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저리 바쁜 핑계로 몇일 지나서 감사와 그날의 일을 회상하며 몇자 적어 봅니다.
이른 새벽, 차를 달려 사당 이수역 1번 출구, 민들레님과 막 택시를 타고 내리니 이미 도착한 자연과 보호님이 부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야 알았지만 닉을 정확히는 모르는 30년 산을 탔다는(암벽전문가) 노신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공주에서 올라오다 깜빡 잠이 들었다는 안정옥님을 자연님 차에 올라 기다리던 일행은 잠시 인사를 나누고 그사이 도착한 차로 갈아타서 출발하니 새벽 4시 40분이다. 가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도저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약초 이약기다. 신기하기도 하고 오늘 내가 무엇을 얻을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설레임과 기대가 가득하다. 벌써 수년째 약초 산행과 까페지기를 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민들레님은 거의 버섯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인것 같다. 거기에 허준이란 닉을 가진 분은 산삼 전문가나 다름이 없다. 나의 증상을 말하자 여러가지 처방을 준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어딘지 믿음이 가고 감사하기도 하다. 맥을 잡아보고 적복령 처방을 준다. 가장 쉽고 6개월이면 혈압이 치료가 된다고 한다. 류마티스는 아니나 뜸으로 다스리면 좋다고 하는 통증 처방도 함께 주니 상당히 기분이 좋고 방법을 알고 나니
스스로도 만족감으로 뿌듯하다.
화양강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대전과 청원에서 올라오기로한 두 사람과 상견례 없이 따르라고 하고 차를 달리는데 민들레님이 불만이다. 인사를 했는데 별로 반응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도저히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사실만으로도 이해랄까 탓하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 아마, 같이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맙고 한데 모든 것을 가지고 가버렸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말못할 상황이나 있었으면 그럴것이지만.
진동 계곡 입구에 다다르니 오래 전에 보았던 (아직도 터널을 뚫고 있는) 조침령 고개가 보인다. 얼마를 더 갔을까? 산림관리원이 근무하는 삼거리다. 우로가면 상부댐이다. 그냥 직진하여 **山房(주인장 윤** -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는 아무나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한다)에 이르러 주차하니 가스 충전을 하러간 차가 오지 않는다. 그냥 두패로 나뉘어 민들레님과 나와 같이 초행인 석류미인님이 한조가 되어 벌나무를 하기로 하고 출발하고, 공주 안사장, 보호님과 30년 산인이 또 다른 한조가 되어 버섯을 보기로 하고 나뉘었다.
말로만 듣던 복수초, 노루귀가 꽃을 피우고 있다. 보라빛과 하얀색으로 꽃망울은 작지만 산방 앞뜰에 나란히 누워 엄동설한을 이기고 올라온 것이 너무 대견하고 기특하다. 처음 대하는 것이라 그런걸까? 안다는 사실에 이렇게 흥분되기는 처음이다. 겨우살이나 둥글레를 대할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앞뜰 한켠에 싹을 틔운 당귀잎을 따서 먹으라고 주는 것을 받아 입에 넣고 씹으니 향이 입안 가득하다. 돼지 고기에 쌈으로 먹으면 기가 막히게 좋다고 한다.
오르는 길에 계곡 옆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많다. 아직 자작나무가 정확히 구분이 되지 않아 일전에 설전을 벌였던 기억이 새롭다. 자작나무와 물박달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물박달은 아직 모르나 자작은 이제 정확히 알 것 같다. 땅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조그만한 노란 꽃망울을 피우고 있는 것이 개미눈이라고 한다. 잎도 노랗다. 평탄한 길을 가다 능선으로 올라타니 나무에 붙어 있는 덕다리 버섯이 눈에 들어온다. 가서 따보라고 한다. 그냥 손으로 뜯으면 뜯어질줄 알았는데 꽤나 단단하다. 역시 선배답게 준비한 끌과 고무망치로 내려치니 쉽게 떨어진다. 잠시 능선을 내려서니 썩은 자작나무에 붙어 있는 것이 편상황이라고 한다. 생긴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알고 보니 두께가 큰놈은 상당히 크다고 한다. 적어도 5cm 정도는 되어야 괜찮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차를 내려 마시면 효과도 있고하니 채취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처음이라 그런지 서툴고 이것도 끌이나 칼같은 것이 필요하다. 잠시 능선을 내려서니 녹색빛을 띠고 있는 가지가 있다. 이것이 산청목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풍과라 그런건지 흡사 같이 놓고 보면 구별이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벌나무라고도 하고 산청목이라고도 하며 두가지 이름이 더 있다고 하는데 가지치기를 조금하고 다시 능선으로 향하니 정오가 가깝다. 휴식과 요기를 하기로하고 능선으로 이르는데 그림으로만 보았던 노루궁뎅이 버섯인것 같다. 크기가 매우 작다. 그런데, 이놈이 스폰지와 같이 물속에 넣으면 커진다고 하는데 위장병에 약효가 있다고 한다.
휴식과 요기를 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하늘에 노오란 황금빛 겨우살이가 보인다. 저것이 자작나무에 열린 겨우살인가 보다. 아쉽지만 키가 닿지 않는다. 돌아 내리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바닥이 녹지 않아 미끄럽다. 미끄러져 손이 까져 있는 민들레님이 그런줄도 모르고 아파 하지도 않는다. 당귀가 제법 많다. 여러뿌리를 캐고 다시 하산을 서두르며 주먹밥을 얻어 먹고 일어서는데 참나무 쓰러진 가지에 겨우살이가 달렸다. 놓치지 않고 따서 베낭에 넣으니 꽉찬다. 얼마를 내려오니 아직도 얼음이 가득한 계곡에 흐르는 물이 보이고 얼음위에 서니 발아래 물소리가 힘차다. 두릅 몇뿌리를 채취한 석류분이 아직 따르지 않는다. 잠시 서서 요기로 떡 몇조각을 입에 넣고 어느새 따라온다. 여러 뿌리를 캐느라 늦었나 보다.
산방 가까이 이르니 네시가 되었다. 약속 시간에 도착하니 혼자 막걸리를 먹고 있는 일행 한분이 보인다. 잠시 산청목으로 담은 술을 내오니 한잔 입에 넣고나니 짜르르하다. 5시 이후에 하산하기를 청하는 산방 주인장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늑장을 부리는데 대전 두양반이 큰 보따리를 자기 차로 옮겨 싣는데 두 사람 몰골이나 행색으로 보아 저 많은 것을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허준님이 아마 큰 역할을 한것이라고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미 떠난고 난 뒤라 뭐라 하지 못하고 끌탕이다.
산방 주인장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차를 몰아 허준님이 같이 동종업에 종사하던 이아무개 사장이 살고 있는 서석에 도착하여 준비한 토종 백숙을 뜯는데 살이 안씹힐 정도로 딱딱하다. 죽도 맛있고 닭도 일품이다. 처음 맛보는 뽕무침인지 그놈도 괜찮다. 취기가 오른다. 오늘 일정은 여기까진가 보다. 비좁은 차에 올라타니 잠이 온다. 자다 말다 어느새 사당이다.
참으로 즐겁고 유쾌한 하루다. 아마, 기회가 닿는다면 자주 찾고 싶고 불러만 준다면 가고 싶다. 함께할 수 있도록 도움주신 민들레님과 같이하신 다섯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청산님 첫인상이 너무 선하게 보여습니다. 차딱지 안부칠거라 생각하고 주차하라고했는데, 제가 미안하네요.제가 여테것 산행해도 그날같은 회원은 첨이예요.상식도.예의도정말 모르는놈, 지금도 생각만 하면 화가 치밀어요. 산에서 산다는놈이 그정도 룰도 모르고 어떻게자연과 더불어 도를닦니약초를하니 사기꾼같은..
언니 무슨일인지는 잘 모르지만 마음을 평온하게 하시면 더 즐겁지 않을까요
미인님은 여태 전화한번 없네요, 제가해도 안받구, 암벽하시는분은 마루돌님 입니다. 제 본의아니게 실수,잔소리가있었다면 이해해주세요. 지나다보면 저를 알것이예요.마루돌님 금강산 사업차 다녀 오시면 한번더 같이가요. 운전 부탁 부탁해요.
아닙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모르는 것을 알려줘서 다시 한 번 더 감사 드리고, 마루돌님이라 했나요? 여유가 있어 보여 좋았습니다. 마음도 넓고 다만 약주 한 잔에 차에 오르니 마냥 깊은 잠에 빠져들더군요.ㅎㅎㅎ . 취미가 운전이니 부탁하지 않아도 열쒸미 하겠습니다. 많이 갈켜줘여~~! 민들레님!
아~~ 요번에 청산님께서 자연님 보호님 민들레님이랑 같이 산행하셨군요. 글을보니 여기저기 즐거움이 묻어있어 참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음이 잡잡하군요..앞으로 이런 일과 상처 받는 글이 안 떠야 할 텐데...
안산 감사합니다...뭐니해도 몸 다치지 않고 안산함을 감사 드리면..언제 저도 한번 불러 주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