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집결지 : 2012. 2. 12(일) / 불광역5번출구 (10시)
▣ 산행 소요시간 : 5시간20분 (10:10~15:30)
▣ 산행코스: 불광역-탕춘대능선-탕춘대공원지킴터-탕춘대성암문-향로봉,비봉,진관사갈림길-비봉(우회)-사모바위-구기계곡-승가사옆길-승가공원지킴터-구기동(뒷풀이장소)
▣ 동 참 자 : 14명 (고갑무, 김정남, 김종화, 나양주, 남기인, 박형채, 신원우, 염재홍,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전작, 조문형)
▣ 동 반 시 : "시작과 끝" / 박시하
▣ 뒷 풀 이 : 파전, 두부김치에 막걸리, 맥주 / "옛날민속집"(구기동) - 남기인 제공
아침 발길이 몹시 가볍다. 겨울날씨 치고는 바람도 잔잔하고 햇살도 좋다. 금년 들어 3번째 산행인데 계속해서 날씨가 우리를 도와준다. 불광역에 조금 빨리 도착했다. 처음 생각은 불광역 주변 여기저기를 샅샅이 다녀 보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전철역에서 산우들을 만나면서 얘기꽃을 피우고 말았다.
불광동 사거리 근방에서 30년의 직장 생활 중 20년을 매일 매일 출근하면서 작년 이맘때까지 드나들던 곳이다. 가끔은 내 젊은 시절의 흔적이 묻어있고 한 때의 낭만도 흘러 넘쳤던 여기 불광동 주변의 이 거리가 잔잔하게 생각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퇴직하고 난 후부터는 단 하루도 여기에 올 일이 없어져 버렸다.
잊혀가는 동료들이 가끔 불러줘서 추억을 되새길 뿐이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으니 이제 쉴 때가 되었다고 자위는 하지만 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한 느낌이다. 어찌 이게 나만의 슬픔이리!! 우리세대가 갖는 공통의 아픔이리라.
조금은 착잡한 생각을 하면서 2번 출구 지상으로 나왔다. 짐작은 했지만 등산객들이 엄청 많다. 2-3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등산객이 많지는 않았다. 여기 외에도 도봉산, 청계산 등등 등산로 주변은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오늘의 등산친구는 13명 그런대로 많은 편이다.
등산객들이 무리를 지어 구기터널 방향으로 나가고 이윽고 여성정책연구원 앞을 지나서 장미동산으로 접어들었다. 이곳 장미동산은 생수가 많이 나와서 인근 주민들에게는 꽤 유명한 약수터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미동산 뒤 정자에서 인원을 점검해 보니 염재홍 등 3명이 보이지 않는다. 긴급통화를 해보니 도로를 건너지 않고 직진 했단다.
잠시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는데 박형채 회장님이 손수 재배한 고구마를 풀었다. 뜨끈뜨끈한 고구마 맛과 함께 회장님의 뜨끈뜨끈한 정을 느꼈다. 회장님! 그 고구마 참 맛있더이다. 금년에도 고구마 농사 잘 지어 맛 좀 자주 보여주셔요. 일행 모두가 정자터 쉼터에서 멀리 북한산을 조망했다. 장엄한 모습으로 한눈에 잡혔다.
이윽고 구기터널 위를 지나서 북한산성 자락을 밝으면서 향로봉 쪽으로 발길을 잡았다. 좌측으로는 몇 번인가 올라간 족두리봉이 그 아슬아슬한 봉우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햇볕이 잘 들고 경사는 완만하고 바람도 없으니 겨울 등산 코스로는 최고였다. 이 코스를 택하여 안내하는 내가 생각해도 좋은 등산코스였다.
나이가 들어서부터는 암벽이나 급경사는 피하자는 게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우리들의 정서다. 향로봉을 바라보면서 잠시 휴식, 단호박떡과 송편, 귤 등으로 원기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 앞서거니 뒤서거나를 반복하면서 향로봉을 오른쪽으로 우회 하였다. 나중에 보니 그게 약간의 화근 되었다.
전망 좋은 암벽 소나무 밑에서 인원을 점검하니 이재웅 군이 보이질 않는다. 통화도 되지 않는다. “먹을거리가 가득 들어 있는 배낭이나 두고 가지...” 우스갯소리를 나누면서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는 향로봉 쪽으로 직진하여 능선을 타고 있다고 했다. 이제 10명이 넘으면 인원점검을 위해 맨 후미를 지정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봉 능선으로 올랐다.
오늘 코스 중에서 제일 체력소모가 많은 곳이나 그리 길지는 않는 곳이다. 이런 가파른 곳도 있어야지, 시종일관 평탄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비봉 뒷길만 약간의 흙으로 다져진 눈길일 뿐, 아이젠이 필요 없었다. 작년 만해도 아이젠을 몇 번인가 이용했는데, 아마 이번 겨울은 눈 덮인 산길을 걷는 걸어보기 힘들 것 같다. 그만큼 금년 겨울이 따뜻했다.
비봉 입구에서 일부는 이재웅 군을 기다리고, 일부는 자리를 잡기 위하여 사모바위 쪽으로 가고, 진흥왕 순수비를 못 본 사람은 비봉으로 올랐다. 여기에 있는 순수비는 모조품이고 진본은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568년 신라 진흥왕은 연호를 ‘크게 번창하다’는 의미인 ‘태창’으로 바꾸고 서울을 거쳐 함경남도 함흥의 황초령, 이원군에까지 자신이 개척한 영토를 직접 순수하면서 백성을 위로하고 포상했다. 또한 이를 기념하고 왕의 위엄을 드러내고자 비들을 세웠다. 국보 3호인 북한산 순수비를 비롯하여 황초령 순수비·마운령 순수비·창녕척경비 등이 이때 세워졌다고 한다.
비봉을 거쳐 사모바위 아래 헬기장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본 비봉은 멋지게 균형이 잡힌, 앉아있는 새들의 왕 참독수리의 모습으로 보인다. 저기 사모바위는 20년 전에도 저렇게 비스듬히 서 있었는데 지금도 그 위험한 자태는 변함이 없다.
헬기장에는 많은 그룹들이 유쾌하게 떠들었다. 보기 좋다. 따스한 겨울햇살 아래 자연풍광을 즐기면서 친구들과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정말 건강하게 보인다. 꽈메기 무침, 생굴, 두부김치 등을 안주삼아 막걸리와 복분자를 모두가 몇 잔씩 마셨다. 정상주는 피하고 하산주만 마시자는 우리의 약속은 이미 창고에 처박힌 지 오래다. 누가 그걸 지키나...
약간의 취기를 느끼면서 하산을 서둘렀다. 먹고 나면 오르기 싫고 나른해서 먹으면 하산하는 습관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술기운이 있을 때는 안전한 코스를 선택하여 하산해야 한다. 바로 내려가는 제일 짧은 코스를 택했다.
먹었으니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몇몇 산우들이 눈치껏 볼일을 본다. 남자로 태어난 게 다행스럽다. 여성들이 겨울산에서 소변을 처리하기가 난처해서 물도 잘 안 마신다는 말도 있다. 승가사 옆을 지나 너른 도로를 하산길을 잡았다.
약간의 이런저런 의견 끝에 뒤풀이 장소는 구기동 민속집(두부집)으로 정했다. 이곳 여사장님은 30년 전부터 안면이 있는데 오늘은 자리에 없었다. 세차장 옆 함바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던 그 아줌마가 이제 연륜과 함께 의젓한 초로의 할머니 사장이 되었다.
우리들의 잡담과 함께 맥주와 막걸리가 돌고 돌았다. 그 와중에서도 전작 총장은 여러 가지 안건을 제시한다.
2012년의 큰 행사는 다음 4가지로 압축되었다. 자세한 안내문은 세부계획이 확정된 후 별도의 고지가 있을 것이다.
- 5월 지리산 칠선계곡 등산
- 7월 여수엑스포 관람 및 팔영산 등산
- 7월 중국연태 및 노산(?) 등 등산
- 9월 고창에서 날아다니는 촌닭 먹기
하나도 빠질 수 없는 좋은 정말 스케쥴이다. 가능하면 모든 친구들이 동행하기를 기원한다. 남기인 산우가 아들 결혼식 참석에 대한 감사의 답례로 한턱을 내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주변이 어둑어둑 해 진다. 오늘의 산행에서 얻은 즐거움이 다음 주 에너지의 밑받침이 되리라.
< 2012년 2월15일 이경식 씀.>
< 동반시 >
"시작과 끝" / 박시하
1. 그 시작은 나의 시작.
오래된 고백 같은 수면 위로
오랫동안 철새들이 찾아오고
안녕, 안녕, 날아갔다.
밤이 씻은 얼굴을 거울 위에 비추었다.
아침이 금빛 돛을 던 천 개의 요트를 띄웠다.
사랑스런 이름들이 구불구불 맺혔다.
꽃과 달을 품에 안고
바람이 먼저 깊어졌다.
바람을 타고 별이 흘렀다.
2. 흐르지 않는 사람들.
바람을 파내면 무엇이 불어올까?
별을 뽑아내면 무엇이 빛날까?
대답이 없다.
귀가 없다.
그들은 쇠로 된 팔을 들어올린다.
칼과 자를 들고
세상의 가장자리를 반듯이 잘라낸다.
별의 조각이 썩어 들어가는
네모난 왕국 위로
석양이 내리지 않는다.
시작과 끝이, 영원히
흐르기를 멈춘다.
그 끝은 우리의 끝.
꿈의 순서를 바꾸어버린 후
시작되지 않는 끝 위에서
안녕을 외치면서도 눈 감을 수 없다.
3. 훨씬 오래 전부터
모든 강은
다른 모양의 새벽을 갖고 있었다.
< 서울시가 선정한 조망이 좋은 곳('구기터널'옆길에서 올라 '탕춘대성암문'쪽으로 가다가) >
< 오늘 우리가 가야만 할 코스와 봉우리를 점검하고 있다. >
< 뒷편 북한산 주봉(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나한봉,문수봉,보현봉)을 배경으로 >
< '탕춘대성암문'앞에서... >
<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막걸리와 떡으로 원기를 보충 >
< 조금만 더 오르면 향로봉과 비봉이 나온다. 가파른 계곡길을 또 오르자... >
< 가까이 '향로봉'으로 가는 산 능선이 보인다. >
< 행불된 이재웅이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하다. >
< 향로봉, 비봉, 진관사로 가는 갈림길에서... >
< 비봉을 오르다가 뒷편 사모바위,승가봉,나월봉쪽을 배경으로... >
< '사모바위'옆 헬기장에 도착... >
< 앞 봉우리가 '비봉'... >
< '사모바위'앞 헬기장에서 동반시를 읊고, 막걸리, 복분자, 과일 등 간식을 먹었다. >
< 오늘의 동반시 박시하 시인의 '시작과 끝', 장문의 시 이다. >
< 먹산회의 간식(생굴, 과메기무침, 두부, 김치, 떡, 한고, 과일과 막걸리, 복분자 등) >
< 잘 먹고, 오늘도 쓰레기를 가져갈 산우선정 사다리타기를, 복 많은 원무와 원우가 당첨! >
< 뒷편에 '사모바위'를 배경으로 단체 인증샷... >
< 앞에 '비봉' 봉우리 위에 등산객이 개미같이 보인다. >
< 뒷편 '사모바위'를 배경으로... >
< 바로 아래가 1.21사태때 북한특수부대 일당이 최종 은거한 곳 이란다... >
< 구기계곡을 내려오다 '승가사'옆에서... >
< 승가공원, 구기동쪽을 향해 내려오면서... >
< '승가사'까지 넓은 길을 만들어 놓아 등산로가 편하였다. >
< '승가공원지킴터' 앞에서... >
< 구기동 '혜림정사' 인근에 내려와서, 멀리 위에 '승가봉'과 '문수봉'이 보인다... >
< 길거리에서 한 약초장사 부부가 '겨우살이'나무 줄기를 끓여 등산객에게 한 잔씩... >
< 뒷풀이는 '옛날민속집'에서... >
< 주 메뉴는 두부김치, 파전에다 맥주와 막걸리로 간단히 했다. >
< 다음 산행계획(주로 원거리 산행 위주)도 협의하였다. >
< 귀가 (각자 지하철로 가는 뻐스를 확인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