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대광보조(大光普照)관세음보살이라고도 합니다.
전쟁과 전투, 싸움하기를 좋아하는 아수라도(阿修羅道)를 구제하는
보살입니다. 머리 위에 열한 개의 얼굴이 있는 관세음보살로서 전후좌우의
십면은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階位)인 십지(十地)를 표하고
맨 위의 불면(佛面)은 불과(佛果)를 표한 것입니다.
이는 중생의 십일변행혹(十一遍行惑)의 무명번뇌(無明煩惱)를 끊고
불과(佛果)를 얻는 뜻을 상징한 것입니다.
십일면관음
11개의 얼굴을 가진 관세음보살로서, 우리 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관세음보살의 신앙과 함께 이 보살의 조상이 유행하였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석굴암의 조각상을 들 수 있다. ≪십일면관음신주경 十一面觀音神呪經≫에 의하면, 11면이란 본얼굴을 제외하고 머리 부분에 부가된 11가지 모습을 지칭한 것이다.
경에는 머리 부분 전면에 3면이 있고, 그 좌우에 각각 3면, 그리고 후면에 1면, 정상에 1면을 가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석굴암 관음상처럼 부조로 나타낼 때는 전면에 화불(化佛) 1면, 좌우에 각 3면, 정상에 3면, 그 바로 뒤에 1면을 표현하게 되는데, 이는 부조의 경우 어쩔 수 없는 일반적인 형태이다.
이 11면은 관세음보살의 다양한 기능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앞의 3면은 자상(慈相:자비로이 웃는 모습)으로서, 선한 중생을 보고 자심(慈心)을 일으켜 이를 찬양함을 나타낸 것이다. 왼쪽의 3면은 진상(瞋相:성낸 모습)으로서 악한 중생을 보고 비심(悲心)을 일으켜서 고통에서 구하려 함을 나타낸 것이다.
오른쪽의 3면은 백아상출상(白牙上出相:이를 드러내어 미소짓는 모습)으로서 정업(淨業)을 행하고 있는 자를 보고는 더욱 정진하도록 권장함을 나타낸 것이다. 뒤의 1면은 대폭소상(大暴笑相:크게 웃는 모습)으로서 착하고 악한 모든 부류의 중생들이 함께 뒤섞여 있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모두 포섭하는 대도량을 보이는 것이다. 정상의 불면(佛面:부처님 모습)은 대승근기(大乘根機)를 가진 자들에 대하여 최상의 진리를 설함을 나타낸 것이다.
이 11면을 본얼굴과 합하면 12면이 된다. 이 12면 중 11면은 방편을, 본 얼굴은 진실을 상징하며, 11면은 중생의 교화를 위한 행위와 관련이 있고 본얼굴은 불변의 지혜를 상징하고 있다. 즉, 선한 중생을 교화할 때는 자상을 쓰고, 악한 중생을 교화할 때는 진상을 쓰며, 선악이 뒤섞인 중생들을 교화할 때는 대폭소상을, 정업의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백아상출상으로써 한다.
그러나 이 사바세계에는 선한 중생이 적고 악한 중생이 많으므로, 먼저 진상으로 그들의 마음을 조복(調伏)하여 선심(善心)을 일으키게 한 뒤 자상으로써 그들을 교화한다. 그리고 한 중생을 교화함에 있어서도 정해진 일정한 상이 없다. 때로는 11면을 다 드러낼 때도 있고 1면만을 드러낼 때도 있다. 또, 불면은 1면, 자상과 진상과 백아상출상을 각각 3면, 폭소상을 1면으로 한 데에는 까닭이 있다. 불면이 하나인 까닭은 과보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상이 3면인 까닭은 ① 고통만 있고 즐거움이 없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얻게 하려는 것이고, ② 복은 있지만 지혜가 없는 중생에게 지혜와 신통력을 갖추게 하려는 것이며, ③ 지혜는 있지만 통달하지 못한 중생에게 지혜와 신통력을 갖추게 하려는 것이다.
진상이 3면으로 되어 있는 것은 ① 고통스러운 과보를 떠나려는 욕심 때문에 오히려 고통을 낳는 행위에 빠진 자를 보고 노하는 것이고, ② 즐거움의 과보를 받고자 하지만 즐거움의 원인이 되는 선행을 닦을 줄 모르는 자를 보고 노하는 것이며, ③ 적정(寂靜)한 이치를 구하려 하면서도 도리어 산란한 경계에 집착하고 있는 자를 보고 노하는 것이다.
백아상출상이 3면인 것은 몸과 마음과 뜻의 삼업(三業)으로 아무런 죄를 짓지 않는 자의 청정함을 찬양하기 위함이다. 대폭소상은 선악이 뒤범벅된 뭇 중생들을 통틀어 비웃는 까닭에, 1면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단계는 자비의 등급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즉 불교를 가까이 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비, 그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설법, 그리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크나큰 자비의 단계를 보여 준다.
우리 나라에 전래되는 십일면관음의 설화 중에는 신라의 국사 경흥(憬興)의 병을 고친 이야기가 널리 전승되고 있다. 삼랑사(三郎寺)에 머물러 있던 경흥은 갑자기 병이 들어 여러 달이 경과하였다. 하루는 여승이 나타나서 “경흥의 병이 근심으로 인해서 생긴 것이니 즐겁게 웃으면 나을 것”이라 하고, 열한 가지 모습으로 변하면서 춤을 추었다. 그 변하는 모습이 너무나 기괴하여 턱이 떨어질 지경으로 웃고 나자 경흥의 병은 나았다고 한다. 이 여승이 십일면관음의 화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