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실패의 연속으로 인생을 살았다. 대학 입시가 그랬고 첫사랑이 그랬고
거창하게 꾸리던 사업도 그랬다. 뭣하나 제대로 통과해 본 적이 없는
불성실로 점철된 젊은 시절에 많은 번민을 안고 살았던 것 같아
돌이키자면 불쌍하기까지 하다.
뭐가 되든 말든 안되는 것고 없고 되는 것도 없었던 시절, 막연하게
자제력을 잃고 하고 싶은 것을 지독스레 좇아 허황되이 겉돌았던 탕아,
며칠 후면 큰 금액의 어음을 막아야 하는대도 될대로 되겠지 하고 무인도로
낚시가방을 메고 며칠 떠난 적도 있었다. 주먹뼈가 부러지도록 널널하게 싸움을
벌여본 적도 있었고 상 떼기로 국내 최대의 술상을 받아 본 적도 있었고
무작정 집을 나가 한 달여 소식을 끊어 본 적도 있었다.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생활 또는 계획 등 아무것도 차분히 가져본 것도 없이
세월만 집어 삼키고 그 세월에 취해 매매일 뒤뚱거리는 쓰레기같은 생활의
연속으로 살았다. 그 길은 마치 끝장을 보겠다는 나의 타락한 생활상에 버금가는,
그래서 길 끝의 길을 보지 못하고 마치 그것이 세월의 특권을 누리는 듯
패망에 물들여지고 젖어가는 자기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죽음의 길은 따로 있다. 막다른 길은 결코 죽음의 길이 아니다.
다만 스스로 막다른 길이라고 느낄 뿐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비로소 막다른 길은
만들어지고 마는 것이다. 죽음이 내게 그렇게 간단히 오지 않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 때에
나는 나의 다른 생이 또 하나의 길에 나를 올려 걷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마지막 길일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나 그 길 다음의 길도
또 있을거라는 묘한 희망의 싹을 가지기도 했다.
절박한 가운데 생기는 또 다른 길은 그 길로 인한 길이 또 만들어지고 하여 나는 지금
그때의 길이 아닌 또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결코 길은 끝나지 않는다. 삶의 소중함이 주는 <나>라는 세상의 매개자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고단하고 절박하나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길임에도
그것을 잊고 생을 살아가는 우둔함에 대한 질책과 사는 동안 아끼지 말아야 할 책임을
스스로에 일러줘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첫댓글 "죽음의 길은 따로 있다. 막다른 길은 결코 죽음의 길이 아니다." 고맙습니다.......................보스턴에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