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김삼순] 13
S#1.제 13회 - 그녀와 이별하는 법...
S#2. 백록담 정상
삼순, 실망스런 얼굴로 주위를 둘러본다 (12회 엔딩)
백록담 정상의 풍경들..
삼순, 차차 동화되어 표정이 풀어진다. 정상에 왔다는 실감도 나고 흐뭇해진다.
바람이 불어온다. 삼순, 두 팔을 벌리고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맞는다. 흐음 냄새도 맡아본다
삼순 : 좋다.. (눈 뜨고 다시 주위를 보며) 뭐 백록담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올라오니까 좋네.
이래서 등산을 하는구만 사람들이
옆에서 사람들이 야호~를 외친다
삼순 : 아차, 중요한 걸 빼먹을 뻔 했네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외친다) 야~ 호~~~ 야~ 호~~~
김희진이가 왔다아~~~ 난 김희진이다아~~~
삼순, 그렇게 외치고 숨을 가다듬는다. 문득 진헌이 그리워진다. 다시 두 손을 모아 외쳐본다
삼순 : 삼식아~~~~ 삼식아~~~ 이젠 완전 쫑이다~~~~
진헌 : 누구 맘대로!
삼순 : (어? 돌아보면)
이미 올라와 있던 진헌이 여유만만하게 저쪽에서 다가온다
삼순 : !.... 이젠 아주 헛것이 보이네 (고개를 마구 저으며) 안돼 안돼. 탈진하면 안돼
내려갈때까진 견뎌야돼 (배낭을 챙기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휙 돌아본다)
헛것이 아닌 진짜 진헌이 앞에 다가와 선다
삼순 : 뭐, 뭐야 너!
진헌 : 불러놓고 모른 척 하기야?
삼순 : 너 또 무슨 수작이야! 너 혹시 날 밀어버릴려고 온 거 아냐?
진헌 : 누구 맘대로 김희진이야? 난 삼순이가 좋다 그랬지?
삼순 : ???
S#3.대피소
진헌 : 빨리 내려가자. 배고프다
삼순 : (이를간다) 개자식
진헌 : 이젠 인이 박혀서 별로 놀랍지도 않네
삼순 : (무섭게 쏘아보더니 뺨을 확 갈긴다)
진헌 : (그 손을 확 잡는다)
진헌 : (어?)
진헌 : 이것도 인이 박혀서 요령이 생기네
삼순 : (다른 손을 확 쳐든다)
진헌 : (그것도 잡는다)
삼순 : (약이 올라 죽겠다) 넌 내 꿈을 짓밟았어
진헌 : 계약서를 다시 써야겠어
삼순 : ???
진헌 : 현진헌과 김삼순은 백년동안 연애하는 척을 한다
삼순 : 놀고있네
진헌 : 단, 스킨쉽은 허용한다
삼순 : 아주 굿을 해라 굿을
진헌 : 대신 현진헌은 김삼순에게 백억을 빌려준다
삼순 : (뭐?)
진헌 : 백년동안 천천히 빌려준다
삼순 : 흥, 이젠 오천만원이 아니라 백억으로 나를 사려고?
진헌 : 상황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삼순 : 백억하면 내가 억! 하고 달려들 줄 알았니? 이거 안놔?!
진헌 : (놓아준다)
삼순 : (여전히 노려보는)
진헌 : 내려가자, 해 지겠다 (삼순의 배낭까지 들고 간다)
삼순 : (노려보는)
진헌 : (돌아보며) 안가?
삼순 : ...먹을 거 있으면 내놔봐
적당한데 퍼질러 앉아 초코파이를 먹어대는 삼순, 앞에는 초코파이가 박스채로 있고
진헌은 산악용 칼로 오이를 깎고 있다
삼순 : (입 안 가득 우물우물) 애도 아니고 어떻게 초코파이를 박스채로 사들고 오냐?
진헌 : 산에서는 초코파이가 제일 맛있거든, 오이하고 (깎은 오이를 건넨다)
삼순 : (불평하면서도 잘도 받아먹는다- 진헌은 앞에서 무언가 꼼지락대면서)
내가 니 초코파이를 얻어먹었다고 그 말도 안되는 계약서에 또 싸인할거라고 꿈도 꾸지마,
내려가기만 하면 바로 빠이빠이니까 (돌아보며) 알았어? (하다가 놀란다)
진헌, 커다란 보온병에 싸온 미역국을 뚜껑에 따르고 있다
삼순 : ???
진헌 : (미역국을 건네며) 오늘 생일이잖아
삼순 : (얼 빠지는) !... 어떻게 알았어?
진헌 : 누님이 가르쳐주시던데?
삼순 : (언니가? 언니가 왠일로?)
진헌 : (받으라고 디민다)
삼순 : (뻘쭘하게 받아서 두 손으로 감싼다) ...성게미역국이네?
진헌 : 제주도니까
삼순 : (마음이 울컥)...
진헌 : 감동했구나
삼순 : (확 흘기며) 그런다고 싸인할 줄 알고? 그치만 미역국은 짐을 더는 의미로 다 먹어주겠어
(미역국을 마신다)
진헌 : 많이 먹어둬, 나중에 쓸데가 있을지 모르니까
삼순 : 뭐?
진헌 :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S#4.호텔 룸(동 밤)
나란히 놓인 등산화, 울려퍼지는 삼순의 비명
삼순 : 아! 아! 아 아퍼어 살살 해 좀
진헌 : 가만 있어봐
나란히 놓은 배낭과 윈드자켓 위에도 삼순의 비명
삼순 : 아!!! 살살 하라니까!
진헌 : 엄살 부리지 말고 좀 참아봐
삼순 : 진짜 아프단 말야
진헌, 아픈 왼쪽다리는 쭉 뻗은 채 삼순을 침대에 엎어놓고 알 배긴 종아리를 주물러주고 있다
삼순 : (아프다) 흐으으으으... 흐으으으.. (하다가 문득 생각나) 넌 괜찮아?
진헌 : 아니
삼순 : 아퍼?
진헌 : 응
삼순 : (일어나며) 이젠 니가 누워, 내가 주물러줄게
진헌 : (벌러덩 눕히고 주무른다) 참을만 해
삼순 : (안스러워서) ...그러게 뭐하러 올라와. 밑에서 기다리든가 하지
진헌 : 김삼순이니까
삼순 : ?...
진헌 : 김희진이면 안올라갔지. 세상에 하나뿐인 김삼순이 내 말만 믿고 올라갔을텐데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삼순 : (마음이 좋다) ...너 대단해
진헌 : (보는)
삼순 : 참 대단한 놈이야
진헌 : ?...
삼순 : 지금도 그런데 그땐 어떻게 올라갔을까?
진헌 : (피식) 적어도 죽진 않잖아
삼순 : ...
진헌 : 힘든 일이 생기면 그렇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어. 적어도 죽진 않는다고
삼순 : (아프다)...
진헌 : (삼순의 옆에 드러눕는다)
삼순 : ...?
진헌 : (에로틱하게 쳐다본다)
삼순 : ? 너 지금 응큼한 생각하지
진헌 : 계약서 조항 까먹었어? 스킨쉽은 허용한다 (하며 안으려는데)
삼순 : (무술인처럼 한바퀴 뺑 굴러 침대끝으로 도망간다 근육통때문에 아파하면서) 건들지마?
진헌 : 내숭 떨지 마!
삼순 : 내숭 떠는게 아니라 (머뭇)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단 말야
진헌 : ? 뭔데
삼순 : (머뭇머뭇)..살 뺄때까지 기다려
진헌 : ? 뭐?
삼순 : 여기서 한 10킬로 아니 5킬로만 빼면 돼. 그럼 봐줄만 해
진헌 : (어이가 없다) 그걸 말이라고 해 지금?
삼순 : 나한텐 중요한 문제야, 살빼고 마사지도 좀 받고 이만하면 됐다 싶을때 싸인 보낼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진헌 : 안돼. 못기다려 (다가드는데)
삼순 : (얼른 베개로 막으며) 잠깐!!!!
진헌 : (얼결에 주춤)
삼순 : 중요한 걸 까먹었어. 기다려 (침대 밑으로 내려오다가 근육통 때문에) 아~~~
진헌 : (심통난다)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삼순 : 글쎄 기다려봐
삼순, 근육통 때문에 아프고 뻑적지근한 몸을 로봇처럼 놀려서 배낭 있는 곳으로 온다
(아프다고 궁시렁거리면서, 다리 굽히는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비명과 투정이 마구 쏟아져나오고, 겨우겨우) 배낭 안을 뒤진다
삼순 : 젖었으면 안되는데. (꺼내는데 살짝 젖어있자) 어? 젖었어 안돼 안돼 (펼쳐서 후후분다)
진헌 : 뭔데에
삼순 : 개명허가서 (팔랑팔랑 흔들고 불고 난리법석)
진헌 : (뭐어?)
그러거나 말거나 삼순은 허가서를 아주 소중하게 말리고,
진헌이 불쑥 다가오더니 허가서를 확 빼앗는다
삼순 : 어?
진헌 : (스윽 훑는다)
삼순 : 내놔, 말려야 된단 말야, 구청에 신고해야돼
진헌, 개명허가서를 좍좍 찢는다
삼순, 눈이 튀어나오겠다. 허???!!!
진헌 : (찢은걸 똘똘 뭉쳐 아무데나 휙 던지고는) 누구 맘대로 개명이야?
삼순, 눈에 불똥이 튄다. 근육통도 잊어버리고 미친듯이 달려가서 패기 시작한다
삼순 : 야 이 미친놈아! 그게 어떤건데! 내가 30년을 어떻게 살았는데! 너 내 손에 죽어볼래? 죽어 죽어!
죽어 이 나쁜놈! 그게 어떤 건데!
진헌, 두 손으로 삼순의 몸을 툭 친다
삼순, 중심 잃고 어어어? 하다가 침대에 발라당 자빠진다
진헌, 재빨리 옆에 누우며
진헌 : (은근히) 지금은 이름보다 중요한 게 있잖아 (살인윙크)
삼순 :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흥, 그럼 누가 넘어갈 줄 알고? 눈탱이가 밤탱이 되기 전에 비켜라?
진헌, 아랑곳없이 삼순을 안는데 삼순, 재빨리 베게를 집어 진헌을 내려치고,
진헌, 어쭈 베게를 뺏으로 하지만 삼순의 힘이 여의치 않다. 배게를 갖고 실랑이 하는 두 사람.
장식용으로 놓인 신랑각시 인형이 웃고 있다. 그 위로 두 사람이 힘겨루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쉬기까! 미역국 한사발 맥여놓고 뽕을 뽑을려 그러네! 어쭈! 놔 안놔!
어어!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쎄.
난 이제 김희진이야. 김희진으로 불러,
난 삼순이가 좋다니까? 등등 마음대로,
그러더니 어느 순간 퍽! 제대로 맞는 소리와 진헌의 비명소리!
삼순, 침대 위에서 바닥을 내려다본다 허!
바닥에 대자로 뻗은 진헌, 코피가 흐르고 정신은 몽롱하다
S#5.호텔 룸
불 꺼진 방, 창으로 달빛이 흘러든다
바닥에 이불 펴고 누워있는 진헌, 단단히 부어있다.
약이오르는지 벌떡 일어나 앉아 침대 위를 살펴본다
푸르르~ 잘도 자는 삼순
진헌, 베개 들고 살포시 침대 위로 올라가 옆에 눕는다
모르고 자는 삼순
진헌, 슬쩍슬쩍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삼순을 안는다. 성공한다. 씨익 웃는데
삼순 : (눈 감은채, 반수면상태) 손 치워라?
진헌 : (깜짝 놀라 얼른 손 거두는)
삼순 : (졸린 눈을 뜨며) 내려가라?
진헌 : 그냥 안고만 잘게
삼순 : 허가서만 안찢었어도 어떻게 봐주겠는데 도무지 용서가 안돼
진헌 : (벌러덩 누우며) 아후...
삼순 : 빨랑 안내려가?
진헌 : 아 손 안대 아니꼽고 치사해서 정말!
삼순 : 내가 덮칠까봐 그래
진헌 : ???
삼순 : 내가 덮칠까봐 그런다고, 내가 이 끓는 피를 주체 못해서
진헌 : (금새 좋아져서) 얼마든지 받아주지
삼순 : 살 빼면
진헌 : (또 신경질 난다) 도대체 얼마를 기다려야 되는데, 한달?
삼순 : 한달은 너무 무리고 두달 안에 어떻게 해볼게
진헌 : (아후..)
삼순 : 너무 그러지 마라. 오래 굶은 이 누나는 피눈물이 난다 (옆으로 돌아눕는다)
진헌 : (아..)
시간경과
너무나 편한 자세로 자고 있는 삼순과 진헌, 진헌의 발이 삼순의 배에 올라가 있다.
두 사람 위로 달빛이 비춰든다
F.O
S#6.창경궁 명정전(낮)
명정문을 통과해 명정전으로 들어서는 희진과 헨리
안내문을 훑어보는 희진과 헨리
헨리 : (우리말) 구...국.보.
희진 : (우리말) 국보 제 226호
헨리 : (따라한다. 우리말) 국.보. 제이백이십유코
희진 : 우리나라의 이백이십육번째 보물이라는 뜻이야 (안내문 보고 방금 알은)
여기서 신하들이 임금님한테 새해인사를 드렸다네?
헨리 : (끄덕뜨덕) 아.. 킹은 여기선 뭐라 그래?
희진 : (우리말) 왕
헨리 : (우리말) 왕? 왕...
희진 : 아니면 이건 좀 어려운데 (우리말) 임금님
헨리 : (우리말) 임.금.님. 임.금.님 (우리말) 오우 어려워
희진 : (하하 웃는다)
S#7.창경궁 내 연못가
연못가의 매점, 차가운 캔커피 두개를 받아드는 헨리
헨리 : (우리말) 얼마예요?
매점 아줌마가 달라는대로 돈을 꺼내어주고 '감사합니다'하며 가는 헨리
벤취에 앉은 희진. 진헌에게 전화를 한다. 그러나 꺼져있다는 안내음. 힘 빠져서 핸드폰 덮는 희진.
다시 핸드폰을 열고 문자를 누른다
(인써트)전화가 계속 꺼져있네? 바뻐?
헨리가 옆에 와 앉는다
희진, 전송이 완료됐다는 표시가 뜨지 핸드폰을 덮고 헨리가 건네는 캔커피를 받는다
헨리 : 아직도 안받아?
희진 : 응
헨리 : 너무 걱정마, 바쁜 일이 있는 거겠지
희진 : (어두운 얼굴로 연못만 바라본다) ...불안해
헨리 : ?...
희진 : 링거에서 포도당이 한방울.. 두방울.. 딴데로 새는 것 같애..
헨리 :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없는 문젠데
희진 : (보며) 도와줄 거 있어
헨리 : ???
희진 : (심각한 표정으로) 잉어 좀 잡아와
헨리 : 뭐???
희진 : (연못을 가리키며) 저기 잉어 있잖아. 잉어가 여자 몸에 좋거든. 가서 잡아와 고아먹게.
헨리 : (너무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
희진 : (심각하게 헨리를 밀며) 빨리이. 한국에선 원래 그러는거야
헨리 : (어처구니 없어하며 엉거주춤, 나 못해 하는 표정)
희진 : (그 표정에 까르르 웃는다) 농담이야 농담. 아우 저 표정 좀 봐 하하하..
헨리 : (아직도 어처구니없어 하는)
S#8.나사장 집무실
윤비서, 나사장에게 보고하고 있다
나사장 : 뭐? 진헌이 이 놈이 여자랑 제주도에 나타났다고?
윤비서 : 네, 어젯밤에 체크인하고 방금 전에 체크아웃했대요
나사장 : 여자누구. 희진이?
윤비서 : 인상착의로 봐선 희진이는 아닌 것 같애요. 키가 크고 통통하다니까 아마 삼순양이겠죠
나사장 : 뭐어? 삼순양? 아니 이 놈이 사람 헷갈리게 왜 이래? 언제는 희진이랬다 이젠 또 삼순양이야?
윤비서 : 그러게요
나사장 : 내 이 자식을 그냥. 걘 뭐래. 레스토랑에서 뭐 들은거 없어?
윤비서 : 들켰잖아요. 다신 그런 짓 안하겠대요
나사장 : 그러게 들키긴 왜 들켜
윤비서 : 그런데요 사장님
나사장 : (보는)
윤비서 : 이러다 정말 아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나사장 : 끔찍한 소리 좀 그만해!
S#9.비행기 안
곳곳에 커플티를 입은 신혼부부들
나란히 앉은 진헌과 삼순, 스튜어디스가 음료를 서빙하고 빠진다. 삼순 고맙습니다. 하고
진헌 : 내일부터 다시 출근할 거지?
심슨 :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왜?
진헌 : (어이없다) ? 왜라니, 당연한 거 아냐?
삼순 : 그게 왜 당연해? 니 일은 니 일이고, 내 일은 내 일이고, 언니랑 샵 낼거야
진헌 : 샵??
삼순 : 온라인 샵, 잘 되면 오프라인 샵도 내고
진헌 : 그럼 난! 난 어떡하구!
삼순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니 일이니까 니가 알아서 해야지
진헌 : 치사하게 이러기야 정말?
삼순 : 너 여자 김삼순이 아니라 파티쉐 김삼순을 찾으로 온거지 그치
진헌 : 둘 다
삼순 : (삐죽거리며) 어쩐지... 미역국 싸와서 느끼하게 굴 때부터 알아봤어.
그건 그렇고, 도대체 엑스맨이 누구야?
진헌 : (삐졌다) 몰라, 말 안해
삼순 : 에게게! 또 삐지기는. 하여튼 삐돌이라니까? 빨리 말해 궁금해 죽겠단 말야
진헌 : (삐져서 외면한 채)...
삼순 : 어쭈구리, 한번 해보겠다? (달려들어 간지럼을 태운다) 빨리 말 안해?
하지 말라며 몹시 간지럼을 타는 진헌, 죽어라 간지럼 태우며 빨리 불라고 하는 삼순
진헌 : (못 참겠다) 알았어 알았어, 말할게 그만, 그만!
S#10.보나뻬띠 화장실(회상)
진헌, 속절없이 기다린다
(시간경과)
핸드폰 문자 찍는 진헌
(인써트)휴지 빨리 갖다줘요
전송해놓고 침을 찍어 코에 바른다. 오래 앉아있자니 다리가 저린다.
그때 문자왔다는 표시. 얼른 열어보면
(인써트)메롱~하는 삼순의 직찍 사진. 또는 문자로 <너 B형이지? 메롱~>
속았군! 아 미치겠다! 열불 나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나자 눈이 반짝인다
'저기요'하고 마악 부를려고 하는 찰나.
소리 : (서성이면서) 저예요 윤비서님
진헌 : ???
소리 : 삼순이 누나가 조만간 관둘 것 같은 눈치던데요?
진헌 : (엑스맨이구나) !!!
소리 : 보조한테 막 하드트레이닝 시키고 그러던데요
진헌 : (이 놈 두고 보자)
S#11.비행기 안
삼순 : (정말 궁금하다) 그게 누군데. 어? 누군데에
진헌 : 출근하면 가르쳐주구
삼순 : 이게! 빨리 말 안해? 여기서 확 던져버린다?
진헌 : (빙긋 웃더니) 누구냐하면,
S#12.화장실(회상)
문이 열리고 엑스맨의 다리가 들어온다. 서성이면서
소리 : 저예요 윤비서님.. 삼순이 누나가 조만간 관둘것 같은 눈치던데요?...
보조한테 막 하드트레이닝 시키고 그러던데요..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죠.
사장님이랑 한판 붙은 것 같긴한데..
진헌 : 전화 끊으시죠
서성이던 다리가 딱 멈춘다
진헌 : 전화 끊으라구요
얼마나 놀랬는지 타일바닥에 핸드폰이 탕 떨어진다. 카메라가 서서히 올라가면... 털보다.
하얗게 질려 푸르르 떨고 있다
진헌 : 마음같아선 해고하고 싶은데
털보 : (헉 해고?)
진헌 : 이번 한번은 봐주겠어요
털보 : (아! 안도하는데)
진헌 : 대신 휴지 갖다주세요
털보 : (엥? 휴지)
진헌 : (팍 인상쓰며) 빨리요
S#13.비행기 안
삼순 : (흥분한다) 뭐어? 기방이가? 이쉬끼 이거 웃긴 놈이네? 겸손하게 생겼다고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지난번엔 어머니 생일이라고 내가 케익까지 만들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어?
이 쉬끼 걸리기만 해봐, 아주 아작을 낼테니까 (씩씩거리는데)
진헌 : 가르쳐줬으니까 출근할 거지?
삼순 : 아 집어쳐. 안한다니까? 그리고 그 말같지도 않은 계약서에 싸인한 거 아니니까 착각하지마
진헌 : ? 한 침대에서 자고 오리발 내밀거야?
삼순 : 너 아직 청산 안했잖아
진헌 : !...
삼순 : (그 표정을 보고) ?..
진헌 : (희진 생각에 외면하며 어두워진다)...
삼순 : (그렇겠지. 짐작이 간다. 못을 박는다) 청산하기 전엔 나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마.
너랑 나, 아무 사이도 아니야
진헌 : ...
말이 없는 두 사람. 분위기 서늘하다
S#14.삼순 방(동 낮)
바닥에 앉아 배낭을 푸는 삼순
이영 : (다구치는) 그래서. 내려와서 뭐 했는데
삼순 : (귀찮다) 궁금한 게 뭔데
이영 : (대 뜸) 잤니?
삼순 : 응
이영 : !... 야! 내가 둘이 사귀라고 가르쳐준 줄 알어? 아직 속도 모르는데 대뜸 그러면 어떡해
삼순 : 으유 응큼하긴. 그냥 잠만 잤다. 잠만
이영 : 뭐?
삼순 : 밤새도록 허벅지 꼬집느라고 내가 얼마나 피눈물이 났는 줄 알어?
꼬집는것도 모자라서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박았다. 멍든거 보여줘? (다리 까며) 봐. 봐.
이영 : (다리 탁 치며) 아우 됐어 됐어
삼순 : 아무것도 모르면서 쯧...
이영 : 하여튼 난 걔 반대야. 싫어.
삼순 : 그럼 뭐하러 가르쳐줬냐? 생일도 가르쳐줬다며?
이영 : 뭐, 서른번째 생일인데 혼자 지내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그랬지.
그건 그렇고 유희진이랑은 어떻게 됐대?
삼순 : !...
이영 : (눈치채고) 거봐 거봐. 속이 시커멓다니까?
삼순 : (다부진) 흰둥이든 검둥이든 이젠 내 일에 참견 마,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빨래감을 들고 나간다)
이영 : 재수없는 포수는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다는데, 저걸 어떡하냐 (따라나간다)
S#15.보나뻬띠 홀(동 오후)
현관을 들어서는 진헌(집에서 옷갈아입고 온). 영자와 여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인사를 받으며 들어오는 진헌. 문득 멈춘다
나사장과 오지배인과 윤비서가 한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오지배인이 진헌을 발견하고 얼른 일어난다
진헌, 의아해하며 다가와 앉는다
진헌 : 왠일이세요
나사장 :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길이냐?
진헌 : ?.. 거기도 엑스맨 박아놓으셨어요?
나사장 : 같이 간 여자가 누구냐
진헌 : ...
나사장 : 누구냐구!
진헌 : 김삼순씨요
나사장 : !...
윤비서 : (그렇군)...
나사장 : 이 자식이 정말? 너 사람 헷갈리게 왜 왔다갔다 해! 니가 탁구공이야?
진헌 : (귀찮다. 외면한다)
나사장 : 삼순양도 안된다
진헌 : ?... 그럼 절에는 왜 데려오셨어요?
나사장 : 희진이 뗄려구
진헌 : !... 왜 그렇게 사세요? 힘 안들어요?
나사장 : (아랑곳없이) 이번주에 맞선 자리 만들어놨다
진헌 : ?...
나사장 : 이번엔 실수하지 말고 제대로 해. 안그럼 불도저 불러서 이 건물 확 밀어버릴테니까
진헌 : 내가 언제 나사장 말 듣는 거 봤어요?
나사장 : !. 이 자식이 정말? 너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진헌 : (피식) 나사장이? 나사장 수명 길잖아. 구십세에 십년대운이 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나사장 : (분노의 폭발) 야!!!!
그 순간 꽝! 쨍그랑! 소리
모두 놀라 쳐다본다
한쪽에 서 있던 오지배인도 제 할일을 하던 직원들도 놀라 쳐다본다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나사장 : (민망해 얼른 딴청한다)
진헌 : 어휴. 드디어 신공이 경지에 이르셨네
나사장 : (이 자식이 정말! 휙 쏘아보는)
진헌 : 액자값 물어놓고 가세요 (일어나 사장실로)
나사장 : 이번주 일요일 세시야! 안나가기만해!
윤비서 : 이기지도 못할 걸 왜 자꾸 건드세요
나사장 : (휙 쏘아본다) 너까지 왜 이래!
윤비서 : (딴 청)
나사장 : 너, 삼순양 집 좀 알아봐라
S#16.사장실
들어와 앉는 진헌,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켜서 한쪽에 놔두고 밀려있는 서류들을 체크한다
핸드폰에 문자 왔다는 신호음과 표시가 들어온다
진헌, 쳐다보면 연이어 계속 들어온다
진헌, 열어서 체크한다
(인써트)문자와 음성녹음들이 있다는 표시. 대부분 희진으로부터다.
진헌, 착잡한 마음으로 음성녹음 확이버튼을 누르고 듣는다
희진 :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도 다녀야지. 김치 그대로 있더라.
니 입에 안맞는거 같아서 그냥 내가 가져가. 다음엔 맛있게 담아줄게
진헌, 핸드폰을 덮는다. 착잡하다. 일어나 나간다
S#17.화장실
착잡한 마음을 씻듯이 세수하는 진헌, 타월로 얼굴을 닦다가 문득 멈추고 거울을 본다.
그러다 뺨의 점을 보게 된다. 문득! 그도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S#18.잔디밭(낮. 회상)
대학생 진헌과 희진이 잔디밭에 앉아 김밥을 먹던 중이다
희진 : 어? (뺨의 점을 만지며) 여기 점 있네?
진헌 : 그걸 이제 알았어?
희진 : 그러게. 꽤 큰데
진헌 : 이거 빼버릴까?
희진 : 뭐하러 이뻐. 그냥 놔둬
희진, 그러다가 뭔가 재미난 생각이 난 듯. 진헌이 김밥을 먹는 사이에 몰래 김을 뜯어낸다.
그러고는.
희진 : 이그 애처럼 밥풀이나 묻히고
(마치 입가의 밥풀을 떼어주는 척 깨알만한 김조각을 입술위에 붙인다)
멋모르는 진헌의 입술 위에 마를린 먼로처럼 점이 붙어있다
혼자 키득대는 희진
진헌, 왜에? 하는 표정이고
희진,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난다
S#19.화장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의아해하는 진헌
진헌 : ...
그때 털보가 들어온다
진헌, 생각에서 깨어나 돌아본다
털보, 진헌을 보자 지레 놀라 너무나 유연하게 춤추 듯이 몸을 돌려 나간다
진헌, 다시 거울 보며 생각에 빠진다
S#20.조깅코스(다른 날 오전)
땀 흘리며 열심히 뛰는 삼순, 전에 이영과 뛸 때보다 훨 낫다. 마무리 스트레칭도 한다.
옆에서 아줌마가 이상한 기합을 넣으며 나무에다 대고 배치기를 하자 곧 따라하기도 한다
S#21.건물 내(1층)
삼순, 비어있는 공간의 가로세로 길이를 줄자로 재고 있다.
이영 : 이게 몇 평이에요?
중개인 : 스무평인데 실평수는 한 열두평쯤 나와요.
근데 케잌가게를 낼려면 이거보다 몇 배는 커야 될텐데...
이영 : 아뇨, 인터넷상점이니까 그렇게는 필요 없어요.
삼순 : (잰 것을 수첩에 적고는, 돌아다니며 어림짐작) 여기다 주방을 놓고...
오며가며 들르는 사람들도 있을테니까? 저기 창가에다 빠를 설치하고...
잘 하면 테이블도 한두개쯤은 놀수 있겠다 언니야.
이영 : 그러게. 지금까지 본 것중에 제일낫네. 옆에 아파트단지도 있고. 여기, 얼마예요?
S#22.신당동(황학동) 중앙시장
주방용품점이 늘어선 진기한 골목풍경.
기웃기웃하며 오는 삼순과 이영. 어느가게로 들어간다.
S#23.주방용품점
이것 저것 살펴보고 가격도 물어본다. 가격을 듣고는 놀라 도리도리 고개를 젓기도 하다가.
주인 : 그 가격에 다 맞출려면 신품으론 안되지. 차라리 중고를 하든가.
삼순 : 중고도 있어요?
주인 : 없는 게 어딨어. (중고로 안내하고)
삼순 : (구경하며) 중고는 얼만데요.
주인 : 보통 신품의 60프로쯤 해요. 1년동안 에이에스도 해주고.
등등 활기찬 모습들.
S#24.시장통
생과일주스를 마시며 걸어오는 삼숨과 이영. 삼순은 통화중.
삼순 : 네, 호적과죠? 제가 이번에 개명신청을 해서 허가서를 받았는데요, 그걸 분실했거든요?
혹시 재발급이 되나해서요... (화색이 돈다) 어머 정말요? ...신분증 갖고 네, 네.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끊으며 예스!) 그럼 그렇지. 니가 날 막을 수 있을것 같애?
이영 : 에휴 그 좋은 이름을.
삼순 : 아 글쎄 삼순이는 싫다니까? 삼수니 닷컴? 누가 들어오겠냐.
이영 : 나 같으면 궁금해서라도 들어간다.
삼순 : 글쎄 싫다구.
이영 : 그럼 개성도 없이 희진이로 해?
삼순 : 모모로 해.
이영 : 모모?
삼순 : MOMO.CO.KR
이영 : 그게 남아있겠니?
삼순 : 없으면 모모모모로 하든가 아니면 아이모모(i-momo), 이모모(e-momo) 많잖아.
이영 : 뭐 계정이 남아있으면 모르지만 내 생각엔 힘들걸?
삼순 : 어쨌든 안돼. 싫어.
그때 핸드폰 울리자 발신자 확인하고 찌푸리는 이영.
삼순, 놓치지 낳고 그 표정을 본다.
이영, 옆으로 피하며 받는다.
이영 : 네, 여보세요.
삼순 : (솔깃해서 도둑고양이 처럼 훔쳐듣는다)
이영 : (얘가 왜 이래, 피하며)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나왔어요... 지금요?
삼순 : (누구지? 누굴까?)
S#25.오래된 라면집(동 낮)
현무,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다.
맞은 편의 이영, 먹는 둥 마는 둥 불만스럽게 쳐다본다.
이영 : 겨우 라면 먹을려고 바쁜 사람 불러냈어요?
현무 : 나보다 더 바빠요? 쉬는 시간에 잠깐 나왔는데?
이영 : (흘려본다)
현무 : 아 도와주는 셈치고 그냥 먹어요.
맨잘 기름진 냄새 맡으면 이렇게 라면으로 속 풀어줘야 된다구요.
이영 : 용건이 뭐예요.
현무 : 맨날 밤에만 보니까 조명발인가 싶어서 확인할려고 불렀어요 왜요.
이영 : 그래서, 대낮에 보니까 실망스러워요?
현무 : 기미가 좀 보이네.
이영 : 나이가 몇인데 당연한 거 아녜요?
현무 : 내 말이. 기미와 주름살, 시간이 파놓은 흔적, 캬~ 죽인다.
이영 : 허, 도대체 나하고 뭘하자는 거예요?
현무 : 정식으로 사겨봅시다.
이영 : ?!
현무 : 아니 만리장성을 쌓아도 여러번을 쌓았는데 연애는 해야될 거 아녜요.
이영 : !... 이봐요, 이현무씨.
현무 : 그냥 자기라고 불러요.
이영 : 점점... 이봐요, 몇 번 잤다고 자기 여자 취급하는데 나 그거 아주 딱 질색이거든요?
현무 : 이런이런, 자기만 그런 줄 아나. 나도 아무 여자한테나 이러는 거 아녜요.
이영 : 그러니까 쿨하게 끝내자구요, 끈적거리지 말고.
현무 : 아무리 술김이라지만 너도 내가 싫진 않은 거잖아.
이영 : (거슬려서) 반말하지 맙시다?
현무 : 싫으면 너도 놔. 술 취하니까 잘만 놓더만. (이영이 흘기든 말든) 근데 밤이랑 낮이랑
어떻게 그렇게 다르냐, 응? 전생에 뭐 밤의 여신이었나? 아니면 둔갑술을 쓰나?
이영 : 어쨌든 댁하고 엮일 생각 없으니까 다신 전화하지 마세요. (일어나는데)
현무 : (얼른 팔목 잡는다)
이영 : 날도 더운데 놓으시죠.
현무 : 그럼 오늘은 왜 나왔어. 내가 끌고 왔나? 니 발로 걸어왔잖아. 너도 내가 싫진 않지?
이영 : 미안하지만, 싫지도 않고 좋지도 않고, 아무 감정이 없거든?
현무 : 아무 감정 없으면, 그냥 즐긴거야?
이영 : 그래.
현무 : 아니 어떻게 여자 입에서 그런 말이 막 나와? 어?
이영 : 아 신경질 나 정말. 너 왜 이렇게 후지니?
현무 : ???
이영 : 후져 정말, 후지다구! (손을 확 뿌리치고 나간다)
현무 : (벙-해서)
S#26.주방
요리사들을 주욱 세워놓고 화풀이하는 현무.
현무 : 말해봐. 내가 후졌냐?
요리사1 : 왜 또 이러세요.
현무 : (확 흘기며) 왜 또? (밀며) 넌 빠져. (요리사2에게) 너는. 내가 그렇게 후진 놈이야?
요리사2 : 아뇨.
현무 : (요리사3에게) 너는.
요리사3 : 아뇨 후지긴요.
현무 : (털보에게) 너는.
털보 : 멋지십니다! 왕입니다요!
현무 : (맘에 안든다) 이 짜식이 아부는. (문득 생각난 듯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보며)
근데 널 볼때마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짠하냐? 어쩜 이렇게 리얼리티 있게 생겼을까? 응?
S#27.삼순 집 앞&차 안
대문 열리고 봉숙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온다.
나사장의 차가 서있고 윤비서만 나와있다.
윤비서 : 김삼순양 어머니시죠.
봉숙 : ? 그런데요. 누구신데 우리 삼순이를 찾아요?
윤비서 : (차를 가리키며) 잠깐 타시뇨.
봉숙 : (차를 본다)
나사장, 도도하게 앉아있다.
봉숙 : ?... 글쎄 누구신데요.
윤비서 : 일단 타세요. 타시면 압니다.
봉숙 : (뭐어?) 글쎄 누구냐구! 니들이 뭔데 나더러 타라마라야!
윤비서 : (놀라는)
고함소리에 돌아보는 나사장.
봉숙 : 아니, 경우도 없이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무조건 타라 그러면 다야?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납치범이야?
윤비서 : (황당해 미간 찌푸린다)
안되겠다. 나사장이 내린다.
차에서 내려서 다가오는 나사장을 보고 갸웃하는 봉숙.
나사장 : (정중하게) 우리 윤비서가 실례를 했군요. (명함) 저, 이런 사람입니다.
봉숙 : ??? (명함을 받아 읽어본다) 서울호텔 사장 나현숙? 근데요?
나사장 : 혹시 현진헌이라는 청년을 아시는지요. 보자뻬띠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봉숙 : ?... 삼식인지 뭔지 그 호랑말코 같은 놈이요?
나사장 : (뭐? 삼식이? 호랑말코?) ???... 제가 그 에미되는 사람입니다만...
봉숙 : !... 그럼 그 여관장사한다던. (얼른 입 다문다)
나사장 : (뭐? 여관장사?) !...
윤비서 : (큭 웃음 터지려는 걸 참는다)
봉숙 : (너무 실례했나 싶어서 좀 누그러지며) 죄송합니다. 초면에 실례가 많네요.
나사장 : 따님이 어머니를 닮았군요.
봉숙 : ? 우리 삼순이를 아세요?
나사장 : 실은 그 일 때문에 찾아뵀습니다.
봉숙 : ?...
나사장 : 이렇게 길거리에서 할 얘기가 아닌데 일단 타시죠.
봉숙 : (차를 힐긋 보더니) 차는 좀 그렇고 누추하지만 안으로 드시죠.
나사장 : 그건 제가 좀 그렇네요.
봉숙 : 그럼 여기서 말씀을 하시든가요.
나사장, 강적이군! 기싸움하듯 강렬하게 쳐다본다.
봉숙, 내가 그렇게 만만할 줄 알고? 역시 강렬하게 쳐다본다.
팽팽하게 마주보는 봉숙과 나사장.
두 사람을 뚱하게 번갈아보는 윤비서.
나사장 : (안되겠다) 그러죠, 여기서 얘기 하죠. (오가는 사람이 있나 괜히 주위를 살펴보고는)
저희 진헌이...
봉숙 : ...
나사장 : 이미 집에서 정해놓은 신붓감이 있습니다.
봉숙 : ?...
나사장 : 젊은 애들이라 저희들끼리 좋아지내는 모양인데 혼사란게 그렇지 않습니까?
집안과 집안의 약속이고 (하는데)
봉숙 : (툭 말 가로채는) 누가 우리 삼순일 준대요?
나사장 : ?!...
윤비서 : (딴청하다가 힐긋 보는)
봉숙 : 죄송하지만 돈 오천으로 사람을 사고파는 그런 녀석한텐 우리 삼순이 주고 싶지가 않네요.
진짜연애도 아니었지만.
나사장 : ???
윤비서 : ???
나사장 : 진짜.. 연애가 아니라뇨?
봉숙 : 모르셨어요? 하긴 뭐... 근데 제 입으로 얘기하고 싶진 않네요.
에미가 못나서 딸을 그 지경을 만들었는데 제가 무슨 낯으로 이 벌건 대낮에
그 일을 떠들겠습니까. 어쨋든 얘긴 끝났으니까 그만 돌아들가세요.
(집으로 들어가며 대문을 쾅닫는다)
나사장과 윤비서, 무슨 허무개그를 당한 것처럼 맹하게 서로를 쳐다본다.
S#28.사장실
불불이 들이닥치는 나사장. 윤비서가 뒤따르고.
나사장 : 진헌이 이 놈 어딨나. 이리 나와. 뭐? 오천만원으로 뭘 어째? (하다가 자리가 비어있자 멈칫)
오지배인 : (급히 뒤따라 들어온) 사장님 외출했는데요.
나사장 : 어디로요?
S#29.게스트하우스
다가와 대문 앞에 서는 진헌. 마당을 들여다 보다가 들어선다.
마당에 들어선 진헌, 한바퀴 둘러본다.
S#30.보나뻬띠 주차장
희진의 차가 들어오다.
희진, 내려서 현관으로 향한다.
현관문 열리며 나사장과 윤비서가 나온다.
나사장 : 어딜간거야 도대체. 내가 이자식을 그냥. (하다가 멈칫)
걸어오던 희진도 멈칫. 곧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나사장, 얘가 여긴 왠일이야?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S#31.일식집
희진, 초밥을 오물오물 먹다가 빤히 쳐다보는 나사장과 눈이 마주치자 헤죽 웃는다.
희진 : 맛있어요 어머니. 어머닌 안드세요?
나사장 : 점심 먹은지가 얼마 안되서. 너나 많이 먹어라.
희진 : 네. (맛있게 먹는다)
나사장 : (빤히 보며, 마음의 소리) 아까와 죽겠네 정말, 저렇게 이쁜걸...
윤비서 : (그런 나사장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힐긋 보는)
희진 : (계속 먹는다. 보란 듯이)
나사장 : 요즘도 요가 하니?
희진 : 네. 하루도 안빼먹고 해요. 재밌거든요.
나사장 : 그래, 니가 제일 잘하더라. (실수! 얼른 입을 다문다)
윤비서 : (나사장을 힐난의 눈초리로 보는)
희진 : (그런 둘을 번갈아보며) ???... 저 요가하는 거 보셨어요?
나사장 : 보긴 뭘 봐. 잘 할 것 같다 이거지. 밥이나 먹어.
희진 : (무심히 넘기고 다시 먹는)
나사장 : (마음의 소리) 그냥 눈 딱 감고 며느리 삼어? 밥도 저렇게 잘먹고 요가도 잘하고 멀쩡한데...
거기다 삼순이에 비하면 호박꽃에 장민데... 아유 속쓰려 죽겠네 정말.
희진. 갑자기 먹던 걸 멈추고 표정이 굳는다. 안색이 창백하고 갑자기 식은땀이 난다.
나사장 : (놀라서) 왜. 얹혔니?
희진 : (억지로 웃으며) 그런가봐요. (물을 마신다)
나사장 : 그러게 천천히 먹지 뭐가 그렇게 급해.
희진 : (안되겠는지 일어나며) 화장실 좀 갔다올께요. (얼른 나간다)
나사장과 윤비서, 나가는 희진을 쳐다본다.
나사장 : (금새 마음이 바뀌어서는) 안돼지, 안돼고 말고, 깜빡 속아넘어갈 뻔했네.
윤비서 : 뭐가요?
나사장 : 뒷북치지말고 삼순양을 어떻게 떼놓을지 그거나 궁리해.
윤비서 : 그게 어디 쉽겠어요?
나사장 : 무슨 소리야?
윤비서 : 개싸움 가보세요. 한번 물으면 죽을때까지 안놓는다구요.
나사장 : 우리 진헌이가 그럼 개야?!
S#32.일식짐 화장실
희진, 벽에 머리를 기댄다. 울렁대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지그시 누른다.
어지럽고 무기력한 상태로 영양분이 소장으로 너무 빨리 흡수되어 생기는 덤핑증후군이다.
희진 : 아... (가끔있는 일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좀 천천히 먹을 걸.
S#33.게스트하우스
진헌, 헨리의 방에 덩그러니 앉아 안을 둘러본다.
벽에 걸려있는 하회탈도 보이고 색동저고리도 보이고 한쪽에 세워져있는 기타와 한글책 등...
진헌, 한글책을 집어들고 후르르 넘겨보다가 어딘가에 멈춘다.
(인써트)쓰기연습을 한 듯 어설픈 글씨고
희진, 헨리, 진헌, 낙지볶음이라는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씌여있다.
헨리가 농구공을 들고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방 안의 진헌을 발견하고 멈칫! 갸웃!
진헌도 인기척에 돌아본다.
헨리 : ?...
진헌 : (책을 제자리에 놓고 본다)
헨리 : 하이.
진헌 : 농구했니?
헨리 : 응.
진헌 : 잘 하냐?
헨리 : 조금.
진헌 : ...나랑 농구나 한게임 할래?
헨리 : (잠깐 의아해하다가 좋아며 짧은 대꾸)
S#34.고교 실내체육관
들어서는 진헌(헨리의 티셔츠로 갈아입은)과 헨리.
그러나 농구부 선수들이 이미 한쪽 골대를 차지하고 훈련을 하고있다.
진헌 : (우리말) 안되겠다. 다른데로 가자. (돌아서서 간다)
헨리, 눈치로 알아듣고 돌아선다.
그때 공이 이쪽으로 쪼를 굴러온다.
선수 : 공 좀 주세요!
돌아보는 진헌과 헨리. 공이 벌써 헨리 쪽으로 온다. 헨리가 얼른 발로 공을 잡는다.
공을 집어들고 몇번 튕기더니 드리블하며 코트로 간다.
진헌 : (어?)...
헨리, 멋지게 드리블해 가서 비어있는 다른쪽 골대에 슛! 골인!
선수들이 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
진헌도 놀란다. 보통 실력이 아니다.
시간경과.
선수들과 헨리가 팀을 나누어 농구를 한다.
팔짱 끼고 서서 구경하는 진헌, 농구로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완전히 우거지상이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진헌의 표정이 가관이다. 괜히 덤볐다가 낭패볼 뻔 했다.
헨리, 마지막으로 덩크슛!
선수들, 입을 쩍 벌린다.
진헌의 입도 벌어진다.
헨리, 선수들에게 잘 놀았다고 인사하고 셔츠로 얼굴의 땀을 훔치며 진헌에게로 온다.
헨리 : 너도 같이 하면 좋았을텐데.
진헌 : (거만하게, 우리말) 유치하게 애들이랑... 덥지? 수영이나 하러갈까?
S#35.수영장
하나씩 레인을 차지하고 수영하는 진헌과 헨리, 앞서거니 뒷서거니...
여자들의 시선이 온통 두 남자에게 꽃혀있다.
어느 순간부터 진헌이 앞서 간다.
수월하게 먼저 닿는 진헌. 물안경을 멋으며 의기양양.
진헌 : (왜 이러나 싶을만큼 우쭐) 내가 수영은 좀 하지.
뒤늦게 헨리가 도착한다.
헨리 : (물안경 멋으며) 미스터 현?
진헌 : (우리말) 왜.
헨리 : (씨익 웃으며 뺨을 톡 친다. 우리말) 귀여워.
진헌 : ???... (미간을 찌푸린다)
헨리 : (어깨를 툭 치며) 그만 하고 나가자. (돌아서는데)
진헌, 붙잡고 확 주먹을 내지른다.
휘청하는 헨리. 얼른 중심 잡고 놀란 얼굴로 쳐다본다.
헨리 : 너 미쳤어? 왜 이래?
진헌 : (호전적으로, 우리말) 불만 있으면 덤벼. 덤벼 짜식아.
헨리 : (아픈 턱을 어루만지며, 참자, 하는 표정인데)
진헌 : (영어) 난 니가 싫어. 재수 없거든.
그러자 주먹을 내지르는 헨리.
휘청하며 물 속에 풍덩 빠지는 진헌.
물에 빠진 진헌, 헨리에게 달려들어 몸을 잡고 넘어뜨린다. 물속에 빠져들어오는 헨리.
둘이 엉켜붙어 싸운다. 물 속이라 힘겹고 유치하고 1차원적인 몸싸움.
S#36.탈의실
헨리,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말린다.
진헌이 다가오더니 헨리를 툭 밀치며 자기 머리를 말린다. 두 놈 다 입술이 터졌다.
헨리, 이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진헌을 밀친다.
진헌, 힘껏 밀친다.
성질 난 헨리, 확 인상 쓰더니 더러워서 피한다는 표정으로 옆의 선풍기로 가 머리를 말린다.
진헌 : ...
헨리 : ...
진헌 : (거울로 보며) 헨리.
헨리 : (쳐다도 안본다)
진헌 : (영어) 희진이 사랑하냐
헨리 : ?! (그제야 거울로 본다)
진헌 : (영어) 희진이 사랑하냐구.
헨리 : (거울 속의 진헌과 눈 맞춘 채) ....
진헌 : (우리말) 빨리 대답 해, 주먹 날아가기 전에.
헨리 : ...그래, 사랑해.
진헌 : (알았다는 듯 무심히 계속 머리를 말리며, 혼잣말처럼 우리말) 바보는 아니구나.
헨리 : (속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 돌려 보는)
진헌 : (시선을 느끼고 스윽 보며, 우리말) 뭘 봐. 너도 나한테 반했냐?
S#37.설렁탕집
설렁탕 뚝배기가 나온다.
진헌, 숟가락으로 소금을 친다.
헨리, 그대로 따라한다.
진헌, 파를 넣는다.
헨리도 따라한다.
진헌, 깍두기 국물을 자기 그릇에 넣으려다 말고 헨리한테 먼저 넣어준다.
헨리 : ?...
진헌 : (우리말) 이건 원래 이렇게 먹는 거야.
(자기 뚝배기에도 깍두기 국물을 붓고 휘휘 저어 먹기 시작한다)
헨리 : (본대로 국물울 휘휘 저어 먹기 시작한다)
진헌 : (고개 숙인채 꾸역꾸역 먹는다)
헨리 : (먹다가 힐긋 본다. 아무래도 오늘 이상하다)
진헌 : (계속 먹으며) 헨리?
헨리 : 왜.
진헌 : (안보고, 무심히, 우리말) 너도 귀여워.
헨리 : (못알아듣고) ?
진헌 : (보며, 우리말) 너도 귀엽다고, 큐트하다고.
헨리 : (알아듣고 생뚱맞아서 으쓱 하는데)
진헌 : (무심히, 우리말) 희진이한테 잘해줘. 지금까지 한대로만 하면 돼.
헨리 : (못알아듣고 멀뚱멀뚱 으쓱)
S#38.삼순집 버스정거장(동 오후)
버스에서 내리는 삼순. 새로 발급 받은 개명허가서를 보며 온다. 흐믓하다.
접어서 가방안에 넣고 가방을 툭툭치며,
삼순 : 다이어트가 따로 없네, 안먹어도 배 부르네.
채리 : 야 김삼순!
삼순 : (돌아본다)
정자마루에 앉아 기다리던 채리가 밀가루를 확 뿌린다.
삼순, 밀가루 세례를 받고 멍-
채리 : (바락바락 악을 쓴다) 감히 니가 날 건드려? 니가 그렇게 잘났어? 뭐가 잘났는데!
뭐가 잘나서 남의 결혼을 망쳐! 왜! 왜!
삼순 : (한숨을 포옥 쉬더니 머리를 들이댄다) 뜯어라 뜯어. 아무래도 한번 뜯어야 끝이 날 것 같다.
채리 : (그럴 기력도 없다는 듯이 정자마루에 털푸덕 주저앉아 앙- 울음을 터트린다.
다리를 버둥거리며 마구 울어댄다) 다 끝났단 말야 다... 너땜에 다 끝났다구... 엉엉...
삼순 : (머리를 툭툭 털고는) 야 장채리. 내가 인생선배로러 말하는 건데... 목욕이나 가자.
S#39.찜질방
한증막 속에 나란히 앉아있는 삼순과 채리. 삼순은 땀이 졸졸 흐르는데 채리는 멀쩡하다.
삼순 : (땀 닦으며) 야, 이쁜것들은 원래 그렇게 땀도 안나냐? 어?
채리 : (흘기는) 남이사.
삼순 : 야, 민현우가 그렇게 좋냐? 결혼 못해서 환장하겠냐?
채리 : (삐죽삐죽) 남이사.
삼순 : (머리를 콩 쥐어박는다) 이게 언니한테.
채리 : 이씨 자꾸 손 댈래?
삼순 : 버르장머리 없으니까 그렇지 쯧... 야, 우리 어릴때, 내가 너희집에 울아부지랑 배달가고 그럴 때,
기억 나냐?
채리 : 흥.
삼순 : 너 맨날 공주옷 입고 맨날 인형놀이 하고 있었잖아.
채리 : 흥.
삼순 : 그대 너 얼마나 이뻤는 줄 아냐?
채리 : (솔깃)
삼순 : 그 천사가 어쩌다 요모양 요꼴이 됐는지 모르겠다만 너한테 민현우는 아니야.
너처럼 철없는 애를 다 받아 줄만한 그릇이 아니란 거지. 그러니까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채리 : 흥, 그럼 왜 현우오빠랑 연애했어?
삼순 : 그거야 뭐... 야, 어릴 때 사람 보는 눈이 있냐? 서른되니까 이제야 쬐끔 보인다.
아니다. 보이긴 뭐가 보여. 결국은 자기한테 속는거지.
(툭치며) 야 어쨌든지 간에 내가 니 인생을 수렁에서 건져줬으니까 미역국이나 사, 응?
S#40.삼순집 앞(동 밤)
목욕 마치고 올라오는 중인 삼순.
삼순 : 아 기집애, 단순해가지구는 살살 꼬시니까 지대로 넘어오네, 아 배불러. (하다가 멈칫)
대문 옆에 술취한 남자가 웅쿠리고 있다.
삼순, 그남자를 슬금슬금 피해 대문으로 가다가 멈칫한다. 혹시? 요리조리 살핀다.
삼순 : (맞다) !... 야 민현우.
현우 : (고개를 든다. 많이 취했다)
삼순 : 여기서 뭐해. 술마셨니?
현우 : (훌쩍이며) 삼순아...
삼순 : (에? 이건 또 무슨 수작?)
현우 : 나 파혼 당했어 흑...
삼순 : ?!... 어떻게 니들은 쇼를 해도 꼭 쌍으로 하냐? 미치겠네 정말.
S#41.포장마차
소주를 원샷하는 현우.
삼순, 걱정스런 얼굴로 술을 채워준다.
삼순 : 천천히 마셔. 저작도 상당한 것 같구만.
현우 : (이하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사뭇 진지한) 걱정 돼냐?
삼순 : ...그 날 내가 전화한 것 땜에 그런 거잖아.
현우 : 책임감 느끼냐?
삼순 : 뭐.. 조금...
현우 : (옆자리로 와 앉는다)
삼순 : (움추리며) 왜 또 이래에.
현우 : (그윽하게) 삼순아. 내가 존경하는 오스카 와일드가 이런 말을 했다.
남자는 심심해서 결혼하고 여자는 호기심에 결혼한다.
삼순 : (또 무슨 수작이야? 찡그리는)
현우 : 내가 채리랑 결혼하려고 했던 거... 심심해서 였다.
삼순 : ?...
현우 : 사랑한다 삼순아.
삼순 : !...
현우 : 사랑해 삼순아, 흑... (하며 삼순의 품에 풀썩 쓰러지다가) 윽!!!
삼순 : (독하게 잘근잘근) 내가 존경하는 박봉숙 여사는 이런 말을 남겼지.
현우 : (우욱, 너무 아파 숨 넘어갈 듯한 표정)
삼순 : 한번 바람둥이는 영원한 바람둥이다. (현우를 찌르고있던 나무젓가락을 빼서 휙 던져버린다)
급소를 찔린 현우, 두 손으로 부여잡고 토끼처럼 껑충껑충 뛴다.
삼순 : 병원 필요하면 얘기해라? 내가 잘 아는데 소개해줄테니까. (미련 없이 간다)
S#42.희진 아파트 앞 (동 밤)
희진의 차가 들오와 멈춘다.
희진, 차에서 내린다. 손에는 쇼핑백 두세개가 들려있다.
희진, 현관으로 들어서다가 멈칫.
진헌이 기다리고 있다.
희진 : ?... 언제 왔어?
진헌 : (그저 웃는다)
희진 : 전화 하지 그랬어. 많이 기다렸어?
진헌 : 아니, 방금 전에 왔어. 어디, 갔다와?
희진 : 응. 여기저기. 쇼핑도 하구. 참, 니 것도 하나샀어. 들어가자 입어봐야지.
희진, 진헌을 데리고 들어간다.
S#43.희진 거실
희진, 선 채로 쇼핑백에서 아까 고른 셔츠를 꺼내어 소파에 앉은 진헌에게 대본다.
희진 : 색깔 어때? 괜찮아?
진헌 : ...응.
희진 : 근데 입술은 왜 그래? 또 싸웠어?
진헌 : ...
희진 : ?... 말하기 싫음 말구. 한번 입어봐, 옛날 싸이즈로 샀는데 지금은 어떻지 모르겠다.
진헌 : (셔츠 치우며) 나중에.
희진 : 온 김에 입어봐. 안맞으면 내일이라도 바꾸게.
진헌 : (셔츠를 한족에 치워둔다)
희진 : ?... 무슨 일 있어?
진헌 : (보며)...
희진 : 핸드폰... 그래서 꺼놨어?
진헌 : ...
희진 : (두렵다) !... (회피하고 싶다) 아 피곤해. 너무 많이 돌아다녔나봐. 족탕부터 해야겠다.
(욕실쪽으로 가는데)
진헌 : (손목을 잡으며 와락 안아 허리에 얼굴을 파묻는다)
희진 : ?!...
진헌 : ...기다려. 내가 해줄께.
희진 : !...
진헌 : (얼굴을 파묻은 채, 마음 아픈)...
(시간경과)
소파에 앉은 희진, 좀 황당한 듯이 웃는다.
희진 : 너 오늘 이상한 거 알어? 왜 그래.
진헌, 말없이 희진의 발을 들어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에 담근다.
희진 : ...
진헌 : (희진의 발을 닦는다)
희진 : (느낌이 안좋다)
진헌 : (정성껏 닦는다)
희진 : ...나한테 할 말 있니?
진헌 : (멈칫했다가 다시 닦는)...
희진 : (그렇구나, 혹시? 두려움)...
진헌 : (애써 담담한)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희진 : ?...
진헌 : 뺨에 난 점... 너 그거 알고 있었어.
희진 : ?...
진헌 : 옛날에 그거 갖고 얘기한 적이 있었거든.
희진 : ?... 그래? 난 기억 안나는데.
진헌 : 까먹었겠지.
희진 : ?...
진헌 : 원래 알고 있던 걸 넌... 3년동안 까먹은 거야.
희진 : ?!... 그랬구나... 치료 받느라고, 약 먹느라고 그랬을거야 아마.
진헌 : ...
희진 : 근데... 할 얘기란게 그거야?
진헌 : ...니가 그걸 까먹는 동안... 나도 변했어...
희진 : ?!...
진헌 : (발을 수건으로 닦으며) 우리.. (힘겨운) 그만 하자.
희진 : ?!...
진헌 : 그만 하자.
희진 : !!!
진헌 : (다른 쪽 발을 담그려 한다)
희진 : (발을 확 뺀다)
진헌 : ...
희진 : 나 봐.
진헌 : ...
희진 : 나 보라구.
진헌 : (고개를 든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희진 : (의외로 담담한) 김삼순씨 때문이니?
진헌 : ...어.
희진 : ...사랑하니?
진헌 : ...
희진 : 어?
진헌 : ...자꾸 생각나.
희진 : ..사랑하냐구?
진헌 : ...보고싶어
희진 : ...사랑하냐구!!
진헌 : ...같이 있으면 즐거워
희진 : (냉정해지려 애쓰며) ...그래, 지금은 반짝반짝하겠지. 그치만 시간이 가면 다 똑같애.
그 여자가 지금 아무리 반짝거려 보여도 시간이 가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구. 지금 우리처럼...
진헌 : ...
희진 : 영원한 건 없다구. 응? 진헌아
진헌 : ...
희진 : 그래도 갈래?
진헌 : ...사람들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살잖아
희진 : !...
진헌 : !...
희진 :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니가 뭔데! (두서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
니가 뭔데... 니가 뭔데.. 니가 뭔데 이 나쁜 놈아 ...
진헌, 고스란히 맞다가 와락 안는다
희진, 몸부림치며 때린다
진헌, 힘주어 안는다. 눈이 붉다
희진, 힘빠져 멈추며 운다. 엉엉운다
진헌, 소리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13회 끝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