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어영부영 19년을 살다가 결국 재수라는 길을 갈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뭔가 다른 나를 바꿀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해서 사찰행을 택했지만, 역시 과도한 이상주의자인 저에게 사찰은 그저 세상과 격리된 고시원일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이많은 도시와도 많이 떨어졌고, 시골 마을과도 비교적 멀리 위치한 사찰에서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과 서로 식사 시간 이외에는 마주치는 일이 적은 상황이 타인과의 만남 혹은 부딪침과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및 그 스트레스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즉 나는 왜 사람들을 무서워하나 하는 그 자체가 자기비하로 연결되는) 상황은 비교적 줄어들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속에서의 제 존재가 익숙하지 않고, 또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 사찰이라는 특수한 환경속에서 일어나는 상호간의 대화단절과 철저한 고독은 오히려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들기까지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들어간지 1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말을 하는것이 너무 성급하고, 또 저의 특수한 상황을 마치 사찰에서 공부하시는 혹은 마음의 때를 지우시는 많은 분들에게까지 대입하는것이 아닌가 싶지만, 현실은 결국 언론과 책에 의해 이미지화시켰던 저의 사찰관에 실망만을 주었습니다.
저는 책을 새로 주문한다는 핑계로 10여일이 겨우 지난 상황에서 어제 서울로 올라왔고, 지금은 다시 사찰에 가기전 바로 그런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서울로 올라올때 다시한번 저는 제 자신을 경멸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버스비를 모르던 저는 일단 등교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중학생들에게 물어본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후부터 시선공포와 그것에서 기인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지나친 주의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었습니다.
중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잘 모른다는 대답과 그냥 천원을 내면 기사 아저씨께서 알아서 돈을 내주신다는 말에 저는 그냥 천원을 내고 50원을 거스름돈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등교시간과 겹쳐서 근처 중학교로 등교하는 중학생들로 가득찬 버스였습니다.
짧은 사회와의 격리된 생활 속에서 잊혀졌던 느낌과 생각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적절한 위치를 찾지 못해 결국 중학생 뒤에서 손잡이를 잡았으나, 이미 그전부터 고개를 들던 생각들이 결국 이어폰을 고쳐쓰는 행동마저 수많은 생각속에 이것을 하다가 달리는 버스에서 넘어지면 어떻하나 혹은 지금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다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말고 일반적으로 행동하자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사람들은 나를 비웃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고 몸에 열이 났습니다. 비교적 근거리에 있던 중학교여서인지 중학생들이 내린 버스는 승객이 많이 빈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정거장에서 타는 승객중 젊은남자 한명이 저의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와 동행이라 그런지 서서 말을 하였습니다.
그 젊은남자는 전혀 저에게 어떠한 적대적인 제스쳐나 혹은 저를 처다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괜시리 신경이 쓰였습니다.
나를 무시한다... 저 사람은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좋다... 그러므로 나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어찌어찌 시내버스는 터미널에 도착했고, 표를 끊는 과정부터 화장실에 가는 과정, 버스에 타는 과정까지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계속 사람들로부터의 내모습이 이상하게 비추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저를 비참하게 했습니다.
동서울 터미널에 내려서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이상하게도 일단 서울에 도착하니 시선공포가 어느정도 사라졌습니다. 결국 몇십분 뒤 재발했지만 말입니다.
지하철을 타고가면서 저는 저의 모순된 생각에 의문이 들었고, 왜 이렇게 극과 극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사찰에서는 분명 도시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시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많은것이 싫어지는 현상.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면서, 저는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과 시선을 맞추지 않기 위해 상당히 어색한 시선처리로 일관했고, 어느 남학생이 걸어오길래 여기서 내가 눈을 내리깔거나 주춤하면 기싸움에서 진것이다(남자분들이라면 아실 묘한 심리)라는 생각으로 걷다가 오히려 넘어질뻔하였고, 여학생이 걸어오자 갑자기 불안감이 증폭되어, 결국 튀어나온 보도블럭에 신발이 밀리면서 다소 우스꽝스러운 상황까지 연출하고 말았습니다.
일단 집밖에만 나가면 겪는 상황이기에 달리 새로울것도 없습니다만, 저는 제가 언제까지 이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제 자신을 미워하면서 살아야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물. 이름만 들어도 생기가 넘치는 스물에 사람들이 싫다고 사찰로 가고, 집에 잠깐 왔어도 방안에만 틀어박혀있고, 정말 비참했습니다.
거기다 저는 대인공포증외에도 강박증과 히스테리, 우울증 등 상담과 치료를 요하는 정신적 질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시절 위태위태하던 저의 생활이 드디어 그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던 와중에 결국 신경정신과라는 수단을 써보았으나, 환자의 고민을 깊게 들어주지도, 들어주려고하지도 않은 의사의 태도와 고비용에 실망하였고, 다시는 신경정신과 같은 곳에 가서 의사들 배를 채우는데 돈을 쓰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20년동안 가슴속에만 꾹꾹 눌러담아 더이상 버틸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또한 이렇게 치료도 없이 방치만 하다 결국 남들보다 더욱더 열등한 위치로 전락했기에, 병원행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어떤분이 링크한 자가진단표로서 제 상태를 가늠해보았는데 절망적이었습니다.
몇몇 정신질환을 빼면 예외없이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었고,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제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신경정신과를 알아보며 갈지를 고민하던 저는 사람들이 쓴 답변들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10분 정도의 상담과 약물 처방... 10만원이 넘는 인성검사비용... 인지 치료나 최면치료보다는 약물에 의지한 처방이 대부분이라는 판단이 들자, 과연 약물이 나의 작금의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수 있나 하는 생각부터, 약물에 의존하는것은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수 없다라는 생각. 항생제처럼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할시 장기적으로볼때 약물에 중독되고 또 많은 양의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차도가 없는 상태까지 이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공도우미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았습니다. 그말씀처럼 대공은 열등감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저는 어렸을적에 크게 다쳐서 이마와 머리 뒷부분에 큰 흉터가 남고, 눈썹부분과 볼에도 흉터가 남아서 그것에서 기인한 컴플렉스가 결국 학급에서 임원도 하고 운동부원도 하면서 내성적이었지만 나름대로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주위로부터 괜찮은 학생이라는 소리를 들은 저를 공부도 밑바닥, 비만에, 자신감 결여, 매사에 의욕이 없고 의지가 박약하며 열등감 덩어리는 저놈은 저러니까 안된다는 소리를 듣는 열등생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이러한 저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컴플렉스와 그 컴플렉스로 인하여 겪었던 여러 좋지 못한 기억들. 또 그 컴플렉스로 인해 변해버린 제 인생에 대한 분노와 회환. 그 자체를 타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수불가결한 것이지 약물치료는 작금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조금밖에는 완화시켜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대공도 대공이지만 다른 정신적 질환에도 두려움을 느낍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자신이 의도하고자 하지 않는데도, 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하는데도 지속적으로 좋지않은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지는 않으시나요?
저는 어렸을적부터 공상을 자주하는 버릇탓에 이것이 점차 확대되어서 결국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사소한 결정. 예컨테 샤프심 하나를 사는 것부터도 저는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또한 샤프심을 사는것에 대해서도 일종의 공포심을 가지는 정신병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상당히 중차대한 시기에 있습니다.
저는 차선책으로써 신경정신과에 갈것이냐 아니면 저의 근본적인 마음의 병을 치유할것인가 하는 것에서 갈등하고 있고, 또 그 근본적인 치유책은 무엇일가에 대한 생각으로도 갈등하고 있습니다.
다른 카페에서 어떤분이 저에게 종교를 권유하셨습니다. 대인공포증을 앓던분이신데 종교를 가지고 그것을 통해서 대인공포증을 상당부분 극복하셨다는 분이셨습니다.
종교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이지도 않고 특히나 그분이 믿으시는 개신교에 대해서는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저는 당시에는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사찰을 택했지만, 사찰행이 결과적으로 몇십여일을 허비했다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현상황에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요가를 통해서 어떤 변화의 시도를 해볼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일단 내일이나 모레쯤 사찰로 돌아가야하고, 4월이 되면 나올 생각입니다.
문제는 제가 과연 신경정신과로 갈것인가... 결국 종교라는 것은 무의미하고, 나약한 인간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는 위선자들의 사기극이라는 신념을 버리고 그분을 따라 종교를 믿을것인가... 아니면 요가를 하면서 기약없는 생활을 계속할것인가...
재수생이지만, 저는 재수공부를 시작도 안했습니다.
무언가를 한다는것. 무언가를 해본다는것. 무언가를 해본다는 의지가 있는것 자체가 없습니다. 책을 펴면 암담하고, 누우면 또 온갖 망상에, 뭔가 뚜렷하게 하나에 관심을 투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저의 이러한 정식적인 질병이 고쳐지고 난후에야 공부라는것도 열심히 할수 있을텐데, 결국 혼자만의 속앓이에 이제는 슬프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전문간의 상담이 필요한것은 알지만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저도 고3때 절에 한달 있었는데.. 저도 한달 못채웠어요~ 그것도 또다른 심리적 압박이더군요...그리고 제 생각에는 종교가 그렇게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그냥 기도하고 의지하는건데,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준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자기가 잘못 생각한것들이 얽히고 얽히고 얽혀서 대공 이외에 여러가지 정신병으로 번진 것 같은데,,저도 배우면서 느끼는건데요, 자기를 사랑하고 수용하는것부터 실천해보시면,, 점점 뭔가 길이 보이실 것 같다는..(주제넘지만, 배우는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님 교회에 가보세요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참고로 저의 엄마도 스트레스 받는일이 있어서 종교를 열심히 믿었는데,, 기도할때는 마음이 편하다가 실생활로 돌아오면 마찬가지라고 하시더라구요..그러니까,, 종교보다는 근본적인것을 치유해보심이 더 좋을것 같네요..
그리고, 저는 님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뭔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한때 부정적인 생각들이 저를 괴롭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항상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는 마음들이 생기는 느낌(?) 근데 그런것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또 공부를 해나가니까 많이 없어지는것 같애요..
20살 밖에 안되셨는데도..참 진지하시고.. 똑똑하심이 느껴집니다. 맘속에.. 열등감과 부정적 마음이 가득차계신것 같은데.. 절에 들어가시기 전...대공 도우미님이 해보셨던 심리 정서 마음의 탐구 일기장 쓰는 법을...알고 가셔서 매일...같이 일기를 써보세요...모르긴 몰라도...
다음에 나오셨을때는 지금의 마음과는 같지 않으시다는 걸 알게 될꺼네요...글구.대인 공포증으로 부터 해방의 길에 있는 자료들을..꼼꼼히 읽어보시구여... 그대로 함 따라보시고... ... 절에 댕겨온 후.. 다시 뵙기로 해여~ 글구...혹시 ...불교를 믿든 안믿든...하루에 한번이든..일주일을 나눠서 하든..
3000배를 해보심이 어떠실런지요... 재수를 하시는 거 같은데... 재수도 재수이지만..마음의 병이 깊으니.. 자신의 마음의 무게를 좀 덜어내심이..어떠실런지요.... 아무 잡념하지말고...3000배을..해보세요. ..마음이 안잡힐때마다..하셔도 좋고... 그럼..힘내세요~~!!
정신과 치료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정신과 치료병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대공왕국으로 발전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정말 제대로 된 교육과 지침을 하는 정신과 병원도 있겠으나...... 효과를 보신 분들이 있으면 그 분들께 물어서 찾아가보시는것이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