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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仙子領 1157m)
강원 강릉
구릉 초원길에서 절경 암반계류로 이어지는 명품 코스
대관령~국사성황사~선자령~보현사 10km
대관령 국사성황사는 강릉 단오제가 시작되는 곳이다. 음력 4월15일(2005년 올해 양력 5월22일) 이곳에서 성황제를 지낸 뒤 신목을 점지받아 베어들고 내려가 강릉시내의 국사여성황사에 모시고 나서야 비로소 단오제는 시작된다. 그러므로 단오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이곳 대관령 국사성황사를 들러볼 참이라면 이곳에서 시작하는 선자령~보현사계곡 산행로를 밟는 것이 자연스럽다.
강릉시내가 온통 시끌벅적한 6월9일부터 11일까지의 축제 기간 중에라도 이 산행로는 한적할 것이다. 겨울 적설기에 눈썰매 타는 재미로나 단체 관광버스로 찾곤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의 선자령 길은 광대한 초원 구릉 풍경과 산비탈 숲의 신록과 수목의 발치를 뒤덮은 야생초화들로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간혹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냉풍으로 숨이 턱턱 막히곤 했지만, 단오제 열리는 6월이면 바람은 땀에 젖은 얼굴을 시원스레 말려주는 미풍이 되어 불어올 것이다.
완경사 능선의 숲지대 풍광도 좋아
먼저 옛 대관령휴게소 북쪽 1km 지점의 대관령 국사성황사를 찾아가는 게 순서다. 국사성황사 오른쪽 옆의 숲이 우거진 비탈에 뚜렷한 길이 나 있다. 이 길로 조금 오르면 항공통제소까지 이어진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이 콘크리트 길을 따라 300m 남짓 오르자 통제소 정문이 저 앞에 바라뵈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선자령 가는 길목임을 알려주는 팻말이 나타난다. 산림청에서 세운 제법 큼직한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판도 서 있으니 안개 속이라도 어렵잖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안개 속이라 해도 '우정 이 길을 가야 하나' 하고 갈등할 필요는 없다. 하산길에 만날 보현사계곡은 아름드리의 노거송만 드문 드문 섰다면 청학동 소금강과 형제 삼아도 좋겠다 싶을 만큼 멋진 계곡이기 때문이다.
항공통제소에서 새봉 지나 선자령까지는 약 3km로, 완경사의 벙벙한 오르막이라 빨리 걸으면 1시간30분쯤에 가닿을 것이다. 섬뜩한 날이 느껴질 만큼 바람은 아직 찬데, 그래도 봄기운은 숨길 수 없어 새로이 자라난 풀과 수목 가지의 신록으로 대관령 능선은 연초록이다. 동쪽 저 아래 선자령 산록은 상록수의 진녹색과 신록 빛이 뒤섞여 녹색의 표범 거죽처럼 얼룩덜룩하다. 왼쪽 저편의 대관령목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물결치는 초원으로 뒤덮일 것이다. 겨우내 몰아친 바람에 누런 억새풀들은 아예 풀칠해 붙여버린 듯 납작 엎드렸다.
작은 송신탑이 선 민봉을 지나 숲속 내리막길. 연회색의 수목 줄기들은 햇살에 밝게 빛나고 수목의 밑둥들을 뒤덮은 연초록 초원 곳곳에 온갖 야생화가 피었다. 이 풍경은 6월에도 여전할 것이다. 선자령 길은 그렇게 구릉지의 초원과 밝고 아늑한 숲속 풍광을 번갈아 선사하며 발길을 인도했다. 고개를 외로 꼰 채로 걷기에만 바빴던 한겨울의 선자령 기억으로, 5월 선자령이 드러낸 신록의 부드러움은 갑절로 경이롭다.
목장 초지는 능선마루까지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빈틈없이 소의 먹이가 될 리드카나리 풀이 자라나고 있는 등성이 저 앞의 등산객이 이윽고 풀밭을 벗어나 푸른 하늘 속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둔덕을 넘어서서는 사라진다. 그 뒤를 휩쓸고 가는 바람-.
초막교 갈림지점에 올라섰다. '초막교 2.5km, 대관령 4.5km, 선자령 0.2km' 팻말이 선 능선삼거리다(좌표 N 37 43 07.0 E 128 44 57.8). 바람이 막힌 곳이라 이내 다시 무더워진다. 아까의 안부에서 왼쪽 저 옆의 평지길로 가면 곧장 선자령으로 올라선다. 여기 삼거리에서 오른쪽 초막골로 내려가도 되지만, 산행이 너무 짧고 싱거워진다. 완만한 잘루목으로 내려섰다가 올라선 선자령. 평평하고 넓어서 축구를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다. 공터 저편에 선자령 팻말이 멀뚱하니 서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선자령 이후의 내리막 산비탈은 온통 진달래밭. 뒤이어서 아까와 같은 숲지대 아래 야생초화가 만발한 초원이 기다린다. 힌 눈밭 일변도였던 겨울 선자령 길보다 풍경과 사물이 한결 더 다양하다.
'선자령 나즈목'에서 보현사계곡으로
숲지대를 벗어나 목장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다가 도로가 왼쪽으로 120도 굽어지는 곳에서 '선자령 나즈목 0.5km' 팻말이 가리키는 소로로 내려섰다. 초원 안부의 병아리 모양을 한 바위 지나 소나무가 다섯 그루가 표지로 선 둔덕 오른쪽의 우묵한 곳이 선자령 나즈목이다. 곧 보현사계곡 하산길목이다.
급경사의 갈짓자 내리막길에서는 간혹 몸이 내리구를 듯 위태롭다. 600~700m 남짓 무릎이 뻐근해지는 하산 끝에 계곡 상류부에 내려섰다. 작은 지류의 이끼 낀 풍광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더니 물줄기를 몇 가닥 더 모으고 암반을 넓히던 계곡은 이윽고 감탄과 더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절경으로 변한다.
길은 골짜기를 무수히 좌우로 건너며 이어진다. 쇠사다리는 커녕 표지리본조차도 없는 곳이 무수하여 간혹은 건널목을 놓쳤다가는 되짚곤 한다. 일부러 바윗덩이를 옮겨 놓아둔 듯한 징검다리로, 그리고 겨울철 등산객들의 아이젠에 곰보처럼 하얗게 찍힌 자국으로 을 더듬어 내려갔다. 바윗덩이를 하나씩 곱게 다듬어 여기 두고 저기 둔 듯, 더 이상일 수 없는 최상의 짜임새로 계곡은 아름답다. 하얗고 말끔한 암반과 맑은 계류 옆의 둔덕은 울창한 송림으로 혹은 푸르스름한 산죽밭으로 장식되곤 한다.
계곡을 오른쪽 저 아래로 멀리 두고 가로지르던 길은 어느새 훤한 공간으로 나선다. 밭뙈기를 빙 돌아가자 보현사다. 이만한 계곡에 알맞다 싶은 크기로 앉은 보현사 대웅전 앞엔 연등이 즐비하다. 그 아래의 주차장에 아까 '선자령 나즈목'에서 부른 택시가 와 기다리고 있다. 서둘러 빨리 걸어서인가. 산행은 3시간만에 끝났다.
보현사로 하산한 이후엔 택시를 불러타고 차를 둔 성황사까지 다시 올라간다. 횡계의 택시를 부르면 30,000원 받는다. 횡계의 산꾼 택시기사 010-8627-9676.
선자령 길은 매년 봄가을 산불예방기간(봄 3/1~5/15, 가을 11/1~12/15)엔 산행이 금지되며, 영동지방 산불은 무서운지라 산불감시원이 매우 철저히 막는다.
*대관령 국사성황사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으로 나와 우회전, '용평스키장 마을'인 횡계로 들어가다가 신설 영동고속도로 밑을 지나자마자 좌회전, 주욱 10분쯤 달려가면 구 대관령휴게소다. 가면서 왼쪽의 휴게소 건물쪽으로 가야 하는데, 차량 통행이 드물다고 하여 훌쩍 황색 실선을 넘어버리는 차량이 많다. 안개 속에서는 금물이다. 일단 오른쪽의 하행선 휴게소로 들어간 다음 구름다리로 하여 북쪽의 산행선 휴게소쪽으로 건너갈 수 있다.
구름다리 건너 휴게소 건물 오른쪽 옆으로 내려서서 대관령 국사성황사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우회전,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100m쯤 가서는 산불감시초소 앞에서 좌회전한다. 그후 주욱 직진해 올라가 도로의 끝에서 국사성황사를 만난다. 성황사 앞에 승용차 10여 대 댈만한 주차공간이 있다.
선자령 산행안내
구 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국사성황사~선자령~곤신봉~대공산성~보현사 코스
매년 겨울이 되어 스포츠지의 안내등산회 대상지를 보면 그 이름이 흔히 눈에 띄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선자령이다. 선자령은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북쪽에 있는 해발 1,157m의 밋밋한 산봉이다. 이 선자령이 겨울이면 갑자기 지리산 천왕봉이나 설악산 대청봉 같은 준봉들과 어깨를 견주는 명산의 반열에 드는 것이다.
선자령이 겨울 들어 한시적으로 누리는 이 특별한 영예는 바람과 눈에 힘입어서다. 겨울 대관령에 차를 멈추어본 사람은 누구나 그 북새풍의 혹독함을 체험했을 것이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짧은 시간에도 뼛속까지 에이는 듯한 그 광한풍은 대관령보다 해발 높이가 300m쯤 더 높고 바라막이도 전혀 없는 선자령 허허벌판에서는 그만 사람 혼을 쑥 뺄 정도가 된다. 바로 이 바람 맛 때문이다. 남한 땅에서는 최고인 그 바람 맛을 보러들 너도나도 선자령으로 몰려가는 것이다.
속셈을 더 따지고 들면, 지리산이나 설악산 주능선과 엇비슷한 고지대의 겨울 분위기를 손쉽게 맛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고산준령 가운데가 되거니와, 적당한 길이로 자를 수도 있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완경사 구릉지를 한두 시간 정도만 걸으며 절경의 겨울 분위기를 맛본 뒤, 얼른 바람 없고 따스한 동사면으로 피해 내려설 수 있다.
결국 거의 하산 일변도인 산행로가 된다. 이를테면 겨울산 초심자까지 너도나도 어울려서 한겨울 분위기도 맛보고 눈썰매도 타면서 하산할 수 있는, 겨울산행의 재미가 각별한 곳이 바로 선자령인 것이다.
대관령~선자령~곤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의 마루금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곳에서의 일출 맞이에 위미를 주어, 신념 초에는 단체 산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에전엔 아흔아홉 굽이를 감돌아야 했던 대관령 길이 이제는 단 두 굽이로 끝나는 신설 고속도로로 새롭게 뚫렸으니, 이를 기념 삼아서라도 대관령 신년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올해는 많을 것이다. 새해가 되기도 전인데 이미 통행량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는 보도다.
그런데, 아무래도 계절이 이상해진 것 같다. 이미 12월 중순인데도 대관령 양쪽으로 눈이 한 점도 보이지 않는다. 순박한 강릉꾼들은 선자령에 눈 없는 것이 마치 자신들 탓인듯 공연히 미안해 하며 배낭을 들고 나섰다. 우리는 선자령 일대의 3개 등산로 중 선자령 지나 곤신봉까지 오른 다음 대공산성 능선으로 빙도는 선자령 최장 코스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신설 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단 이틀 뒤이건만 아직 해가 들지 않은 이른 아침이어서인가, 구 영동고속도로 상의 대관령 휴게소는 이미 오랜 폐건물 같은 분위기다. 옛 상행 휴게소 동쪽 화장실 옆의, 상하행 휴게소를 잇는 고가도로 끄트머리에서 북쪽 샛길로 나서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이 초소 오른쪽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200m쯤 가서 왼쪽 직각 방향의 갈림길로 접어들어 1km 남짓 달려가자 성황당 앞 주차장이다. 눈이 쌓이면 필경은 걸어야 할 길이다.
성황당에서는 무속인의 기도가 한창인지, 징소리가 숲을 울렸다. 이곳 성황당은 중요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전국적인 민속축제 강릉 단오제와 깊게 연관된 곳으로서, 강릉 단오제의 주신인 서낭신을 모시는 곳이다. 인왕산 국사당 등과 더불어 산중 굿이 공인된 몇 안되는 장소다. 현판에 성황사라 씌어 있는 서낭당이 가운데 있고, 그 오른쪽 뒤엔 산신당이, 왼쪽 저편에는 대관사란 빈 절이 있다.
서낭당 가는 길목엔 양옥집 같은 건물이 한 동 있기에 문을 두드렸더니 아주머니 한 사람이 나온다. 얼굴이 깨끗하여 50대 후반쯤으로 보았는데, 이미 71세란다. 안귀녀란 이름의 그 할머니는 "이곳이 영험해서 전국에서 기도객들이 몰려 온다" 면서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이 서낭당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어머니가 김옥분인데, 해방 뒤부터 여기를 관리하셨어요. 예전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래도 그 덕인지 자식들이 다 잘되었어요. 6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차마 그냥 둘 수가 없어서 언니, 동생과 번갈아 가면서 관리하고 있는데, 나이가 너무 들어 힘들어요. 저기 저 나무에 한 길도 더 되는 높은 데에 새집 달렸지요? 겨울되면 눈이 거기까지 쌓인다우."
서낭당에서 한 여인이 고개를 내밀고 사방으로 합장한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기도객은 겨울이라도 거의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산신각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랐다. 잠시 걷자 곧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이 포장도로는 선자령~대관령 능선 상의 국가시설물 관리를 위해 닦은 것이다. 눈은 한 점 없었지만 혹한풍은 여지 없었다.
저 위에 우주선 날개처럼 둥근 형상을 한 건물이 보인다. 영동과 영서를 넘나드는 항공기를 통제하는 국가 시설물이라고 한다. 이 통제소 정문 아래 약 100m 지점에 선자령 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 있다(팻말이 서 있음). 움푹하게 꺼진 숲지대 안으로 내려서자 바람이 기세를 꺾는다.
완경사의 순한 산비탈엔 참나무류와 산죽이 어울렸다. 단순한, 한국의 산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오늘 햇살이 남다르다. 굴참나무의 회색 줄기며 가지와 산죽의 푸른 잎에 햇살은 투명 코팅지로 내려앉았다. 눈이라도 한겹 깔렸다면 한층 더 맑은 풍경이 되었으리라.
나무 줄기는 한결같이 동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눕혔다. 너무 시려와, 우리도 상체를 오른쪽으로 비틀어 바람을 피하며 걸어올랐다. 선자령의 겨울을 여러 번 겪어본 강릉 산꾼들은 몇 해 전인가의 경험담을 전한다. 북서풍이 쉴새없이 불면 선자령 능선에는 끝부분이 해안가로 밀려오는 흰 파도 머리 같은 모양의 긴 설릉(커니스)이 생긴다. 그게 갑자기 100m쯤 좌악 갈라져 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선자령 일대는 강릉 산꾼들에겐 겨울 놀이터 같은 곳이다. 폭설이 내리면 이들은 한일목장쪽으로 하여 선자령 근처로 올라가서는 설원 막영을 즐긴다. 눈 블럭을 쌓거나 설동을 파 베이스를 삼은 다음 근처 산봉을 심설을 헤치며 올랐다가 내려오곤 한다.
새봉 근처에만도 그렇게 설원이 될 억새 평지가 연속이다. 억새는 그곳을 바람이 어떤 세기로 지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그저 45도쯤으로 누운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발라낸 생선 뼈처럼 줄기만 남은 억새가 아예 땅바닥에 납작 붙듯 했다. 그런 곳은 역시 바람이 모질었다.
새봉 근처를 지나자 저 앞에 봉긋하게 부푼 듯한 선자령이 보인다. 왼쪽은 그 높낮이를 구분하기 애매할 정도의 평탄한 구릉지의 연속인데, 오른쪽은 갑자기 툭 깎아내린 것처럼 가파르다. 아마득한 옛적 그때 땅이 어떻게 움직였기에 이렇게 양쪽의 땅 모양이 달라졌을까, 감탄스럽다.
지질학자들 말로는 이 대관령과 선자령 일대는 개마고원과 함께 한국이 대표적인 고위평탄면(高位平坦面) 지형이라고 한다. 수천만 년 전, 지표면이 침식작용을 받아 평탄해진 뒤 어느 때인가 급속히 융기하여 이런 모양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해발 고도가 높고 주위는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으나, 평탄면 내는 기복이 적고 경사가 완만하다' 는 것이 고위평탄면 지형의 특징이니, 바로 여기 선자령 일대가 그렇다. 산행로는 평탄면이 가파른 경사면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선을 따라 주로 이어지므로 안개 속에서는 그 경계선 근처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선자령으로 오를 무렵 왼쪽 저편에 초대형의 헬기장 같은, 원형으로 다듬어둔 평지가 보인다. 과거 통신소가 서 있던 1,129m봉이다. 선자(仙子)란 곧 신선, 혹은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말하니, 이곳 능선의 굴곡이 아름답다고 그런 이름을 주었던 것일까. 산경표에는 대관산이라 적혀 있다.
귓전을 때리는 바람 소리가 오래 계속되면 나중에는 환청이 된다. 누군가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듯도 하고, 어딘가 노랫가락이 들리는 것도 같다. 오후 햇살이 이렇게 찬란해도 바람은 왼쪽 어깨뼈가 저리도록 찬데, 이런데서 누가 노랠 부르고 앉았을 것인가. 몽롱한 안개 속이 아니길 천만다행이다.
선자령에 올라서기 전 약 200m 지점에서는 길이 두 가닥으로 나뉜다. 아니, 목초지에서 오른쪽 능선 등날을 따라 길이 갈라져 나갔다고 해야 옳다. 중간이 교통호처럼 깊이 패기도 한 그 길의 정점에서 오른쪽 지능선으로 초막골 길이 갈라져 나가고 있다. 초막골 갈림이란 표식은 없고, 위쪽에 '선자령 정상' 이라 쓰인 한편 장미과 수종인 마가목을 심은 곳임을 알리는 흰색 팻말이 서 있다.
지형도 상 선자령 정상(1,157m)은 이곳에서 목장 찻길을 따라 100m쯤 올라간 지점의 둥근 봉이다.
선자령 이후 숲속 길을 지나자 다시 목장 찻길이 나온다. 저 앞으로 이제는 곤신봉과 그 남쪽의 목초지, 그리고 목초지 오른쪽 모서리를 따라 낸 깊은 주름 같은 찻길이 빤히 뵌다. 찻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길이 크게 왼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오른쪽, 리번이 매달린 소로로 접어들었다.
숲지대를 지나 내려선 안부가 바로 낮은목. 길은 다시 목초지 오른쪽 옆으로 이어진다. 보현사계곡으로 내려가려면 낮은목에서 약간 오르막으로 오를 즈음하여 유의해 길을 찾아야 한다. 저 앞 작은 봉 사면에 소나무가 다섯 그루 선 것이 보이면 찻길만 보고 곧장 쳐오르지 말고, 목초지 오른쪽 옆쪽으로 접근해간다. 그러면 목초지와 숲지대와의 경계에 '선자령 900m, 보현사 2.1km, 대공산성 2.6km'라 쓰인 팻말이 보인다.
낮은목 이후는 목장 목초지를 가로질러 올랐다. 눈 대신 누런 풀들이었지만 중간에 소나무가 한두 그루 서 있을 뿐인 완벽한 초원은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제법 가파른 긴 오르막 끝지점에 팻말이 있다. 왼쪽(서쪽) 400m 위가 곤신봉이며, 대공산성 능선은 그 반대인 오른쪽 숲속 지능선 길이다.
초원을 벗어나 늘 대하던 숲속 능선으로 접어들며 바람도 한결 잦아들었다. 밋밋한 봉우리를 하나 넘은 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대공산성 표지석이 있다.
대공산성(大公山城)은 한때 이곳 강릉지방까지 세가 뻗었던, 옛 고구려 유민들이 합세하여 쌓았다는 성이다. 974.6m봉을 중심으로 둥근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안에 샘터가 있고 동남북 세 개의 문루가 남아 있는 등, 삼국시대의 산성 치고는 매우 형태가 뚜렷이 남았다.
을미사변 때는 민용호가 이끄는 의병들이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라고도 한다. 저 위 곤신봉이란 산봉 이름은 실은 이곳 대공산성에서 볼 때 곤신방향, 곧 서남쪽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국땅이름사전은 밝히고 있다.
등산로는 능선 왼쪽 사면, 산성 내부를 가로지른다. 도중의 움푹한 곳에서는 물이 질펀하게 배나오고 있다. 과거 농성하던 이들에겐 목숨처럼 소중한 샘이었으리라. 기와 조각도 여럿 뵈더니 바위에 지름 10cm의 구멍이 움푹 팬 문루터도 나왔다(북위 37도44분50초, 동경 128도45분22초).
문루터를 지나 20분쯤 걷자 길은 주능선을 버리고 오른쪽 지능선으로 휘어들었다. 길은 흡사 높직이 쌓은 둔덕 같은 좁은 지능선 위로 이어지더니 곧 계곡가로 내려섰다. 따스한 계곡가 양지바른 곳에서 간단히 요기한 뒤 길을 이었다. 계곡 옆길을 따르다가 보니 임도를 만난다. 강릉 산꾼들은 임도를 따르다가 도중에 표지리번이 매달린 소로가 나오면 그 길을 따라 가로질러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저 앞에 신설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부분이 내려다뵈더니 곧 보현사 오름길목의 산불감시초소 앞으로 내려섰다.
선자령 능선의 적당한 곳에 올라 텐트를 치고 밤을 맞았다. 멀리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과 강릉시내 야경, 그리고 다음날 일출 풍경 모두 기막히게 좋았지만 역시 추웠다.
*산행길잡이
강릉 야경과 일출 보이는 막영지 지천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는 약 4.5km 거리로, 눈이 무릎 이상 빠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그 북쪽 곤신봉까지는 7.5km쯤 되며 3시간이면 충분하다. 산행은 이 대관령~곤신봉 간 백두대간 능선을 가다가 대개 동쪽으로 이어간다. 서쪽 삼양목장이나 한일목장 방면으로 하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동쪽 강릉 방면의 하산길은 세 가닥이다. 노약자들이 여럿 있는 팀은 최단거리 코스인 선자령~초막골 길을 택하며, 조금 더 길게는 선자령~낮은목~보현사 코스, 가장 길게는 곤신봉~대공산성 코스를 택한다. 이중 날씨와 기호에 따라 달리 선택하도록 한다. 노약자가 많거나 대간 능선의 바람이 너무 매서우면 선자령에서 초막골로 빠지도록 한다.
낮은목~보현사 코스는 겨울 계곡 풍정까지도 즐기려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그러나 계곡 상부는 매우 심한 급경사 길이다. 바위 아닌 흙으로 세울 수 있는 가장 급한 경사지가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게 급하다. 그러므로 이 길은 노약자 팀은 삼가야 한다. 수없이 갈짓자로 꺾으며 계곡에 내려선 이후는 계곡을 아홉 차례 양쪽으로 건너며 보현사까지 이어진다. 반드시 아이젠이 필요한 코스다.
대공산성길은 다소 뻐근하게 겨울 능선을 걸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대관령에서 곤신봉 지나 보현사 아래의 산불감시초소까지 총 13km쯤 되는 거리다.
선자령 막영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강풍과 혹한에 견딜만한 텐트와 침구가 필수다. 강릉 야경과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는 막영지는 선자령 능선 곳곳에 지천으로 널렸다. 그중 비교적 바람이 적은 곳을 택하도록 한다.
대관령휴게소는 폐쇄 상태다.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으므로 물품 구입이나 용변 등의 문제는 횡계에서 모두 마치고 대관령으로 가야 한다. 대관령~곤신봉 간 능선 전 구간에서 휴대폰 통화는 잘 되는 편.
*교통
최근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강릉 구간이 개통되며 구 고속도로는 일반 국도가 되었다. 대관령휴게소는 화장실까지도 폐쇄된 상태다. 그러므로 선자령 산행은 오히려 다소 까다로워졌다고 할 수 있다.
서울 쪽에서 갈 경우는 횡계나들목으로 빠져나가서 용평스키장쪽으로 가다가 구 고속도로 밑을 지나자마자 좌회전하여 구 고속도로로 올라타야 한다. 대관령 상행휴게소에 주차하고, 산행을 마친 뒤 강릉 택시를 불러 대관령 고개까지 되돌아 올라가려면 택시비를 25,000원~30,000원 들여야 한다(동아택시 033-652-1341, 용봉운수 653-3376, 동명실업 653-2288, 강일운수 648-7195).
대관령 고갯길은 제설작업이 되었는지의 여부부터 알아보고 길을 떠나야 한다.
(문의 도로관리사업소 강릉지소 033-648-4044).
우선 횡계까지 간 다음 횡계에서 대관령까지는 택시 이용(횡계 개인택시033-335-5960), 요금 6,000원.
보현사까지 하산을 마친 뒤 4km 아래의 보광분교까지 가서 하루 9회 운행하는 38번 시내버스로 강릉시내까지 나간다(강릉 택시를 불러 타면 약 20,000원).
강릉 종합버스정류장(033-646-8100)에서 횡계버스정류장(033-335-5289)까지 15분 간격(07:35~21:40)으로 시외버스 운행.
*숙박
횡계에 남우장여관(033-335-5581~2), 대성여관(335-5129), 동호장(335-3203) 등 숙박시설이 있다. 스키시즌에는 다소 비싸고, 강릉에서 횡계까지 이제는 단 20분 거리이므로 강릉시내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횡계엔 황태요리전문점이 몇 곳 있다. 그중 황태회관(033-335-5795)이 유명하다.
선자령 새코스
"엉덩이썰매 타다 보면 어느새 산행 끝"
횡계 주민들 개설...의야지까지 하산 일변도의 7km 눈길
겨울이면 수많은 등산동호인들이 줄을 이어 찾는 적설기 명산 선자령에 새 갈래길이 생겨났다. 그간 선자령 등산 후 하산로는 초막골이나 보현사계곡 등 모두 동쪽 급사면의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뿐이었다. 이들 동사면 길은 눈썰매 타기가 겁날 만큼 급준한 비탈길이 대부분이어서 종종 올랐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내려오는 재미없는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 착안한 이 지역 주민들이 대관령 방향으로 슬쩍 되내려오는 완경사의 순한 산행로를 개설한 것이다.
당사자는 용평면 횡계리의 '바람마을' 의야지 주민들이다. 의야지는 대관령 해발 750m대에 위치한 마을로 감자, 배추, 당근, 양파 등의 작물이 주된 수입원이다. 이 의야지 주민들은 농사 수입에만 만족치 않고 좀더 의욕적으로 마을을 관광지화하여 추가 수익을 올리고자 5만여 평 규모의 눈놀이장인 스노파크를 이미 몇 년 전 마을주민 공동으로 개장한 바 있다. 선자령 등산객들을 이곳으로 하산토록 유도해 좀더 이용객의 숫자와 폭을 넓히고자 한 것이다.
의야지 마을은 50여 호에 주민 약 14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주민 중 백두대간을 완주한 이가 무려 30명이 넘는 재미있는 마을이다. 김영교씨를 비롯한 이들 농민 등산꾼들은 선자령 정상부터 의야지 마을에 이르기까지 등산로 곳곳에 안내판을 세우고 등산로를 정비해두는 등 모든 준비를 마쳐다.
긴 겨울 가뭄에 설화를 목마르게 기다렸던 것인지, 주초의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선자령을 향해 오르고 있다.
길 옆의 나무들이 한결같이, 어떤 것은 거의 45도 정도로 비스듬히 동쪽으로 누운 것은 동해 바닷물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북서풍에 겨우내 시달려서다. 여름 내내 불어오는 남동풍도 이 쓰러진 수목의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할 정도로 북새풍의 입김이 승한 것이다.
구 대관령 상행선 휴게소 건물은 폐쇄된 상태지만, 그 주변에 차, 라면, 오뎅, 과자류 등속을 파는 컨테이너박스 간이식당들이 여러 동 붙어 서 있다.
이 휴게소 동쪽 옆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100m쯤 가면 왼쪽으로 꺾어진다. 여기서 선택은 두 갈래다. 우선 곧장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국사성황당으로 갔다가 능선으로 붙는 길이 있다. 우리 고유 민속의 현장인 성황당을 거쳐 가는 길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서낭신을 모시는 곳으로서 한번 가볼 만하건만 사람들은 모두들 지체없이 오른쪽의, 리본이 잔뜩 달린 등산로로 접어든다.
굵은 밧줄 난간으로 잘 정비된 등산로 옆의 전나무숲이 두텁게 눈을 얹고 한겨울의 전형적인, 그러나 언제 봐도 아름답고 눈부신 풍광을 연출했다. 길 오른쪽 옆 대간능선 비탈엔 통나무가 토막 난 담벼락처럼 늘어서 있다. 북서풍을 막고 수목을 키워내 보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시도일 것 같은데, 놀랍게도 나무들이 해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고 한다.
등산로는 곧 널찍한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났다. 저 위에 있는 통신시설물 관리를 위한 길로, 이미 말끔히 제설작업이 돼 있다. 곧 북을 여러 개 매단 모양의 중계탑 옆을 지났다. 바로 옆엔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동쪽 아래의 대관령 옛길이 이어지는 지점이다.
선자(仙子)란 곧 신선, 혹은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말하니, 이곳 능선의 굴곡이 아름답다고 하여 그런 이름을 주었을 것이다. 이 선자령 일대 풍경은 요 몇 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구릉지 여기저기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것이다. 하얀 몸체에 세 갈래 날개를 가진, 멀리서 보기엔 아이들 장난감 바람개비처럼 앙증맞아도 보이는 그 풍력발전기들까지 세워지며 선자령 풍경은 더더욱 이국적인 풍치를 띠게 되었다. 여름이면 초록 초원과 대비되며, 겨울이면 흰 설원에서 솟아난 듯 일체감을 보이며 풍경을 돕고 있다.
무선항공통제소 입구에서 콘크리트 포장길이 끝나기 30m 전, 왼쪽으로 소로가 시작된다.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으므로 금방 알 수 있다.
통제소 울짱을 따라 대간 능선 등날을 딛고 오른 다음 다소 경사가 가팔라지는 곳에서 갈림길이 나선다. 나중에 만나지만, 오른쪽 능선길을 택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선자령에서 최고라 할 새봉 조망점에 오를 수 있다(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서 새봉은 이곳에서 북쪽 약 700m 지점의 1071m봉에 표기).
해발 1,050m의 이곳 새봉 정상은 목재로 넓게 조망대까지 만들어 두어 여러 등산객들이 쉬며 주변 경치를 볼 수 있게 했다.
대관령 일대는 개마고원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고위평탄면 지형이다. 수천만 년 전 지표면이 침식작용을 받아 평탄해졌다가 한 세월이 지난 뒤 어느 때인가 지각변동에 의해 급속히 융기했다는 기묘한 탄생 이력을 가진 구릉지가 북서쪽 저 멀리 황병산정까지 끊임없이 뭉글뭉글 펼쳐지고 있다.
전망대 이후 내리막에서 잠시 엉덩이 썰매를 타며 내려가는 도중 아까 갈라졌던 갈림길을 만나고,
1071m봉(지형도 상 새봉)을 언제인지 모르게 지난 뒤 넓디넓은, 풀 한 포기 없이 말끔하게 눈으로 뒤덮인 설사면이 펼쳐진다. 선자령 산행은 이런 설원 보는 맛에 하는 것이다.
풍력발전기 바로 옆을 지나는데 쉬익 쉬익 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좀 위협적이다. 길옆엔 '간혹 날개에 얼어붙었던 빙설이 떨어져 위험하니 밑으로 가지 말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초막골 가는 갈림길목을 지나 100m쯤 더 오르자 선자령 정상. 놀라울 만큼 큰, 높이가 7m나 된다는 백두대간 선자령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 표지석 서쪽 옆 공터 모서리에 세워진 자그마하고 노란 '바람마을 의야지 5.3km' 표지판에서 선자령 새 길은 시작된다.
선자령에서 사방으로 뵈는 풍력발전기가 어림잡아 30기가 넘는 것 같다. 그저 조경용 삼아 세운 것처럼 뵈는데 한 기당 36억 원이나 된다고 하며, 한 기에서 발전하는 전기로 2,000가구 정도가 쓸 수 있다고 한다.
대형 우주선이 착륙했던 자리 같은, 서쪽 저편의 완벽하게 둥근 모양의 공터는 과거 전파감시국이 있던 자리로, 지금은 배추밭으로 쓰이고 있다. 그 공터쪽 계곡을 향해 우리는 잡목 사잇길로 내려섰다.
풍력발전기 관리를 위해 한일목장 입구로 하여 이곳 선자령 턱밑까지 개설한 도로는 눈이 내리기 무섭게 제설작업을 해둔다고 한다. 둔덕 위 한 지점에서 남쪽 설원을 가로지르며 나아간다. '맨 아래쪽, 안부에 서 있는 풍력 발전기 방향' 이라고 알아두면 길 찾아가기가 쉬울 것이다.
비료 비닐포대를 깔고 앉아 안부까지 폭 떨어지듯 하는 엉덩이썰매 타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의야지 3.7km' 노란 팻말이 선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길은 오른쪽으로 오랜 산판길을 따라 주욱 가로질러 나아간다. 그 후 깊은 고요가 감도는, 폭 3m 정도로 넓고 환하게 트인 옛 산판길 등산로를 따라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의야지 주민들이 낸 길은 외길이었다.
상석을 갖춘 밀양박씨 집안의 쌍무덤과 울창한 낙엽송이며 잣나무숲도 지나면서 오로지 능선만 따라 걷자 이윽고 '선자령 등산로 입구' 팻말이 세워진 능선 꼬리다. 얼어붙은 개울 건너 의야지 마을 스노파크에선 제설기가 사륜바이크 트랙에 뿌리는 눈이 눈보라로 흩날리고 있다.
*산행길잡이
하산 중 능선과 산판길 잃지 말아야
의야지 하산길도 족적이 잘 나 있거나 눈이 별로 깊지 않다면 또한 별 어려움이 없는 길이다. 다만 아무도 간 흔적이 없는, 폭설이 내린 직후엔 독도능력이나 체력에 자신이 없는 한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하산 중 족적이 사라지면 반드시 되돌아와 제 길을 찾도록 한다. 눈 깊은 산록으로 잘못 내려섰다간 큰 고생을 한다.
대관령~선자령 구간은 양쪽으로 조망이 매우 좋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의야지 능선길은 조용하고 깨끗한 숲속 눈길을 걷는 맛이 주된 매력이다. 바람이 대관령~선자령에 비해 한결 덜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목장 철문(N 37°41′33.1″ E 128°43′51.8″)을 만나 오른쪽으로 우회할 때 잠시 수목 사이로 지나야 했을 뿐, 거의 전구간이 널찍한 옛 산판길로 이어져서 산악스키로 하산한다 해도 아무 문제 없어보였다. 폭설이 내린 뒤 한 번쯤 가면 멋질 것이다.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는 약 5.5km, 선자령에서 의야지 마을까지는 약 7km로 총 12.5km쯤 된다. 길이 잘 나 있거나 눈이 깊지 않다면 5시간으로 충분하다.
*교통
횡계 나들목으로 빠져나가서 용평스키장쪽으로 가다가 고속도로 밑을 지나자마자 좌회전하여 5km쯤 가면 대관령 휴게소다.
산행을 마친 뒤 차를 대둔 대관령 휴게소까지 되돌아가려면 횡계 택시를 불러야 한다. 택시료 약 9,000원. 횡계 개인콜택시(033-335-6263), 용평콜택시 033-335-6015.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 경유 강릉, 양양, 동해행 버스가 1일 24회(06:30~20:05) 운행. 2시간50분 소요, 요금 12,300원. 횡계에서 동서울행 막차 20:25.
강릉 종합버스정류장(033-643-6091)에서 횡계 버스정류장(033-335-5289)까지 15분 간격(07:35~21:40)으로 시외버스 운행.
*숙박(지역번호 033)
용평레포빌 구 대관령휴게소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관령 일대에서 최고라 할 만한 멋진 펜션 단지다. 스노래프팅, 눈썰매 등 눈놀이를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도 구비돼 있다. 전화 336-8338. 홈페이지 www.lepovill.co.kr
횡계에는 숙박시설이 많지만, 용평 스키장이 있어 특히 주말로 방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주말엔 아예 강릉이나 오대산 입구로 가는 것도 괜찮다. 강릉에는 연중(주일, 주말, 연휴, 여름 성수기) 일정한 숙박요금(2인1실 30,000원)을 받기로 한 숙박요금 모범업소가 지정돼 있다.
구라미 641-8321~3, 귀빈장 648-0852, 동광장여관 642-3284, 로즈모텔 642-5088, 리베라장 641-5611, 명도장 641-1251, 미성장 643-5988, 서울랜드장 642-2985, 스케치모텔 647-7748, 알프스장 645-3401, 영빈장 646-4036, 원산장여관 642-4125, 유토피아모텔 648-6842, 초원장 642-8861, 크라운 641-1250, 화선모텔 647-2396.
오대산 입구의 민박 : 강원민박(황토방) 332-6730, 별장민박 333-1193, 오대민박 332-6532. 숙박료 30,000~40,000원.
의야지마을 스노파크 의야지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눈놀이장으로, 눈썰매, 눈튜브썰매, 앉은뱅이썰매, 간이 봅슬레이, 사륜 바이크, 스노모빌 설원 래프팅 등 여러 눈놀이와 더불어 치즈 만들기, 양떼목장 체험 등도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인기가 높다. 내부에 주민이 직영하는 커다란 식당이 있다. 황태미역국밥, 콩나물국밥 등이 맛도 괜찮은 편이다. 입장료 어른 8,000원, 소인 6,000원(사륜바이크, 스노모빌 비용은 별도). 전화 336-9812. 홈페이지 www.windvil.com
금진온천 횡계에서 영동고속도로로 20여 분 거리인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해안단구 위의 조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해저심층수 온천으로, 물박사로 통하는 김현원 교수(연세대 의학과 생화학교실)는 이 물을 두고 "프랑스의 루르드 성수보다 여러 유익한 성분의 함유량이 높아 치유력이 뛰어나다"고 한 바 있다. 2년 전 개장했으며, 탕내에서 푸른 동해가 바라뵈기도 한다. 오가는 길에 7번 해안국도를 따르면 정동진, 잠수함 침투지, 등명락가사 등의 명소를 두루 꿰는 멋진 드라이브도 된다.
개장시간 07:30~20:00, 입욕료 15,000원. 전화 033-534-7397. 홈페이지 www.kurehouse.com
*별미
양떼마을 양고기 주물럭 횡계의 양목장 양떼마을 직영의 양고기 요리 전문점. 2년이 안 된 수컷 양고기를 재료로 쓴다고 한다. 양고기 특유의 맛을 찾는 단골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산 양고기 전문점으로는 거의 유일할 것이라는 주인의 말이다. 횡계읍내에서 용평스키장 가는 도중에 있다. 쇠고기보다 다소 싼 편으로 주물럭 1인분(160g) 18,000원, 생구이 20,000원. 전화 336-7023.
횡계읍내에 황태전문점인 황태회관(335-5795)을 비롯해 음식점이 많다.
대관령 성황사와 강릉단오제
대관령 성황사는 신ㄹ 고승 범일 국사와 김유신 장군을 주신으로 모신 곳이다. 범일 국사는 명주도독의 청으로 강릉으로 가 굴산사를 창건, 40여 년을 굴산사에서 지냈으며, 경문왕, 헌강왕 등이 국사로 모시려 했던 선승이다. 김유신 장군이야 모르는 이 없는 걸출한 인물이다. 신화나 설화는 곧 대중의 꿈과 희망을 반영한 것이니, 강릉 지역민들이 범일이나 김유신의 혼백이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자 한 욕망이 강릉 단오제로 나타난 것으로 학자들은 해석한다.
단오제의 시작은 음력 4월5일이다. 이날 강릉시청 옆 칠사당에서 신주를 빚은 뒤 음력 4월 보름 성황사에서 산신제와 국사서낭제를 올린다. 이날 서낭신을 모시고 내려가 시내의 국사여성황사에 봉안한다. 그후 음력 5월3일 국사여성황사에 합사했던 국사서낭신과 국사여서낭신을 위한 영신제를 올린 뒤 강릉 단오장으로 모신다. 그 연후에야 단오제가 시작되는 것이다(음력 5월4일부터 7일까지).
강릉부사가 대관령에 가서 국사성황님을 모셔와 국사여성황사에 안배하였다는 조선조의 기록이 전하며, 일제 때의 문헌에는 무속인 50~60명, 혹은 100여 명이 군수의 명에 의해 소집됐다는 기록도 보인다.
강릉 옛 황토지 <임영지>에는 '고려 태조가 신검을 토벌하는 남정(南征) 시에 2신(二神)이 병졸을 끌고 와 구해준 데 대한 감사로 대관령에 와서 제사를 지냈다' 는 기록이 있으니, 실로 성황사의 유래는 천 년 세월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것이다. 과거엔 대성황사가 있었으나 헐리고, 그 자리에 기상대가 앉았다. 이 대성황사엔 범일, 김유신 이외 송악산지신, 태백대왕신, 초당리부인지신 등 총 12신이 모셔졌다고 한다.
강릉단오제
'제 몇 회' 하는 개최 횟수가 없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길이 없고, 오래고 오랜 민속축제이기 때문이다. 강릉단오제가 유명한 이유는 오랜 역사에만 있지 않다. 규모와 질에서 강릉 단오제는 단연 두드러진다. 단오 관련 축제들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축제를 통틀어 최고의 민속축제라 할 수 있다.
강릉시장이 제주가 되기는 해도 관 주도의 작의적인 축제는 결코 아니다.온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분위기를 돋우는, 한국의 토속 민간신앙과 유교적 제의가 습합된 흥미로운 축제다. 때문에 1967년 이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6월엔 겨오 바닷가 바람도 쐴 겸, 강릉단오제 구경길에 나서보자.
축제일은 매년 음력 5월3일부터~7일까지(2005년 양력으로는 6월9~13일).
신명 오른 굿판과 탈놀이, 농악, 난장으로 재미난 닷새
음력 5월5일 단오는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해서 고래로 큰 명절로 쳤다. 조선 중기엔 설날, 추석과 더불어 삼대 명절로 정해지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단오날엔 그네타기, 널뛰기, 씨름, 창포 머리감기 등의 민속놀이를 즐겼다.
그중 강릉 단오제는 다른 지방의 단오 풍습과 사뭇 다르게 발전해왔다. 대개는 민속놀이를 즐기는 것으로 끝내는 데 반해 강릉에서는 대관령 서낭(성황)신앙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강릉만의 독특한 단오제로 발전했다.
대관령은 강릉을 비롯한 삼척 울진 등 동해안 주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고개다. 영동에서 영서의 내륙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고개이자 호랑이와 산적이 끓던 험로였다. 영동사람들은 여기 대관령 마루턱에 국사성황신을 모신 뒤 성대히 굿판을 벌여 제물을 바치면서 오가는 길의 안녕을 기원했다.
설화 속의 그 국사성황신은 다름 아닌 강릉 구정면 학산리에서 태어난 범일국사다. 범일국사는 '그의 어머니가 바가지 속에 해가 담긴 물을 마신 뒤 잉태되어 태어났으며, 신라 수도 경주로 가 국사가 되어 이름을 중국에까지 떨쳤고, 난리가 났을 때 대관령에서 술법을 써서 평정한'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같은 고향 사람이자 걸출한 인물의 혼백이 대관령에 올라가 산신으로 주석했으니, 게다가 온갖 정성으로 제물을 바쳤으니 고갯마루를 지나는 강릉사람들 마음은 얼마나 편안했을까.
강릉 태생 범일국사가 성황신 돼
강릉사람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성황신의 존재를 자신들의 거주처인 강릉까지 모셔 내려왔다. 음력 4월 보름, 강릉 정씨 부부의 딸을 대관령 국사성황신이 호랑이로 변신해 데려가서는 아내로 삼았다는 설화가 그 인연을 맺는 끈이 된다. 정씨 처녀는 강릉시 홍제동에 대관령국사여성황으로 모셔졌고, 그후 강릉 사람들은 단오날마다 대관령 국사성황신을 이곳 여성황사로 모셔 합방을 시켜드렸다.
수십 명 무속인이 동원된 가운데 재물을 바치고 무병장수를 비는 온갖 형태의 굿판을 연일 벌였음은 물론이다. 강릉 사람들은 그것으로 농사일, 나아가서는 일상의 안위까지도 토박이 성황신에 의탁한 것이다.
이렇듯 주어온 의미가 각별했기에 강릉 사람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어떻게든 거르지 않고 단오제를 치러왔다. "일년 내내 단오제 얘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 강릉" 이라고 강릉문화원 단오계 팀장 이경화씨는 말한다.
탈 없고 병 없는 나날, 넉넉한 재물, 풍년, 풍어 등은 백성뿐 아니라 관에서도 바라는 바다. 때문에 대관령 국사성황제에는 자연스레 관리들도 참여하고 유교적 제의가 스며들었다. 강릉단오제가 무속과 유교가 습합된 독특한 형태를 띠게 된 까닭이다.
그 내력이 남다른 만큼 강릉단오제는 사뭇 40여 일의 긴 기간을 두고 진행된다. 시작은 음력 4월5일 신주(神酒) 빚기로 시작된다. 신주는 강릉사람들이 바친 신주쌀로 빚는다. 신주 빚는 날 며칠 전부터 시에서 나누어준 신주미 주머니에 가득 쌀을 담아서는 너도나도 다투어 신주 빚는 장소인 칠사당에 신주미를 내놓은다. 작년에도 쌀 100가마니에 해당하는 5,000개의 신주미 주머니가 봉정되었다.
성황제는 성황산이 정씨 처녀를 데려가 혼례를 올렸다는 날인 4월15일(올해는 5월22일)에 지낸다. 이것이 실질적인 단오제의 시작이다. 대관령 국사성황당에 올라가 성황제를 지내고 국사 성황신을 모셔오는 것이다. 옛 기록에 보면 '나팔과 태평소, 북, 장고를 든 창우패들이 무악을 울리는 가운데 관속, 무당패 수십 명이 말을 타고, 그 뒤로 수백 명 주민이 제물을 지고 대관령 고래를 올라갔다'고 한다. 요즈음 강릉시민들은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구 대관령휴게소 북쪽 약 1km 지점 산중턱의 산신각 앞에서 산신제를 지낸 다음 그 바로 옆 국사성황사에서 강릉시장이 초헌관으로 성황제를 지낸다. 성황을 모시는 굿을 한 다음 무당 일행이 산에 올라가 신목을 벤다. 신목은 단풍나무로, 요란한 제금소리와 무녀의 축원과 더불어 신목을 잡은 신장부의 팔이 떨리면 강신한 것으로 보고 그 신목을 베어 강릉으로 내려간다. 내려갈 때 신목을 모시는 일행만큼은 옛 대관령 길을 따라 걷는다.
'산유가'를 부르며 걸어 내려가는 동안 구산 마을 서낭당에서는 구산 서낭제, 범일국사의 태생지인 학산에 다다라서는 학산서낭제를 또한 지낸 뒤 비로소 강릉시내의 여성황사로 모신다. 이후 18일간 두 신의 위패와 신목을 모셔두었다가 음력 5월3일(올해 양력으로는 6월9일) 단오축제를 시작하며 주행사장에 마련한 단오장 제단(굿당)으로 모셔간다. 이 영신 행차에는 무형문화재인 강릉농악이 신명을 돋우는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등불을 들고 뒤따른다.
팔도강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날이 이 날이다. 그후 음력 5월4일부터 7일까지 제단에서는 매일 아침 유교식 제사에 이어 하루 종일 온갖 굿판이 벌어진다. 신이 좌정하게끔 자리를 깨긋이 하는 부정굿, 성황신과 여성황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축원굿, 조상신을 모시는 조상굿, 풍년을 기원하는 세존굿, 장수를 비는 칠성굿, 무녀가 커다란 놋동이를 입에 물어 올리는 묘기를 보여주는 놋동이굿, 어부들의 눈을 맑게 하여 풍어를 맞게 하려는 심청굿, 혼백들이 저승으로 편히 잘 가라는 뜻의 꽃노래굿 등등, 영동지방의 여러 무속인들이 저마다 한껏 굿판 기세를 올린다.
축제 전후해 경포 바닷가에서 낭만의 밤
하루에 굿이 서너 번씩 6월10일부터 13일까지 4일 연속해 행해지는데, 주민들이 한데 어울린 이 굿판이야말로 강릉 단오제에서 핵심적 볼거리다. 단오제 관련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무속인의 굿판은 단순한 민간신앙의 차원을 넘어선다. 굿당에는 영동지방 각지에서 온 할머니, 아낙들이 와 잠을 자기도 한다.
굿과 더불어 인기가 높은 볼거리는 관노가면극. 관노라 하면 곧 관청의 노비로, 강릉단오제 때는 이 관노 계층에 의해 무언가면극이 행해져왔고, 그것이 지금껏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민과 관이 공동으로 치르는 강릉단오제인 만큼 다른 지역의 가면극처럼 관을 풍자하는 내용이 아니라 양반광대와 소매각시의 사랑놀음이 줄거리다. 둘의 사랑을 심술궂은 '시시딱딱이'가 훼방 놓고, 둘이 다시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것인데, 매일 단오장에서 3~4회씩 연희된다.
신명 나기로는 강릉 농악만한 것이 없겠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을 만큼 강릉 농악은 뛰어나다. 빠르고 경쾌한 12채 가락을 40여 명 농악패가 이어가는 와중에 아슬아슬한 무동타기도 보여준다. 역시 단오장에서 하루 3~4회 공연한다.
굿판이 관노탈놀이에 농악 구경에 목을 빼노라 출출해졌을 때 멀리 갈 것 없이 옆의 난장을 찾아가면 된다. 난장은 제례, 놀이와 더불어 강릉단오제를 구성하는 세 요소 중 하나다. 강릉 단오제처럼 난장이 성황을 이루는 축제는 다시 보기 어렵다.
영동지방 전체를 두고 볼 때 강릉은 대관령 오르는 길목이라, 예부터 물자의 교류가 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통이 지금껏 살아 전해져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강릉단오장 난장에는 팔도강산의 온갖 물건과 음식이 모두 모여든다. 이 난장 돌아보는 맛에 매년 강릉단오제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창포물 머리 감기, 단오 수리치떡 만들기, 관노탈 만들기, 그네뛰기, 널뛰기, 투호 등 여러 민속행사가 또한 이곳 단오장에서 벌어진다.
강릉단오장은 이불장이 특히 크다. 곧 장마철과 일가친척들이 많이 놀러오는 여름철이 다가오므로 집집마다 이 무렵 이불을 준비하는 전통이 생겨난 것이다.
음력 5월7일이면 단오장 제단에서 송신제를 지낸 뒤 대관령 국사성황신의 위패를 다시 대관령 성황사로 모셔가며, 그것으로 단오제는 끝난다. 송신제 때는 관노탈까지 포함해 제사에 쓰던 물건 모두를 불태운다. 이렇듯 규모가 크고 살아 움직이는 민속제라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국 언론사도 자주 찾는 축제로 이름 높다. 인구 23만인 강릉이 닷새간 치러내야 하는 관광객은 100만 명 선을 넘어선다.
강릉 단오제 주행사장은 강릉 시내를 서에서 동으로 꿰고 흐르는 노암동 남대천변 공터의 단오장으로, 성황사에서의 제례를 제외한 거의 모든 행사-굿, 관노극, 난장, 민속놀이 등이 여기서 벌어진다. 그러므로 이곳 가까이까지 자가용 차를 몰고 가려는 시도는 어리석다. 대다수 강릉 시민들은 걸어서 축제장을 찾아간다. 축제장은 강릉시 중앙부여서 강릉시 외곽에서 근처까지 대중교통편이 자주 연결된다.
대개 숙소는 경포대가 애용된다. 축제 구경 전후해 푸른 동해바다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낭만을 곁들일 수 있고, 오죽헌, 선교장, 경포호, 경포송림, 참소리축음박물관 등의 명소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교통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강릉행 고속버스가 15분 간격(06:00~23:40) 운행. 3시간 소요, 11,700원. 동서울터미널에서는 30~40분 간격(06:00~22:15) 운행. 강릉 고속터미널(033-647-3181)에서 축제장소인 단오장까지는 걸어서 10여 분 거리.
*숙박
강릉에는 연중(주밀, 주말, 연휴, 여름성수기) 일정한 숙박요금을 받기로 한 '숙박요금 모범업소'가 있다. 구라미 641-8321~3, 귀빈장 648-0852, 그레이스인 646-72567~2(?), 뉴그랜드모텔 646-8181, 대일모텔 641-5131, 동광장여관 642-3284, 로즈모텔 642-5088, 리베라장 641-5611~3, 명도장 641-1251, 미성장 643-5988, 백운장모텔 643-8840, 서울랜드장 642-2985, 스케치모텔 647-7748, 알프스장 645-3401, 영빈장 646-4036, 원산장여관 642-4125, 유토피아모텔 648-6842, 초원장 642-8861, 크라운 641-1250, 화선모텔 647-2396~7, 황실장 643-2261.
경포에 수많은 숙박시설과 횟집 등이 있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숙박료가 배 가까이 올라간다. 대관령자연휴양림의 송림에서 야영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먹거리
경포 남쪽 강문리의 해양회센타(033-652-1331) 등 횟집은 비교적 가격 대비 양이 푸짐하다. 강릉시내에서 해산물 이외의 음식으로는 옥천동 현대자동차빌딩 맞은편의 왕숯불구이집 생돼지고기 두루치기가 권할 만하다. 강릉시민들에게 인기 높다. 1인분 6,000원. 033-646-0901.
*드라이브 코스
대관령목장, 경포대, 정동진을 한번에
오갈 때 우선 들를 만한 곳이 대관령 삼양목장이다. 6월이면 풀이 한껏 자라, 바람이 불면 가슴까지 함께 일렁이는 감동을 느길 것이다.
동해의 푸른 기운은 국도나 고속도로만을 따라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일단 영동고속도로 북쪽 끝까지 달려가 현남나들목을 나간 다음 7번 국도로 남하하다가 주문진쪽 바닷가 길로 빠진다. 그
후 경포대 지나 안목해수욕장까지 줄곧 푸른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강릉 남동쪽 안인진으로 나간 이후 줄곧 해안도로를 따르면 안보공원, 등명낙가사, 정동진 등의 명소가 줄을 잇는다. 정동진 이후도 역시 해안으로만 달려 내려갈 수 있다. 현화로라 이름 지은 해안 기암지대를 지나는 도로를 따르면 금진항에 이어 소나무 울창한 옥계 해수욕장에 다다른다. 여기서 귀가시엔 옥계나들목으로 하여 곧장 고속도로로 올라 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