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리뷰/ 제주 국제관악제-웅장하고 상쾌한 12개국 나팔소리

[jejugoodman]

온스테이지] ♪ 리뷰/ 제주 국제관악제-웅장하고 상쾌한 12개국 나팔소리

돌과 바람, 여자가 많아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로 불린다. 언제부터인가 제주의 8월은 그 중에서도 단연 ‘바람’이 으뜸이다. 관악기(管樂器)에 불어넣는 인간의 숨결이 상쾌한 음악으로 화하는, ‘섬-그 바람의 울림’을 주제로 한 제주국제관악제가 8월을 수놓고 있기 때문.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제주시 전역에서는 제7회 제주국제관악제-앙상블축제와 국제관악콩쿠르의 열풍이 뜨겁게 불었다. 세계 12개국에서 온 정상급 연주자들이 뿜어내는 나팔소리는 관광객과 시민의 눈과 귀를 붙들어맸다.

제주는 유달리 관악이 강하다. 시가 퍼레이드를 펼친 오현고 밴드는 우리나라 학교밴드 가운에 가장 오랜 50년 역사를 자랑하고, 시립 관악단체로는 한국 최초인 서귀포시립관악단을 비롯해서 악단 수만 19개에 이른다. 이들 관악인들이 주축이 되어 해마다 8월에 음악축제를 시작한 것이 어느덧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올해 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아르민 로진은 트롬본의 ‘파블로 카잘스’로 통하는 거장. 홍수로 물에 잠긴 프라하를 뒤로하고 제주를 찾은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 금관 5중주로는 최초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미국의 ‘체스트넛 브라스 컴퍼니’는 명성에 걸맞는 연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19일 오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이동호 지휘의 제주페스티벌 밴드와 체스트넛 브라스 컴퍼니는 세계적 작곡가 에릭 이와즌(Eric Ewazen·줄리아드음대 교수)의 금관5중주와 관악오케스트라를 위한 ‘셰도우캐처(Shadowcatcher)’를 한국 초연했다. 이와즌이 무대에서 곡해설을 하는 가운데 대낮임에도 자리를 가득 메운 청중은 아메리칸 인디언의 이야기를 다룬 40분간의 웅대한 대서사시에 넋을 놓았다. 탑동 바닷가에 둥지를 튼 해변공연장에서는 매일밤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연인, 가족 단위 청중은 낭만적 밤의 정취를 마음껏 호흡했다. 15일 ‘제주의 밤’에서는 브루크너의 ‘테데움’이 관악기로만 장대하게 울려 퍼졌고, 불꽃놀이로 절정을 이뤘다. 한여름 제주의 ‘바람’은 그렇게 ‘음악’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총5억원 예산을 들인 축제가 세계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바쁘다. 예산을 늘려 전문기획·홍보인력을 확충하고 통역과 무대진행자의 육성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취재진은 객석 한가운데를 마음껏 휘젓고 다녔고, 청중의 수군거림은 여전했다. “음악은 세계 수준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축구에 쏟아붓는 돈을 청중 교육에도 투자해야 합니다.” 작곡가 이와즌의 말처럼 연주 외적인 면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주=유혁준·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