고 있는 역의 운전취급자에게 운전취급 관련 여부를 묻는 데 사용합니다.
버튼을 한번 누르면, 통표폐색기와 연결된 반대편 역의 통표폐색기의 벨이 한번 울리게 됩니다.
운전취급자의 혼동에 의한 실수를 막기 위해 통표폐색기의 벨 소리는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A-B-C의 철도노선이 있고, 내가 B역의 역장인데, A역에 연결된 통표폐색기가 운전취급을 해 달라고 벨이 땡땡 울렸는데 C역과의 통표폐색기로 가서 운전취급을 한다면.. 대형사고가 터지니까 말입니다.
F: 상부슬라이드
DVD-ROM처럼 통표를 넣는 슬라이드입니다. 슬라이드에는 홈이 있어서 일치하지 않는 통표는 절대 넣을 수 없습니다.
G: 상대역의 이름
통표폐색기가 담당하는 구간이나 역을 알려줍니다.
H: 하부슬라이드
운전취급을 위한 통표를 꺼내는 곳입니다.
*하부슬라이드 위의 사각 구멍은 통표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 창입니다.
A-B 구간 앞 구간은 자동폐색식이라 문제가 없는데, A에서 B까지는 자동폐색식 신호기를 공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이 구간의 열차는 반드시 통표를 받아 가야 하지요.
신나게 달려온 #772열차가 A역에 정차하여 승객취급을 한 후 이제 B 역으로 가야 합니다.
그럼 이제 역무원이 통표폐색기를 어떻게 작동 방법하는지를 알아봅시다.
1. A-B 구간을 폐색하는 법
여섯번째 단계부터 시작합니다.
동영상 출처: 百年の鉄道旅行
첫번째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송신버튼을 세번 누릅니다.
(A역 운전취급자: B역까지 #772 들어갈 수 있습니까? B역 운전취급자의 답변을 바랍니다.)
B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벨이 3번 땡땡땡 하고 울림.
(B역 운전취급자: 어? A역에서 선로가 뚫렸는지 막혔는지 물어보네?)
두번째
B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송신버튼을 세번 누릅니다.
(B역 운전취급자: 선로가 비어 있어 우리역까지 오는데 문제 없습니다.)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벨이 딩딩딩 하고 울림.
(A역 운전취급자: 오호... B역까지 #772열차가 들어가도 문제없구나.)
세번째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수화기를 통해 "#772 폐색합니다!" 하고 연락합니다.
B역: A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772 폐색 확인했습니다!"라고 확인답변을 합니다.
네번째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송신버튼을 두번 누릅니다.(폐색전호)
(B역까지의 구간을 폐색시키겠습니다.)
B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벨이 땡땡 울림
다섯번째
B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송신버튼을 두번 누릅니다.
(A역에서 우리역까지 폐색되어 열차가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벨이 2번 딩딩 하고 울림
여섯번째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송신버튼을 계속 누릅니다.
B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검전기 바늘이 반개로 바뀌어집니다.
일곱번째
B역: B역의 운전취급자는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해정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하부슬라이드를 빼냅니다.
이때, 통표가 든 슬라이드는 모두 빠지지 않고 반만 빠져서, B역의 역장은 B에서 A로 가는 통표를 빼낼 수 없습니다.
A역에서 통표를 빼낼 수 있는데 B역에서도 통표를 빼낼 수 있다면... B역에서 A역으로 갈 수 있어 열차가 충돌하겠지요?
A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슬라이드가 반쯤 빠졌다는 전기신호가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에 전해져서
통표폐색기의 검전기 바늘이 전개로 바뀝니다.
여섯번째와 일곱번째 작업을 양 역의 운전책임자가 동시에 같이 하지 않으면 하부슬라이드에서 통표가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여덟번째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해정 버튼을 누르면서 하부 슬라이드를 완전히 잡아 빼냅니다.
이제 B역까지 갈 수 있는 통표를 빼낼 수 있습니다.
아홉번째
A역: 통표를 빼낸 후 송신버튼을 한번 누릅니다.
(통표가 없으며, B역까지의 구간이 폐색되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B역: A역의 답변을 들은 후 역시 한번 눌러 답변을 합니다.
(확인완료. 이상없음!)
열번째
A역의 운전취급자는 #772 열차의 기관사에게 B역까지 갈 수 있는 통표를 통표가방에 담아 전달해 줍니다.
동시에, B역까지의 신호기를 진행신호로 바꾸어 열차가 통과하도록 합니다.
2. A-B 구간의 폐색을 해제하는 법
열차가 무사히 B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B역에서는 A역까지의 설정된 폐색을 해제하여 다른 열차가 A역까지 가거나, A역에서 다른 열차가 줄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줘야 합니다.
동영상 출처: 百年の鉄道旅行
첫번째
B역: #772열차의 기관사에게서 A역에서 발행한 통표를 건네 받습니다.
이제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로 갑니다.
두번째
B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상부 슬라이더에 A역에서 발행한 통표를 넣고, 슬라이드를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상부슬라이더에 놓인 통표는 밑으로 떨어집니다.
A역에서 발행한 통표는, 나중에 B역에서 A역으로 가는데 필요합니다.
세번째
B역: 상부슬라이드를 밀어넣고, 아까 빼낸 하부슬라이드를 다시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송신버튼을 4번 누릅니다.
(A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우리역에 도착했습니다.)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가 딩딩딩딩 하고 4회 울립니다.(개통전호)
(B역에서 우리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도착했다는걸 알려주는군...)
네번째
A역: B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송신버튼을 4회 누릅니다.
(B역에서 우리역까지 선로가 비었습니다.)
B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에서 땡땡땡땡하고 4회 울립니다.
(A역까지 폐색을 해제해도 좋다는 답변이 왔구만.)
다섯번째
B역: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송신버튼을 계속 누릅니다.
(A에서 B역까지의 폐색을 해제해 주세요.)
A역: A역의 운전취급자는 해정버튼을 누르면서 B역과의 통표폐색기 하부슬라이드를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하부슬라이드를 밀어넣음으로써, 바늘은 가운데에 위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송신버튼을 1회 누릅니다.
(B역과의 폐색 해제 처리 완료했습니다.)
여섯번째
B역: 땡 하고 A역과 연결된 통표폐색기의 벨이 울립니다.
이것으로 A-B 구간의 폐색이 해제되었습니다.
통표폐색기의 검전기 바늘은 가운데로 초기화되었고, A역에서 B역으로 갈 수도 있고, B역에서 A역으로도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통표폐색 설정이나 해제 모두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위의 동영상을 보면 알수 있듯이 서로 절차만 잘 따르면 매우 간단하고 빠르게 끝납니다.
(단 상대방의 응답이 늦어진다면... 반대편에선 짜증이 부글부글 솟지요... 글쓴이 본인은 예전 인지철에서 군생활 했을때, 당직인데 잠에 곯아떨어져서 벨이 울려도 묵묵부답.. 전화를 해도 안받아.. 그래서 욕을 엄청 얻어먹고 두고두고 까였다는 부역장님의 경험을 들은 적도습니다.)
디씨철갤에서 어느 분이 물어봐서.. 최대한 알고 쉽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직접 제가 조작해보는 체험을 했다면 더 쉬운 설명이 됐으리라고 봅니다만... 통표폐색기가 이제는 워낙 귀한 물건이 되었고... 또 신호보안설비분야가 중요한 분야인지라 접근이 어렵다 보니 이정도에서 설명을 마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ㄲㄲ
P.S 1: 보통 통표폐색기는 20매 남짓한 양의 통표를 보관합니다.
그런데, 간혹 상행과 하행의 통과 및 정차편수가 일정하지 않을 경우, 한쪽은 통표가 넘치고, 한쪽은 통표가 없어서 선로가 비어 있어도 열차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부족한 수량만큼 해당 취급 역에서 통표를 갖다 주는데, 엄격한 절차와 규칙을 따라 시행하고 있습니다.
남는 역에서는 사전연락을 통해 필요수량을 확인하고, 필요수량만큼의 통표를 보관함에 담아 자물쇠를 채운 뒤, 일자와 담당자를 관리대장에 적은 후 통표를 배달할 "통표조절원"에게 넘겨 전달하도록 합니다.
P.S 2: 통표폐색기의 송신버튼은 양 역의 운전책임자가 서로 똑같은 횟수로 눌러야 합니다.
예를 들어 A역이 두번을 눌렀다면, B역에서도 두번을 눌러야지... 두번 벨이 울렸는데 세번, 네번 눌러 응답하면 안됩니다.
만일 잘못 눌렀다면 바로 수화기를 통해 잘못된 신호였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P.S 3: 동영상에 나오는 전라선 산성역의 역무원들은 대강 대강 하시는 것 같지만.. 다 경험으로 녹아난 짬밥이 있기 때문이지... 쌩초보 역무원이 저렇게 했다간 큰일납니다. (안전확인을 이중삼중으로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통표폐색식에서 사고가 발생한 예가 몇몇 있습니다.)
P.S 4: 신호현대화로 없어지는 통표폐색기 중 몇대만이라도 좋으니 체험용으로 철도박물관에 설치해 직접 관람객들이 통표폐색을 해 보고 폐색의 원리를 깨우치게끔 하면 좋을텐데... 아쉬울 따름입니다.(일본철박에서는 체험이 가능하다더군요)
P.S 5: 흔치 않은 통표폐색 취급 동영상을 Youtube에 업로드해 百年の鉄道旅行 운영자님에게 거듭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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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효창역(용산선)에서 있는걸 확인했어요. 참 신기했더라는^^
정말로 중요한 동영상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저 시스템에서는, 모든 열차가 모든 역에서 일단 정지해야됬나요? 단선구간의 새마을호가 떠오릅니다. 어떻게 운행했을지 궁금하네요.
단선구간의 A-B-C-D(교행)-E-F의 역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역에서 새마을(#1, A,F정차) 출발, F역에서 통일(#1222 A~F 전역정차)이 있다면..
#1이 통표를 받아 B까지 운행할때, B역은 C역에 연결된 통표폐색기를 통해 #1열차가 B->C 에 갈수 있는지 묻고, 선로가 비어있다는 확인을 받고 협동작업을 통해 통표를 빼냅니다.(C->B는 반개가 되어 못 갑니다.)
B역에서는 통표걸이에 C역까지 갈 수 있는 통표를 미리 걸어줍니다.
#1의 부기관사는 정지하지 않고 역을 통과하며 A->B구간의 통표를 던져주고, B->C구간의 통표를 낚아채가지요.
위의 방법으로 B->C구간을 통과하며 B역의 통표를 C역에게 주고, C->D역까지의 통표를 받습니다.
한편 반대편 F에서는 #1222가 F->E, E->D의 통표를 주고 받으며 D역까지 갑니다.
D역에서는 #1222열차가 C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지만 C->D 구간에서 통표를 먼저 빼냈기 때문에, C->D 구간은 전개 위치고, D->C 구간은 반개 위치가 되어 D역에서 C역까지 갈 수 있는 통표를 빼낼 수 없습니다.
#1222의 기관사가 미쳤다면 무단으로 D->C로 갈 수는 있으나 허걱! 하게 됩니다.
C->D를 향해 돌진하는 #1와 100% 충돌하게 되니까요.
결국 D->C 구간의 통표를 못 받은 #1222는 새마을호 #1이 D역에 도착할 때까지 대기하지요. #1이 통과하며 통표를 주면, D역은 운전취급을 통해 D->C 통표를 #1222에게 교부하여 C로 가게 합니다.
사진과 동영상조차도 없어서 일본에서 자료를 가져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군요.
없는것은 아닙니다. 촬영한 사람들이 까페에 공개를 안했을뿐...
답변 감사합니다. 통과해서 통표를 던지고 낚아채간다해도 '서행'은 어쩔수없겠군요.
아마 알기로는 통표구간 통과속도는 50km/h 이하로 알고 있습니다.
통표주머니는 요새도 쓰긴 하더군요. 지도식이나 지도통신식으로 대용폐색을 할 때, 통표주머니에 지도표나 지도권을 넣어서 기관사가 이를 소지하고 운전하죠.
좋은자료 감사드리며 블로그에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