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해녀학교 체험기
부제:海男을 꿈꾸며
‘해녀학교’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이 세상에서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설립된 이 학교를 말입니다.
아마 해녀는 익히 들어보셨겠지만 이 생소한 해녀학교라는 곳을 이제부터 저의 어설픈 글솜씨지만 한번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정확한 명칭은 ‘한수풀해녀학교’이며 제주도 한림읍 귀덕2리에 위치하고 금년에 첫기수를 모집하여 5월9일부터 8월29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교육을 실시하여 근 4개월의 교육을 잘 마치고 32명의 해녀학교
1기생이 탄생했답니다.
물론 저도 그 중의 한명이며 3명밖에 안되는 남자중 가장 연장자이기도 하고요.
해녀학교인만큼 대부분 제주지역 여자분들이었고 필리핀 이주여성한명
그리고 남자는 셋인데 뭍(서울)에서 참가한 저를 포함 두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보통 해녀라고 하면 주로 제주에 여자 분 들이 하는 특수한 직업으로 알고 계신데 이 禁男의 세계에 어떻게 남자가, 그것도 가까운 거리도 아닌 서울에서 참가하게 되었는지 잠시 저라는 사람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서울에 사는 올해 만51세 되는 최춘호 입니다.
어머님과 아내 그리고 아들 한명 있는 가장이구요
저 고향이 부산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바다를 바라보고 살았고 바다를
누구보다 좋아합니다. 그래서 군대도 해군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 바다에 대한 동경은 다 잊어버리고
무엇하나 제대로 이룬 것 도 없이 바쁘게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집 옆에 멀리 바다를 훤히 볼 수 있는 나만의 언덕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바다만 바라봤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해수욕장을 갔을 때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는 그 짠내음의 설레임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도시의 네온사인에 파묻혀 이 모든걸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다시 나에게 바다가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어떤 계기가 되면 바다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바다를 찾고 수상관련자격증도 취득해보고
또 인터넷에 바다와 관련된 기사를 수시로 챙겨보다가 제주도와 흑산도에 海男이 있다는 걸 알고 인적사항까지 체크해 한번 찾아 가 보려고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던차에 작년 11월에 우연히 해녀학교 기사를 보고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흥분된 기분으로 바로 지원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기다린 몇 달이 얼마나 지루했던지...
하지만 막상 교육에 참가하려니 현실적 문제들이 없질 않았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택배업무인데 내가 담당한 구역이 있는 관계로
하루라도 쉬게 되면 당장 민원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분명히 후회할 것 같기에 휴직까지도 결심을 했는데 다행히도
비용은 내가 부담하고 자리를 비우는 금요일 하루는 아르바이트기사를
쓰는 조건으로 회사에서 양해를 해주고 동료들도 도와주어
전 해녀학교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입학통보를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옛날 신혼여행 잠시 갔다온 어슴푸레한 기억밖에는 없는 낯설은 곳에 대한 부담감과 색다른 일에 대한 도전, 특히 과연 남자인 내가 이 해녀 일에 잘 적응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과 선입견 같은 것 말이죠.
평소에 바다수영도 즐겨하고 수상인명구조자격증,스쿠버다이버자격,그리고 심지어 소형선박면장까지도 준비해 가지고 있던 터였지만 실습 첫 번째 날 해녀학교에서의 모든 체험들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해녀장비 착용법부터 생소한 용어들이 해녀선생님들의 외국어같은 방언과 뒤섞여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수 없어 눈치로 이리저리 허둥되고 곁눈질하며 따라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교육장인 앞바다로 들어 갔을 때 아직은 채 쌀쌀한 제주의 청정바다가 이 모든 기우를 순식간에 날려 보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시장에서 구경만 했던 그 소라 성게 보말(고동의 일종)등을 처음으로 직접 채취해본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한번은 아주 재수 없는 문어가 어설픈 초보해남인 나에게 잡히기도 했지요 그렇게 시작된 교육이 햇수를 거듭해가며 일주일 한번 가는 금요일 제주행이 나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으며 부득이 한번이라도 빠져야 할 때는 정말 몸이 근질거릴 정도였습니다. 항상 첫 비행기로 내려가 미리 잠수에 능한 동료와 개인적으로 오전에 한번 물질연습을 해보고 난 뒤 오후에 교육을 받곤해서 항상 돌아오는 발걸음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습니다.
해녀선생님들의 열성어린 교육으로 조금씩 물질을 배워 가며 가끔씩
전해들은 해녀들의 실생활에 멋모르고 즐겁게만 교육에 임한 저희들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구요.
한번은 시간을 내어 ‘해녀박물관’이라는 곳을 견학했답니다. 거기에는 해녀들의 과거에 대한 역사와 소품 및 시청각 자료등이 아주 잘 정리 되어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고려시대부터 진주를 캐는 유래부터 시작되어 처음에는 남자들도 물질을 했는데 어느 계기부터 여자들이 모든 걸 담당하게 되었더군요.
이전에는 면으로 만든 ‘소중기’라는 얇은 옷만을 입고 물안경 없이 잠수하여 손으로 더듬어 촉감으로 소라 전복을 채취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저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삶의 애환과 위험 속에 노출되어 살아오신 분들이 해녀라고 생각하니 해녀정신이라 것이 정말 제주도를 지탱해온 원천력이라는 말이 실감나며 숙연하고 존경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해녀가 입는 고무 옷도 1975년경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차가운 겨울바다에서도 서너 시간씩 작업을 하고 올라와 노천 ‘불턱’이라는 곳에서 장작불에 몸을 녹이고 옷을 갈아입었던 그 시절이 눈 앞에 아른합니다. 남자인 나도 그때보다 좋은 여건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꼭 끼는 잠수복을 입고 10여키로 가까이 무게가 나가는 연철(웨이트)을 차고 태왁(부유물)에 의지해 숨을 참고 물속을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은 일이였는데 여자로써 감당해 온 제주 해녀어멍들의 삶의 노고에 다시 한번 깊은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왕성했던 해녀들도 이제 차츰 인원이 줄어 현재 약5,200여명정도만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중에서도 ‘상군해녀’라고 하여 깊은 물속에서 잠수하는 분들은 그보다도 훨씬 적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주도 역시도 지구 온난화영향으로 그전보다 수확량이 점차 감소해 수입도 이전 같지 않다고 하구요.
이제 만나는 사람마다 해녀와 제주 바다 이야기에도 침이 마르지 않는 걸 보면 나도 이제 절반쯤은 제주도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해녀학교에 참석한 학생들의 사연도 각가지랍니다.
어떤 분들은 자기 어머니나 시어머니가 해녀이라 그 대를 이으려고 왔고 또 몇 분은 그냥 바다가 좋아 취미 활동으로 오신분도 계시고 또 나처럼 바다에서 노후를 살고 싶은 계획의 일환으로 온 사람도 있고 또 한편으론 해녀학교를 나오면 해녀자격증이 나와 국가적인 지원과 관리가 있는 줄 잘못알고 오신분도 계시고요.
이번 해녀학교는 한림읍 주민자치위원회 차원의 순수 무료 민간교육이라고 생각하시면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엊그제 해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장미꽃이 화사하던 계절에 시작하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복꽃이 제주 서해안 도로에 가득찬 여름을 지나 이제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기 시작할 때쯤 근 4개월의 해녀학교와 함께한 그 시간과 추억은 아마 평생 잊기 힘들 것 같군요.
이제 막 이름과 얼굴을 익혀가던 동기생들과 채 정이 무르익기도 전에 헤어져야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높은 출석율로 거의 대부분이
졸업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자축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한 학교장님, 해녀분들, 한림읍관계자들, 귀덕2리주민분들, 제주시와 도의원님 모든 분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저 개인적으론 여러 현실적인 문제와 갈등으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제주도의 그 푸른 바다가 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무사히 수료하게 됨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간 학교 및 사회교육에 참가해 숱한 졸업식및 수료장을 받아 받지만 이 해녀학교 졸업장만큼 의미있고 보람있었던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집안의 가장이면서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일주일에 한번씩 집을 비우는 나를 이해하고 격려해준 집사람과 아들이 매주 바다로 간다고 위험하다며 걱정하시고 기도해 주신 어머니 그리고 아빠가 왜 여자들이 하는 해녀일을 배우려고 하는지 아직은 이해가 되지 않는 철없는 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비록 우리들이 졸업은 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교육이다 보니 시설도 미흡하고 체계가 덜 갖추어진 면도 없지 않았지만 내년엔 좀 더 알차고 효율적인 교육이 될수 있기를 바라며 1기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이번에 교육이 끝나도 지속적인 교류를 가져 해녀와 해녀학교에 대한 홍보와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임을 가지고자 합니다.
그리고 특히 교육기간중 추자도 해남을 만나러 갔다가 태풍에 발이 묶여 삼박사일을 꼼짝 못하고 섬에 갇혀 있었던 탓에 추자도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구경하게 되었고 성산항앞 우도에서의 바라본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과 협재해수욕장에서 나 홀로 이름모를 물고기들과 함께 유영했던 일들, 몇 번에 걸쳐 매스컴과 TV에 기사와 얼굴이 오르 내린 일들, 그리고 ‘한수풀해녀학교’에서 함께했던 모든 분들과의 기억은 앞으로 저 인생에 어려울 때 활력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한 때 조종사의 꿈을 안고 대학을 졸업후 군 장교로 있을때만 해도 나의 인생에 탄탄대로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산다는게 그리 녹녹치만은 않듯이 어느새 쫓기듯 살아온 세월에 중년이 되어 버린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온 세월에 대한 회한에 몸부림치게 될 때 즈음 찾아온 이 바다는 이제 저의 꿈이자 미래가 되었습니다.
물론 해녀학교를 졸업했어도 현재 저에게 큰 변화는 없습니다.
내가 정말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에서 살아 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수확이라고나 할까요.
해남의 꿈은 비록 현실적 제약으로 실현될 수 없을지 몰라도
바다로 향한 나의 마음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겠지요.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그리고 조류에 떠밀려 바위에 부딪히고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목끝까지 숨을 참고 살아 온 해녀의 삶을
그리고 숨비소리의 의미를 어찌 그 짧은 시간에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앞으로 기회가 되는데로 저의 도전은 계속 될 것입니다.
삶에 지치고 힘든 저와 같은 아버지들에게 나의 이 엉뚱한 경험이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고 도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해녀분들이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고 발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바다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제안서
금번 교육을 받으러 제주도를 다니면서 제주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를 새삼 느끼며 정책관계자들께 저의 부족한 의견이나마 제안하고자 하니 한번 타당성조사를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해 동남아해변을 다니다보면 거기에 와 있는 수많은 한국인들을 보게 됩니다. 물론 계절적인 요인과 이국적인 분위기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인해 찾겠지만 그들을 이 아름다운 제주로 발걸음을 좀 더 돌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요. 물론 정부관계자 및 제주자치도에서도 많은 심혈을
기울이시겠지요 전 조금 발상을 전환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첫째로 제주바다를 사시사철 개방하면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계절적요인 때문에 바다는 주로 여름에 찾고 즐긴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해녀들은 겨울에도 물질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제주도 일부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시범적으로 한 두 군데 선별하여 사시사철이 힘들면 봄부터 가을까지라도 개방을 연장해 그 계절과 기후에 맞게 장비(슈트 등)도 대여하고 즐길 수상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저 생각으로는 슈트 착용시 봄 가을까지도 충분히 물에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와 연계된 프로그램 (해녀체험, 온천관광 등)과 시설보완도 필요하겠지요. 처음에는 바다를 좋아하고 수상스포츠를 즐기는(아시다시피 스쿠버다이빙은 겨울에도 즐김) 마니아층을 겨냥하다 보면 차츰 일반인에게 그 저변이 확산되고 홍보되지 않을까요.
둘째로 이번 해녀학교같은 교육기관을 제주자치도의 주체로 해봤으면합니다. 기존 해녀들은 세습적인 형태로 전통이 이어져 오고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낮은 위상과 수입감소로 30대이하의 젊은 해녀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인데 이런 추세면 언젠가는 해녀의 맥이 끊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그래서 제주도의 정책차원에서 해녀양성소(일명: 맨몸잠수학교) 같은 곳을 운영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으로 해당 어촌계에서 해녀, 해남을 원하는 분들을 선별적으로 추천해 주기적으로 단기간의 교육을 받게 하여 바로 물질을 해도 어느 정도의 기량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면 좀 더 젊은 분들을 육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육지사람이라도 정말 하고자하는 의욕이 있으면 같이 동참시켜주면 더욱 좋고요. 거기다가 정책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조금이라도 뒤 따른다면 해녀라는 직업이 사라져가는 사양직종이 아닌 또 다른 전망 있는 전문 직종으로 발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가 알기론 현재로썬 해녀를 하고자하는 의욕이 있어도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너무 높은 것 같습니다. 물론 기존 해녀가 지켜온 바다는 당연히 보호해야하고 기득권도 인정해야겠지만 신규 해녀 육성에 대한 서로 상반되는 이해관계와 해녀수급에 대한 문제를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녀분들 표현을 빌리자면 바다를 어떻게 개방하는 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처럼 바닷가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보니 농촌으로의 귀농프램그램은 많은데 진즉 어촌정착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한 실정인데 이에 대한 배려도 있기를 바랍니다.
동아닷컴 참고기사(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08290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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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좋아서…” 해녀학교 졸업하는 ‘海男’들“
첫댓글 글이 구수하니 장원은 따논것 같습니다. 하하하
감동깊게 잘 보았습니다 해남의 길로 한발짝씩 다가가시는 최춘호 님께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이 글이 꼭 당선되고 더불어 이 글에서처럼 소망하는 것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해녀학교가 일단 시작이 되었으니 1기에서 못내 아쉬웠던 부분들을 더 채워나갈 수 있는 그래서 해녀학교가 나날이 발전하기를 ......그러기에 우리 1기생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여러분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