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일러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나 할까요
2. 영화 분석 글이 아니고 그저 소개글 정도로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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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기다리고 기다려오던 영화를 드디어 보았습니다.
늙은이의 얼굴로 태어나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젊어져 가는 신체를 가진 남자의 이야기, 라는 피츠제럴드의 원작의 컨셉이 왜 이제서야 영화화가 됐나 싶었을 정도로 그 궁금증을 자아내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 영화, 무려 2시간 40분입니다.
러닝타임이 긴 만큼 영화가 전해주는 감정상태의 곡선이 남다릅니다.
일단
1. 흥미진진기 : 초반 40분
기가 막힌 설정으로 시작하는 영화답게 오호라 저 늙은이의 얼굴로 태어난 녀석이 조렇게 변해가는군, 정도의 흥미진진함을 던져주며 이야기가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역시 데이빗 핀처 답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2. 평탄기 : 중반의 초반 40분
이야기가 안정적 궤도에 올라섰지만 뭔가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벤자민 버튼이 서서히 성장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기에 약간 루즈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데이빗 핀처 이 자식 러닝타임을 줄여서라도 이런 부분을 팍 줄이던가 하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중에 그 생각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럴 필요가 있었거든요.
3. 지루기 : 중반의 후반 40분
브래드 피트가 점점 젊어집니다.
노인분장이 서서히 젊어지며 싱그러운 그의 얼굴이 첫 등장을 하는 순간 객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저마저도 '헉' 하며 잘난 놈에 대해 경배를 드리며 객석에서 내려와 무릎꿇고 영화를 보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제가 어떤 여자를 처음 만날 때 엄청 못나게 하고 가고 그 다음부터는 좀 이쁘게 (하지만 누가 봐도 똑같다더군요) 하고 나가는 이유가 그겁니다. -_-;
그러나 상큼해진 브래드의 외모와는 달리 영화는 이제는 살짝 지루해지기까지 합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졸려 미치겠는 상태인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유려한 스토리텔링과, 우아한 장면들과, 훌륭한 연기로 넘쳐나지만 초반의 그 엄청난 설정이 뭔가 큰 폭발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느낌의 지루함입니다.
이거 이렇게 스르르 흐지부지 끝나는 영화아니야? 라는 초조함의 일종입니다.
"제발 이 멋진 설정을 멋지게 마무리해줘" ...... 관객은 발을 동동 구릅니다.
4. 걸작기 : 후반 초반 20분
아악!
어느 순간부터 (어느 순간인지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거 띠바 걸작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이 위대한 대하 역사극(191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의 시대까지 다룹니다) 은 각 시대의 영화역사의 스타일까지 고려&반영해가며 한발 한발을 내딛고 있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지금까지 천천히 진행되어 오던 스토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됩니다.
왜 작은 이야기들을 찬찬히 쌓아왔는지 알게 됩니다.
더 젊어진 브래드 피트의 얼굴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저거저거 저 얼굴 어쩔거야" 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왜 영화 도입부의 설정이 2003년 (2004년?)의 뉴올리언스 인지, 카트리나라는 설정을 굳이 원작 벤자민 버튼의 주제와 연결시켜 집어넣었는지 무릎을 치게 됩니다.
(물론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여러가지로 제작지원을 해서 그런 점도 있지만 그 제작지원을 업고 시나리오 전체를 뉴올리언스라는 배경으로 만들어낸 작가의 힘이 대단합니다)
5. 통곡기 : 마지막 20분
그저 웁니다.
인생을 뜨끈하게 살아보고 연애를 좀 해본 분들이라면.... 꼭 이런 방식의 연애와 결혼생활과 인생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든 연애의, 인생의 은유에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못 배기실 겁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2월 23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올해 최다인 총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중 한명인 케이트 블란쳇이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지않은 것을 제외하곤
주요부문에 대거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제 생각엔 각색상, 의상상, 분장상 등은 거의 확실하고 감독상과 작품상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경합을 벌일 것 같네요.
브래드 피트는 잘하긴 했으나 상대는 숀 펜이고, 거기에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라서 역부족일 듯 하구요.
우리나라 개봉은 2월 12일이군요.
놓치지 마시고 꼭 극장관람 하시기 바랍니다.
2시간 40분 그리 길지 않더군요.
첫댓글 블란쳇은 전에 봤던 영화에서는 그리 몰랐는데 이 영화에서는 무지 아름답게 나오더군요... 몸매도 좋고 발레실력도 수준급인듯 암튼 이 영화 좋아요~~
<노트 온 스캔들> 이라는 영화 보시면 케이트 블란쳇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더 크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
꼭 봐야겠네요.
남자끼리 보거나 혼자 봐도 괜찮은 영화인가요?
오히려 혼자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네, 괜찮을 듯 합니다.
이미 다운받아서 다 봤지만 개봉하면 극장에 가서 몇번이고 더 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브랫핏을 주어다 키운 엄마 역활을 맡은 흑인여배우의 연기는.. (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 오스카 여우조연상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실제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와있기도 하고..)
네, 좋은 연기였습니다. 하지만 왠지 페넬로페 크루즈가 받을 것 같네요.
헐.. 형 시사회 보셨군요..ㅋㅋ 긴 영화 잘 못보는데도 이 영화는 끝나고 나서도 벙쪄있었죠..ㅋ
국내 개봉이 너무 늦어요. 그렇다고 아카데미 이후도 아니고...-_- 어정쩡한 개봉일...
아카데미 후보작 발표하고 나서 노미네이션 홍보 붙이려고 타이밍 맞춰서 하는것으로 알고있어요. 어찌보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열흘정도 객석 점유율 이어가다가 아카데미 수상하면 그 빨로 쭉 가는거죠.
1월에 딱히 눈에 띄는 개봉작이 없었고, 주요부문 수상에 대한 가능성도 그리 높아보이지 않던데 너무 미루지 않았나 싶네요. 인터넷에 돈지도 꽤 되어서 볼만한 사람들은 많이 본 상태구요. 아무튼 기다림이 길어져서 이제는 좀 짜증까지 날 것 같아요~ㅎ
오. 완전히 동의합니다.처음의 흥분이 중반에서 지루함으로 바뀌고... 영화를 다 보고선 약 5분을 멍하니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이거 지금 다운받아 보려고하는데 너무 늦을라나.. 완전 강추인가요>??
저기... 다음 주 개봉인데 가급적 참고 극장가서 보시죠. 너무 대놓고 다음주 개봉작을 다운 받는다 하시니... 당황스럽군요. ^^;;
아.,, 그런가요 죄송합니다ㅎ 요새 늦은 밤에 영화보는게 너무 재밋어서..
13개부문 노미네이팅이라고 포스터에 써있었던것같은데요....^^;;
네, 찾아보니 13개가 맞군요. 죄송 ^^;;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