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도는 땅이 기름지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식물들이 잘 자란다. 그래서 초도 주민들은 임진왜란 당시 실제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나 말에게 먹일 풀을 길러 녹도 만호에게 바쳤다 한다. 그만큼 초도는 풀이 많은 섬이다. 초도의 ‘초’ 자에 ‘풀 초(草)’자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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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산봉에서 내려다 본 진대섬과 구무섬의 모습. > |
지금껏 초도는 거문도를 가기 위한 기착지 정도로 인식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고 아름다운 섬의 매력을 제대로 맛 본 사람이라면 마치 중독된 것처럼 꼭 다시 이 섬을 찾게 되고야 만다. 초도는 걸어서 돌아다니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자그마한 섬이다. 초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대동리 마을에서 의성리 마을과 진막리 마을을 거쳐 다시 대동리 마을까지 이르는 일주도로가 7km 정도에 불과하다. 천천히 걸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거리다. 욕심을 내 이곳저곳 꼼꼼히 둘러본다고 해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덕분에 차가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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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도의 최고봉인 상산봉으로 오르는 길. > |
초도 최고봉 상산봉 산행 초도여행의 시작점은 쾌속선이 들고나는 대동리 마을이다. 초도에는 대동리․의성리․진막리 등 세 개의 부락이 있다. 이들 부락에 사는 주민 수는 대략 3백 여 명. 대동리에서 시작하는 일주도로가 이들 부락을 모두 아우른다. 대동리 마을을 벗어나 의성리 마을 쪽으로 조금만 오르면 초도의 최고봉인 상산봉(338.7m)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시작부터 조금 가파르게 시작되는 길은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로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이 길이 인상적인 것은 흙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멘트 대신 돌을 고르게 펴서 깔아 놓아 나름의 멋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길의 흔적만 간신히 남아있는 다른 섬들의 등산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덕분에 산책하는 기분도 가히 나쁘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돌과 돌 사이에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름 모를 잡풀들도 산행의 운치를 더하는데 한몫 톡톡히 거들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길은 바람재를 거쳐 상산봉으로 이어진다. 상산봉의 바로 턱 아래라 할 수 있는 바람재까지는 차량으로도 오를 수 있다. 중간중간 짧은 비포장도로가 있어 승용차로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4륜 차로는 별 힘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바람재 정상에는 널찍한 공터도 있어 주차를 하거나 차량을 돌리기에도 좋다. 사실 바람재까지만 올라도 전망은 기가 막힌다. 둥글섬․진대섬․구무섬․추섬 등 초도 앞에 촘촘히 박혀있는 작은 섬들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그래도 상산봉 정상에서 보는 모습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니 기왕 걸음을 했으면 조금만 더 욕심을 내서 상산봉 정상까지 올라볼 일이다. 바람재에서 상산봉까지는 20~30분 정도만 더 걸어가면 된다. 바람재에서 올려다본 상산봉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바위산이다. 선 굵은 바위들을 이리저리 끼워 맞춘 것 같은 상산봉의 모습은 그곳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상산봉 정상까지는 큼직한 바위와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올라야 하지만 코스가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고 길도 잘 나 있어서 겉보기와는 달리 크게 힘들지 않다. 상산봉 정상에는 막힘없이 활짝 열린 다도해의 풍경이 기다린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시원스런 풍광이다. 말 그대로 파노라마같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표현을 쓰기가 애매하다. 솔직히 몇 번씩 나눠서 끊어보아야 간신히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멀리 중결섬과 용섬이 보이고 그 섬들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대동리 마을이 그리고 우측으로 의성리 마을이 보인다. 보고 또 봐도 싫증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발걸음을 돌리기도 쉽지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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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의 규모에 비해 잘 정돈되어 있는 초도 일주도로. > |
풀이 많은 섬, 초도 상산봉 산책로를 내려와 의성리 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어느덧 시야에서 바다는 사라지고 울창한 숲으로 길이 길게 이어진다. 그곳에서 의성리 마을을 만난다. 의성리 마을은 자그마한 어촌마을이다. 고흥 녹동항에서 거문도를 거쳐 여수로 나가는 쾌속선은 대동리 선착장이 아닌 이곳 의성리 선착장으로 들고난다. 큰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소박한 어촌마을은 외지인을 박하게 대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과한 것도 아니다. 부족하지 않을 정도, 딱 그 정도다. 그래서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이 그렇게 가벼웠는지 모를 일이다. 의성리 마을을 벗어나 조금 더 일주도로를 오르면 널찍한 2차선도로가 시작된다. 섬 마을 치고는 제법 넓은 도로다. 덕분에 걷기도 한결 여유가 있다. 의성리 마을을 지나면서 바람이 유난히 세차게 불어댄다. 안 그래도 오르막 구간이라 걸음이 더딘데 바람까지 세차게 부니 한걸음 옮기는 게 쉽지 않다. 한 번씩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면 바람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다. 섬에서 불어대는 바람의 위력을 잠시나마 실감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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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도 의성마을. > |
언덕 구간이 끝나갈 즈음, 눈앞으로 뭔가 꿈틀거리며 지나가는 게 보인다. 도로 옆 풀숲으로 순식간에 사라진 것은 분명 뱀이다. 산길도 아닌 깔끔하게 포장된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뱀을 보다니. 크기도 제법이다. 30cm는 족히 되어 보인다. 풀이 많은 섬이라 뱀 개구리 등이 많다고 하더니 역시 헛말은 아니었나 보다. 사실 놀란 건 뱀을 보아서가 아니라 섬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왜 지금껏 섬에는 뱀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삼무(三無 뱀․도둑․공해)의 섬으로 알려진 울릉도에 대한 기억이 너무 깊이 자리한 탓이리라. 이유야 어쨌든 섬에는 뱀이 살지 않을 거라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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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막마을과 안목섬 사이로 활짝 열린 바닷길. > |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안목섬 초도에는 두 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몽돌로 이뤄진 대풍해수욕장과 은빛 모래가 일품인 정강해수욕장이다. 대동리 마을 옆에 위치한 몽돌해변인 대풍 해수욕장은 몽돌찜질을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햇볕에 달궈진 몽돌을 이용한 몽돌찜질은 허리통증이나 소화불량에 좋다. 해수욕장 앞으로 방파제가 있어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완만해 가족 피서지로 그만이다. 대풍해수욕장과는 달리 백사장으로 이뤄진 정강해수욕장도 초도에서는 빼놓을 수없는 피서지 중 한곳이다. 주위로 멋스러운 송림과 기암절벽이 솟아있어 호젓한 휴식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 주변에 가게가 없는 게 아쉬운 점이지만 간단한 먹을거리와 소소한 생필품들은 인근에 위치한 진막리 마을이나 대동리 마을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사전에 미리 꼼꼼히 챙긴다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대풍해수욕장과 정강해수욕장에는 음수대와 화장실 그리고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다. 정강해수욕장과 진막리 마을 사이에는 초도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숨은 보물이 있다. 바로 신비의 바닷길. 신비의 바닷길이라고 하면 진도와 여수의 사도를 우선 떠올리게 되지만 초도의 신비의 바닷길도 꽤 멋스럽다. 사리 때를 전후해 한 달에 4일정도 본섬과 안목섬을 잇는 바닷길이 온전히 열린다. 그 거리는 500m 정도, 폭은 30m에 이른다. 안목섬은 예로부터 초도 사람들에게는 보물창고로 불리던 곳이다. 허옇게 속살을 드러낸 갯가에서 멍게․해삼․전복․소라 등 다양한 갯것들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렇게 잡은 갯것들은 지금까지도 주민들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사실 이곳은 지금도 마을주민들이 삶을 꾸려가는 생활터전이다. 그래서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재미삼아 갯것 몇 마리 잡는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단, 이곳을 터전삼아 살아가는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과하지는 말아야 한다. 초도에서는 앞으로 이곳 신비의 바닷길을 적극 육성해 어촌체험 관광코스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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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로운 모습의 진막마을 앞바다 > |
모든 섬 여행이 그렇지만 초도 역시 안에서 보는 모습과 바다로 나가 들여다보는 모습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섬 여행이라고 하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섬을 돌아보는 해상일주를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상일주관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초도에서는 아직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해상일주 유람선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몇몇 선주들이 자신의 배를 이용해 해상일주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래도 개별적으로 섭외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 이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초도지역발전협의회(회장 변영복 011-645-8534 061-665-8558)다. 초도지역발전협의회에서는 초도를 찾은 여행자들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섬 해상일주는 물론 민박 등도 알선해 준다. 4톤급 어선으로 진행되는 섬 해상일주는 모자바위와 호랑돌광 그리고 벼락 맞은 이무기 절벽 등 초도의 숨은 비경을 꼼꼼히 돌아볼 수 있도록 진행된다. 행상일주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이용요금은 4인 기준에 1인당 1만5천원 수준이다. 요금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흥정도 가능하다. 해상유람을 하면서 별도의 금액을 지불하면 해녀들이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전복이나 소라 등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 |
▒ 맛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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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 박 ▒ 초도에는 민박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대동 선착장 주위에는 초도어민회관의 1층을 식당과 민박으로 운영하는 곳(666-7557)과 초도대동 민박(665-3978)이 전부다. 이 두 곳의 객실을 합쳐도 그 수는 5개에 불과하다. 숙박료는 비수기 2만5천원. 민박을 잡지 못했을 경우에는 초도지역발전협의회 변영복 회장(011-645-8534, 665-8558)을 통해 잠자리를 알선 받을 수 있다. 하루 이틀 정도는 마을 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도 있다. 딱히 정해진 숙박료는 없고 청소비 정도만 받고 빌려준다. 초도에는 식당도 몇 되지 않는다. 대동리에서는 초도어민회관 1층에 있는 식당이 유일한 곳이다. 백반(5천원)에서 전복 해삼 활어회 매운탕 등 다양한 메뉴가 구비돼 있다. 가게와 슈퍼는 대동 의성 진막 모든 마을에 한 곳 이상씩은 있어 물이나 음료수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다. |
▒ 가는길 ▒ ․ 여수↔초도 :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청해진해운(663-2824)의 쾌속선 가고오고호와 오가고호가 하루 1회(07:40 대동선착장, 13:40 의성선착장) 왕복 운항. 소요시간(편도)은 약 2시간. 여름철 성수기에는 여객선의 운항 횟수가 늘어나므로 반드시 사전에 문의, 예약해야 한다. ․녹동(고흥)↔초도: (주)평화해운(843-2300)에서 운항하는 평화페리 5호가 고흥 녹동신항에서 하루 1회(07:00)왕복 운항. 차량탑재 가능하며 소요시간(편도)은 약1시간 40분. |
▒ 기 타 ▒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초도에 얽힌 전설
1. 모자 바위(수리망대) 대동 마을 북동쪽에 있는 모자바위는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왜군에게 잡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어머니와 아들이 돌로 변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바위. 이 바위는 수리망대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임진왜란 당시 이곳에 큰 독수리가 날아와 왜병이 몰려 올 기미를 보이면 괴성을 질러 아군들에게 이를 알려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 독수리가 아버지를 왜구들에게 빼앗기고 돌로 변한 아들의 영혼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믿고 있다는 사실. 독수리가 된 아들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이 바위에 앉아 망을 본 것이라고 전해진다.
2. 호랑돌광(호랑이 바위) 옛날 상산봉에는 육지에서 건너온 호랑이 한 쌍이 살고 있었는데, 수컷 호랑이가 병들어 죽자 암컷 호랑이는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려고 항상 이 바위에 올라 육지를 바라보며 울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달 밝은 밤에 호랑이는 죽은 수컷 호랑이가 무척이나 생각나 큰소리로 ‘어흥’하고 울었고 그 소리가 산울림이 되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자 자기 보다 더 무서운 짐승들이 쫓아오는 소리로 착각해 그만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후 마을사람들은 이 바위를 호랑돌광이라고 부르고 있다.
3. 벼락 맞은 이무기 초도 의성리에서 잠등을 넘어 멸처무를 지나 여마지미 끝으로 가면 붉은색으로 물든 절벽이 나오고 그 절벽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50~60m 높이로 우뚝 솟은 붉은 색깔의 돌기둥이 있는데 이곳은 벼락 맞은 이무기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전설의 내용은 아주 먼 옛날 이무기 두 마리가 살았는데 한 마리는 용이 되어 승천하였으나, 나머지 한 마리는 아무리 노력을 하고 오래 기다려도 기회가 오지 않았다. 참다못한 이무기는 어느 날 하늘을 향해 욕을 퍼붓고 말았는데, 그 순간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소낙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이무기는 이제야 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몸을 사려 하늘을 향해 힘껏 솟구쳐 올랐는데, 그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쳐서 이무기는 그 자리에서 돌이 되고, 그 일대 바위는 이무기의 피가 번져 붉은색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
첫댓글 내고향 기행문을 잔잔한 바다 모습처럼 소개해 주셔서 캄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