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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정원 스크랩 9.[터어키편]아름다운 도시 괴레메
조항열 추천 0 조회 25 06.12.30 09:27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9. 아름다운 도시 괴레메

                                        2006.01.01             

  2006년의 새해가 밝았다. 청명한 아침 햇살이 희망찬 새해를 예감하는 듯하다. 올해의 평안을 기원한다.  

  느긋하게 터어키식 아침식사를 하고 10시에 괴레뫼 야외 박물관을 향한다. 매표소에 이르니 이곳 역시 골짜기에 우뚝 솟은 응회암 동굴들이 즐비하다. 괴레메에는  역사시대 초기부터 인간들이 거주해 왔다. 그러나 이곳의 천연적인 지형을 이용하여 바위에 둥지를 튼 사람들은 박해를 피해 온 기독교인들이었다 한다.

 

 

- 괴레메 야외 박물관의 암굴교회 중 하나 -
    이곳에는 1년 365일에 해당하는 365개의 암굴교회가 있었다는데, 현재는 약 30개의 암굴교회만이 야외 박물관으로 개장되어 공개되고 있다. 이 암굴교회들은 입구와 통풍과 채광을 위한 몇 개의 구멍만이 뚫려있어서 외부에서는 거의 인간이 거주한다는 흔적을 볼 수 없어 숨어 살기에는 안성마춤이었다. 그렇지만 황량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거의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되어있었다.

 기독교나 성화에 대해 문외한인 나의 판단이지만, 대부분 벽화들의 내용과  양식은 획일적이고 서툴고 조잡하여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려웠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비잔틴 제국의 726-843년에 있었던 성상파괴주의 영향으로 벽화 예술이 퇴보하였기 때문이란다. 금지된 인물 대신에 상징적인 무늬나 과일과 동물 등이 벽화의 주요소재가 되어 암굴교회는 벽화의 소재에 따라 뱀교회, 사과교회, 샌들교회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 교회 내부의 프레스코 -

 

 또 이곳에는 공동식당, 검게 그을린 주방 등의 흔적이 있어 당시 공동생활을 해온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들의 신념과 열정이 동굴 구석구석에 아직도 온기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규모나 예술적인 가치 면에서는 다르지만 인도의 아잔타나 엘로라 석굴, 중국 돈황의 막고굴에 비교해 볼 수 있는 동굴 성전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곳에서 가장 화려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교회는 토칼리 교회다. 화려하게 채색된 예수님의 생애를 그린 벽화와 성화들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는데, 이것은 10세기 후반에 그려진 비잔틴 미술의 명품이라고 한다. 

  점심은 카파도키아의 명물인 항아리 케밥을 먹었다. 항아리에 고기와 야채를 넣고 항아리 입구를 덮어 화덕에 올려 익힌 후에 항아리를 깨서 먹는 것이다. 항아리를 깨는 기술이 필요했다. 맛도 좋았지만 독특한 체험이기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터어키는 다양한 요리법과 훌륭한 맛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터어키의 요리를 세계 3대 요리로 치는 사람도 있다.

 

 

 - 항아리 케밥 -

   트레블러스 팬션의 주인인 배컴은 괴레메에서 나서 자란 사람으로 스스로 ‘컨츄리 보이’라고 한다. 고향에 애정이 각별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바로 로즈밸리란다. 1시 30분부터 배컴과 그의 애견 ‘칠리’의 안내로 로즈밸리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이 지역에서 대대로 여행 안내견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칠리는 늘 우리보다 한 발 앞서 그 드넓은 언덕과 계곡을 달리며 안내견으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 트레블러스의 여행 안내견 '칠리.-

 - 로즈밸리 트래킹의 안내인 '베컴'-

 

   붉은 장밋빛 평원과 계곡! 골짜기를 지나고 한 언덕을 올라서면 또 새롭게 펼쳐지는 이색적인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아름다운 로즈밸리 -

 

  거대한 바위에 만들어 놓은 교회 공간, 주거 공간, 비둘기 집 등에 대한 것을 이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곁들여 설명을 한다. 귀로는 베컴 아저씨의 비교적 쉬운 영어안내를 더듬더듬 들으며 눈은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한다. 비둘기뿐만 아니라 박해를 피해 숨어살던 수도사들을 ‘피죤’이라고 불렀다하여 ‘피죤 하우스’라고도 했다는데, 지금은 조그만 창에 비둘기만이 드나들고 있으니 비로소 제 이름을 찾은 것 같다. 비둘기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이슬람교와도 깊은 인연이 있어 두 종교에 의해 보호되고 양육되던 새였다고 말한다.

       - 로즈밸리의 암굴사원 -

 

 이곳은 괴레메의 야외 박물관과 거의 비슷한 형태이지만 특별히 관리되고 있지는 않은 듯했다. 주거공간으로 이용된 동굴로 우리를 안내한 베컴은 돌을 다듬은 솜씨로 히타이트 시대와 비잔틴 시대를 구별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로즈밸리의 가장 높은 곳에는 19살 총각이 운영하고 있는 찻집이 있다. 이곳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올라온 길을 더듬어 보니 레드, 그린, 브라운 등의 다양한 빛깔의 절벽과 바위와 언덕과 봉우리들이 만들어놓은 눈앞의 절경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 로즈밸리의 정상의 찻집에서 차한잔의 여유를 -

         - 정상에서 본 풍경 -

  쌓인 눈이 녹다 말다 미끄러운 산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면서 베컴의 고향 사랑이 묻어있는 성실한 안내를 들으며 약 3시간 동안 트래킹을 하면서 가졌던, 아름답고 이색적인 자연과의 교유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20:00에 출발하는 이스탄불 행 버스에 오른다. 목적지까지는 약 10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도착하면 1월 2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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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12.30 12:46

    첫댓글 이스탄불, 파묵칼레, 카파도키아.....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게 벌써 4년전 추억! 사진보니 또 가고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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