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할매>. 한 마디로 재미있고, 톡 쏘는 맛이 있는 방송이다. 마산MBC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월~토요일 오후 6시10분부터 5분간 방송된다. 중부경남 사람들 대부분이 <아구할매>를 듣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 차 안에서 듣는 <아구할매> 목소리는 힘든 일상을 말끔히 씻어준다. 심지어 '아구할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아사모)이 생겨날 정도다. 질퍽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그 날 발생한 시사문제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용이다. '아구'는 경상도 말이며, 표준말은 '아귀'다.
<아구할매>는 7년째 해오고 있다. 임나혜숙 PD는 <아구할매>가 생겨난 동기를 설명했다. 셋째 아이를 낳아 집에서 출산휴가를 보낼 때 일이다. 옆에 있던 큰애가 <김유신 전기>를 읽던 중 "저 말의 목을 쳐라"는 장면이 나오자 의문을 가진 것이다.
"엄마, 김유신 장군은 경남 사람 아이가? 와 서울말을 쓰노? '저 말의 모가지를 썽글어 삐라.' 이래 말해야 되는 거 아이가?"
이 말을 듣는 순간, 임나혜숙 PD는 "나는 그동안 누구를 위해 방송을 했던가. 우리 지역 말과 우리 지역 말을 쓰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어디를 향해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던가"를 생각했다는 것. 그 날 이후 '가야시대 표준말'의 자존심을 살리는 일에 방송의 가장 큰 과제로 삼았다고 한다.
최근 <아구할매>는 중부경남권을 벗어나 부산과 울산, 진주권에도 방송되는 기회를 갖고 있다. 영남4사 공동제작 시간에 방송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처음으로 <아구할매>를 들은 청취자들이 그야말로 '뭐 이런 방송이 있노'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7월 8일은 "처이야(처녀야), 꼬치(고추) 좀 세워주라"(상자기사와 오마이라디오 참조), 7월 23일은 "미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상자기사와 오마이라디오 참조)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어 내보냈다.
'가야시대 표준말'을 사용... 사극에서 표준말 사용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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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할매>를 만드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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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할매>는 여성 3명이 만든다. 제작 임나혜숙, 작가 박미경, 성우 김혜란 씨다. 구수한 경상도말을 감질맛나게 하는 성우는 올해 41살의 마산토박이다. 어떻게 '뛰어난' 목소리를 찾았느냐는 말에 임나혜숙(45) PD는 "헝그리, 군바리, 조폭정신으로 키웠지"라고 말했다.
임나혜숙 PD는 마산MBC 노조 초대위원장을 지냈다. 올해 5월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때 경상도말을 써가면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지난 연말 이혼했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고 다닌다. '호주제 폐지'에 힘을 실어야 한다면서 부모 성 함께 쓰기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이름도 '임혜숙' 대신에 '임나혜숙'으로 쓰고 있다.
왜 하필 '아구'를 택했는가에 대해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아구'는 마산의 명물이라는 것. 둘째 '아구'는 재활용이라는 것.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뱃사람들은 '아구'가 잡히면 바다에 그대로 버렸다. 그런데 전쟁으로 먹을 게 없어지자 온갖 양념을 묻혀 먹기 시작했다. 셋째, '아구'는 입이 크다는 것. 그래서 걸고, 욕도 심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임나혜숙 PD는 언젠가 차를 타고 가다 <아구할매>를 들으면서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한다. "어느 가을날이었다. 버스 택시 승용차까지 문을 열어 놓았다. 신호 대기를 받아 한꺼번에 차가 섰다. 그런데 문을 열어 놓은 차 속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아구할매>였다. 그건 바로 오르가즘, 그 자체였다." /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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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할매>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방송이 생겨난 동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사람들이 들을 때는 사투리인 '경상도 말'을 쓴다. 복잡한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게 '사투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가령, '많다'는 말을 보자. 경상도 사람들은 '많다'는 말보다는 '항그슥'이라든가 '천지삐까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더 정감이 있고, 복잡한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표준말은 아니지만 경상도 사람들의 감정을 드러낸 '가야시대 표준말'은 수없이 많다. <아구할매>는 이를 잘 부려 쓰고 있다.
임나혜숙 PD는 요즘 텔레비전 사극도 사투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극에서 옷이며 물건에 대한 고증은 잘 한다. 그런데 말은 그렇지 않다. 얼마전 <왕건>을 보는데, 다들 서울말을 썼다. 제대로 하려면 '오메 징한 거'라든지 전라도나 경상도말을 써야 하는 것이다."
"사투리를 쓰면 '개그'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처음에는 웃을 지 몰라도, 자꾸 들으면 익숙하다"고 말했고, 이런 주장은 <아구할매>에서 주효했다.
성담론일 정도로 성 관련 말 많이 사용
또 <아구할매>는 반말을 쓰고, 성과 관련한 민감한 말이 자주 나온다는 게 특징이다. 아구찜을 파는 식당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방송에서 반말은 '금기'로 여긴다. 그런데 아구할매는 반말이다.
이에 대해 임나혜숙 PD는 "나쁜 짓을 하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욕해야 하는데 높임말을 하면 제 맛이 안난다. 남을 나무라고 욕하는데는 반말이 제격이다"라고 말했다.
성과 관련한 말이 자주 나오는 바람에 어떤 사람들은 "성담론이냐" "성인방송이냐"라고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인데 방송에서 다루는 게 당연하다고 임나혜숙 PD는 설명했다.
주인공 할머니를 어떻게 설정했느냐는 말에 임나혜숙 PD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숫제 처음 하는 숫처녀, 처음 하는 처녀, 아주 많이 한 아줌마, 할만큼 한 할매하고 놀아야 세상을 안다"는 것. 이처럼 주인공 할매는 혼자 사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남자를 무지 밝힌다.
이에 대해 임나혜숙 PD는 "주인공 할매는 남성편애주의자다. 남자를 너무나 좋아한다. 어떻게 하면 남자가 행복할까를 항상 걱정한다. 역설적으로 남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평등과 해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자가 행복하지 않는데 어떻게 남자가 행복할 수 있나. 남자는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 <아구할매>는 일제시대 때 교육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탓에 일본말을 자주 쓴다. '벤토'(도시락) '시마이'(끝마침) '사라'(쟁반) 등의 말을 쓴다. 이런 탓에 청취자들로부터 가끔 항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작가 박미경 씨는 "할매는 일제 때 교육을 받았기에, '왜놈말'(일본말)이 몸에 배어있다. 평상시에는 나오지 않고 흥분하면 왜놈말을 쓴다"고 말했다.
일본말을 썼다가도 이내 영어를 쓰면서 웃어 넘기기도 한다. 가령, '벤토'라 해놓고 "아이쿠 '쏘리'(미안)다"라고 하면서 웃어 넘긴다는 것.
"나쁜 정치인 기업인 많아... 소재 무궁무진"
<아구할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많이 다룬다. 소재를 어떻게 고르느냐는 말에, 임나혜숙 PD는 "아이디어가 필요 없다. 정치인이며 기업가들이 하도 나쁜 짓을 많이 해서, 그 사람들에게 똑바로 살아라는 말만 하면 된다"고 설명.
"아구할매는 중립이란 없다. 폐지되는 그 날까지 떠들 것이다. 그러나 성역은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만 성역이다."
이 프로그램도 한때는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는지 사장한테 '원고 검열'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도 지역 정치인들을 나무라대니, 사장이 방송전에 원고를 보자고 하대. 그래서 보여드렸더니 서울 출신인지라 모르는 사투리 투성이여서 쉽게 이해를 못하고 몇 시간을 끙끙 대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 검열'을 풀어주더라고."
미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고 관련(7월23일 방송)
내가 어지 마산토벡이 고사장이라 카능 양반을 만냈능데 그 양반도 국가지정기념물로 보호를 해 주야 되것더라. 나도 울매 묵도 안 했능데 내매로 절대로 아래 " 으 " 가 발음이 안되대. 등불은 덩불, 그대는 거대, 그림자은 거림자, 쓸쓸한은 썰썰한. 진짜 갱상도 포준말을 완백하이 구사를 하던데 이런 양반은 보호해야 된다. 내가 갱상도 포준말을 널리 씨자꼬 주장을 함씨롱 갱상도 포준말 전수자를 찾고 있능데 오시이 젊은 사램덜은 서울 말에 물이 마이 들어가꼬 갱상도 포준말을 엣날만치 몬 씨더라꼬.
야덜아이, 서울 말에 기죽지말고 당당하이 등불은 덩!불이라 캄씨롱 살자이. 내가 씨능 말 이거를 부꺼럽게 에기몬 내 자신을 부꺼럽게 에기능기나 매 한가지라. 사램으로서 갖차야 할 첫째 덕목이 뭐꼬? 자신을 사랑하라 이거 아이가? 자신을 부꺼럽게 에기능데 우째 자신을 사랑을 할끼고?
요새 우게서능 우리나라 중학상 둘이가 미군 장갑차에 깔리 죽은 사껀때매 난리대. 그 에린 것덜이 미군 장갑차에 깔리가꼬 행체도 없시 죽어삐맀능데 미군덜 우쨌노? 처음에능 말도 되도 안 하능 이바구만 늘어 놓디만은 우리나라 사램덜이 뭐라 카고 난리를 치이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하것다꼬 약속을 했다 아이가?
우리 목심을 일단 우리가 중하이 에기야 넘덜도 함부레 몬 한다꼬. 일전에 우리나라 에인네 윤금이 그 양반 미군한테 죽었실 때, 미군 유감이라 카능 차원에서 처리했다꼬. 한강에 독극물 뿌맀실때능 공보실장이 공식 사과를 했고. 이분에는 주한미군 사랭관이 직접 사과를 했고. 일본은 에린 아가 미군한테 강간당할 뻔한 사껀이 있실 때 그 동네 주지사꺼지 데모를 해가 미국 대통랭 사과꺼지 받아냈고.
뭐 내가 이런 말 하몬 일부에서능 할매가 데모 해라꼬 부치끼냐꼬, 선동하능기냐꼬, 이랄랑가 모리것능데 이기 사실인데 뭐 우짤끼고? 미군덜 장갑차에 치이 죽은 학상덜 사껀 일나기 전에 미군 전차에 깔리가꼬 식물인간이 된 양반이 있능데 시방 그 양반 우짜고 있능 줄 아나? 사고 났실 때 미군덜이 보상을 최대한 해 주것다 캐서 그 말만 믿고 지다리고 있능데 이지꺼지 미군한테 받은 돈은 60만원이 전부고, 보상 쪽지라꼬 뭐 하나 주고 갔능데 고에 대해서능 안죽꺼지 아무 설맹도 몬 듣고 있다 카더라.
미국이 신사다 카지만은 우리한테 핸거 보몬 신사, 젠투루맨이 아이제. 진짜 신사 겉으몬 우리가 가만히 있더라도 저거 할 도리능 할낀데, 우리가 똑 열을 내고 니 죽고 내 죽자 이래 나와야 정신을 쪼매이 채리고 숭내라도 내이 우짜것노?
우리 목숨 우리가 지킬라 카몬 우리도 학실히 따지야제. 안 글나? 상대방이 신사가 아인데 우리가 체통을 지킴씨롱 어허 어허 칸다꼬 해갤이 되나? 죽은 사램만 억울코 당하능 사램만 분한거 아이가?
그라고 미군이 우리를 이래 물로 보능데 우리 정부 탓도 많다. 미군한테 억울하이 당해가꼬 데모라도 쫌 하몬 반미감정 맹근다 캄씨롱 엔충 우리 정부가 들어서 탄압했다 아이가? 요새능 쪼매이 정신이 들었능강 탄압꺼지능 안 하능데 내 몰라라 카능 갱향이라 카대. 이분에 중학상덜 사고났실때도 우리 나라 수사기관이나 행정관서에서능 닭알도 바우치기다, 사고능 난기고 보상이나 잘 받아라, 이런 식으로 나와가꼬 유족덜이 속이 마이 썩었다 카던데. 통 틀린 말은 아이지만은 유족덜이 억울해서 분을 풀라 카몬 젙에서 도바주것다꼬 캐야제.
이래 꼬치까리를 뿌리가 되것나? 우리나라 사램덜끼리 고통사고가 나서 피해자가 해갤을 할라카몬 에리분 점이 한 두나가 아인데. 미군 상대로 문제 해갤을 할라 캐 봐라, 울매나 에립것노? 말이 통하나? 벱적으로도 복잡하고. 이런거를 우리나라 수사기관이나 행정관서에서 도바주야제.
아이고 그래 야덜아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꼬. 일단은 "내가" "우리가" 제일로 중하다 아이가? 내 목숨 우리 목숨 중하이 넘덜이 해꼬지하몬 학실히 따자고. 나라에서능 약한 백상덜 보호 해 주능기 이무고. 말도 시방 내가 씨능 말, 우리가 씨능 갱상도 포준말이 중하고. 나라에서능 갱상도 사램덜이 씨능 말, 전라도 사램덜이 씨능 말, 충청도 사램덜이 씨능말, 제주도 사램덜이 씨능 말 중한줄 알고 보호 해야 돼고. 내 말 맞제? 할매 말이 꼬재이제?
야덜아이 할매는 인자 가서 아구찜 제조 할란다. 국물 김치라 몬 하고 국물 짐치 주소 카능 갱상도 포준말 전수자덜을 우해서 열심히 장사해야제. 내일 또 보자. 마산 엠비씨 아구할매였십니더. | |
윤성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