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차를 맡기고 찾는데 수리비만 삼십여 만원의 목돈이 들었다. 우리 차는 95년 식 아반떼다. 벌써 8년 째 우리 집 발 품을 파고 있지만 이제 겨우 8만 킬로를 넘은 남들의 말을 빌리자면 낡고 낡은 중고 자동차다. 그러나 달린 주행거리보다 차의 연식으로 인해 지난 12월부터 전체 수리를 시작해서 지난 4월엔 라지에이터가 고장 나서 남해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멈추어 선 후 이번에는 배기 통의 마후라가 구멍이나 자동차에서는 들을 수 없는 오토바이 굉음이 울리는 기현상까지 난 덕분에 차의 수리비도 만만치가 않다. 오히려 아이들은 스포츠카 타는 기분이라고 고치지 말고 타자고 좋아하긴 했지만 말이다.
솔직히 나 역시도 차의 연륜과 주행거리가 전혀 비례하지 않는 다는 걸 요즘은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바꿀 마음은 전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차의 기준이란 최소한 10년 이상이고 주행거리도 최소한 20 만 킬로 이상이니 그 기준에 비하면 우리 차는 아직도 팔팔한 신형에 속하는 것이다. 아니, 차의 위치에서 보자면 혈기 왕성한 청년인 셈이다. 그런데 이 차가 넘치는 청춘을 이기지 못한 채 가끔 한번씩 급체를 하긴 하지만 지금의 소형차인 우리차도 월급쟁이인 우리 집 형편에는 너무나 크고 과분한 차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91년 내가 결혼을 할 당시만 해도 이곳은 차가 흔하지는 않았다. 시댁이나 친정에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한 아이는 업고 가방을 두르고 18개월 차이로 형이 되어버린 큰 아이는 뒤뚱거리는 걸음마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을 찾아다녔다. 그래도 그때는 그런 줄 알고 당연하게 살았다. 하지만 아이가 2-3살 무렵부터 이곳에서도 유행처럼 자가용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나누는 대화가 차에 관한 이야기였고 날만 새면 아파트 앞엔 번쩍이는 새차가 늘어나고 조용하던 이곳에도 푸른 공원 같은 잔디는 잘려나가 콘크리트로 메운 주차장이 되었고 회사 내에서도 차량 10부제 운행이 지금은 5부제 운행으로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온 우리에겐 하나의 불편해소법에 불과했고 더 이상 문제되지는 않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내 주위를 보면서 차량의 기하급수적인 파급효과를 보면 나부터라도 조금은 자제하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평균 10년 기준으로 연봉이 4000만원을 밑도는 이곳에서 언제부턴가 하나둘씩 중형차에다 요즘은 레저용 차가 부쩍 많이 늘었다. 물론 자신의 형편대로 사는 거라 그들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나라는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얼마 전에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주부가 세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을 감행 할 정도로 아직은 소득 이 만 불에 흥청망청 할 때는 아니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 소득수준에 비례해서 의식수준까지도 남을 의식하기 보다 자신의 소득 수준과 분수에 맞게 모든 걸 선택하고 행동을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절실할 뿐이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분수에 맞지 않게 살면 힘이 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뱁새가 그렇게 흉내내고 싶고 우아해 보이는 황새는 남들이 보기에는 고상하고 품위 있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물 속에 잠긴 긴 다리를 이용해서 쉴새없이 물 속을 헤치며 지나가는 물고기를 잡는다고 정신이 없단다.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아니, 최악의 발악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겉보기에는 우아해 보이기까지 해야하니 황새의 고통은 얼마나 뼈저리게 클까? 이제 남에게 과시할 때는 진정 지나가야 한다. 진짜 부자는 절대 티를 내지 않아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단다. 그만큼 겉보기는 초라해 보여도 내면에선 가진 자의 당당함이 뿜어 나오기 때문이다.
삼 년 전만 해도 내가 다니는 주말농장을 다니는 오솔길은 서로 양보해주는 미덕이 있는 길이었다. 좁은 오솔길도 충분히 차 두 대가 비껴갈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중형차나 레저용 차가 늘어난 후로는 도로곳곳에 양보공간을 따로 두고서도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은 바빠졌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할지도 모르겠다 큰 차를 가져서 더욱 기쁨에 만족한 여유가 나온다고 말이다. 그러나 내 주위에선 한 달에 45만원에 달하는 차 할부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큰 차 유지비 때문에 결국은 차를 팔고 말았다는 소식도 심심지 않게 들려온다. 당신은 능력이 크다면 좋은 거지만 그 큰 능력을 외관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을 키우는 능력으로 키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사람은 더욱 아름답고 남에게도 존경스러움을 받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나라도 외국처럼 작으면 작을수록 더욱 세금과 많은 혜택을 우선 순위로 해서 더욱 많은 경 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차가 그 사람의 인격이 되는 세상은 이제 긴 장마처럼 하루라도 빨리 물 건너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